라이더 이삭의 '나홀로 투쟁', 스페인과 유럽을 흔들다 [라이더, 혁신의 노예]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배달원 종사자는 45만 명. 배달앱 라이더와 택배, 우편 종사자까지 포함된 수치입니다. 이는 3년 전에 비해 10만 명이 넘게 늘어난 것입니다. 현재 배달앱 라이더만 집계한 정부의 공식 통계는 아직 없습니다. 다만 온라인을 통한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2017년 2조 7326억 원에서 2021년 25조 6847억 원으로 연 평균 75.1% 폭발적인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배달앱 라이더의 법적 지위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2021년 5월 라이더 권익보호법안을 만든 스페인을 찾아, 두 나라 라이더들의 일상이 어떻게 다른지 그 나라의 변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들여다봤습니다. <편집자말>
[신상호, 이희훈 기자]
▲ 스페인 마드리드의 왕궁 옆 도로에 '저스트잇' 라이더가 지나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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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버이츠 배달노동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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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스트잇 배달노동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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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보 배달노동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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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원 이삭 "회사는 악마처럼 일을 시켰다"
대형 배달플랫폼인 글로보의 배달원으로 일했던 이삭 꾸엔데(57)는 지난 2017년 배달회사와의 고용 관계를 인정해달라고 최초로 소송을 냈다. 그는 지난 2015년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글로보의 말을 믿고 배달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배달원이 된 그에게 마음대로 일할 권리는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 회사는 "악마처럼 일을 시켰다."
"본업을 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글로보에서는 주말이나 휴일 등 (내가 근무하길) 원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알고리즘이 근무일에 따라 점수를 매겼는데, 점수가 낮으면 원하는 날짜에 일할 여지가 없어집니다. 일감을 받으려면 원하는 시간에만 일할 수 없었고 개인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글로보는 이삭을 철저하게 '자영업자'로 대하면서 선을 그었다. 하루는 그가 배달 도중 넘어져 크게 다친 적이 있었지만, 회사는 이삭에겐 어떤 구호 조치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런 행태가 "미친 짓"이라고 분노하면서 '싸움'을 결심했다.
▲ 대형 배달플랫폼인 글로보의 배달원으로 일했던 이삭 꾸엔데(57)는 지난 2017년 배달회사와의 고용 관계를 인정해달라고 최초로 소송을 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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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플랫폼 회사의 고용 관계를 인정해달라는 그의 소송은 쉽지 않았다. 스페인 1심 법원은 '고용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플랫폼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스페인 고등법원에서도 판사 3명 중 2명이 '고용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고, 나머지 1명만 '고용 관계가 인정된다'고 했다. 연이은 패소, 그럼에도 이삭은 "끝까지 가겠다"며 대법원에 상고했고, 고용 관계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인간으로서 나 자신의 존재감을 세워야 했었습니다. (소송을 끝까지 이어간 것은) 인간으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법원 소송전을 이어가는 이삭에게는 든든한 친구가 있었다. 소송에서 이삭의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루이스 수아레즈 변호사다. 노동법 전문인 수아레즈 변호사는 이삭이 제기한 문제 의식에 적극 공감했고, 수임료를 한 푼도 받지 않고 재판에 임했다.
그는 소송에서 '플랫폼 기업들의 배달원에 대한 관리감독 여부'를 밝히는 게 주요 쟁점이었다고 했다. 스페인 노동법에 따르면, 회사가 노동자에게 직접적인 관리감독을 하게 되면 고용 상태로 보기 때문이다. 플랫폼 회사는 "배달원들이 자발적으로 원할 때 일하고, 배달원들의 근로를 통제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수아레즈 변호사는 플랫폼이 운영하는 '알고리즘'이 실질적인 사장 역할을 한다는 논리를 폈다.
"알고리즘이 회사(플랫폼 회사)를 대체한 것입니다. 배달앱 알고리즘은 배달원들의 노동을 지배합니다. 주말에 일을 안하면 배달원들의 점수를 깎고, 배달이 필요한 주말이나 저녁에 일을 많이하면 상을 줍니다. 플랫폼이 말하는 배달원의 자유는 조건이 붙은 자유, 가짜 자유였습니다. 사장과 똑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 스페인 대법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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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아레스 변호사가 대법관 전원합의부 11명 명단이 적힌 판결문을 들고 판결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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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아레스 변호사가 '알고리즘' 관련 업종이 적용받는 노동법 조항을 소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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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 이후 라이더의 법률적 지위를 명시하도록 하는 입법 요구가 광범위하게 일어났다. 스페인노동자위원회(CCOO, Comisiones Obreras)와 스페인노동자총연맹(UGT, Union General de Trabajadores), 라이더의권리(RXD, Riders X Rights) 등 라이더의 직고용을 법률로 명시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고, 스페인 정부도 입법을 적극 추진했다. 입법 논의 과정에선 스페인 노조와 사용자 단체들도 참여해 폭넓게 의견을 수렴했다.
스페인 정부는 2021년 5월 플랫폼 기업의 배달원들을 자영업자가 아닌 근로자로 고용하도록 하는 긴급명령(왕실법령)을 승인했다. 개정된 법조항은 '고용주에 의해 지휘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서비스, 업무실행 조건의 알고리즘 관리'를 통해 배달 업무를 하는 배달원들은 자영업자가 아닌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배달원들에 대한 실질적인 관리, 감독 업무를 하는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노조에 공개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호아킨 페레즈 레이(Joaquín Pérez Rey) 스페인 고용 및 사회적 경제부 국무장관은 "라이더법은 광범위한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 스페인 내 노동조합과 고용주 단체들로부터 찬성표를 받았고, 이들도 새로운 기술 발전 사회에서 탄생한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들을 보호할 제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국회 역시 라이더법을 지지했다, 사회적 지지와 정치적 지지가 동시에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스페인 대법원의 판결 이후 라이더의 법률적 지위를 명시하도록 하는 입법 요구가 광범위하게 일어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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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레즈 변호사는 "EU의 법령(디렉티바)은 회원국들이 법령을 반영해 입법을 해야 하고, 일정기간이 지나도 입법을 하지 않는 EU 회원국에는 직접적으로 적용이 가능한 조항"이라면서 "스페인 대법원의 판결과 라이더법은 노동자 권익을 인정한 큰 발전이었고, 유럽 디렉티바를 구성하는 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이삭 꾸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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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스 수아레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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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도 자영업자로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럽은 (자영업자가 될 권리) 그런 자유를 주지 않습니다. 노동자의 권리는 '권리의 이름으로' 우리가 합의하는 것과 상관 없이 보장돼야 합니다." (루이스 수아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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