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점심 메뉴는 인공지능과 상의하세요

2022. 12. 9.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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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이 퀴즈를 냈다.

이미지 속 대화 내용 중 'ㅈㅁㅊ'이 뜻하는 바를 알아맞혀 보라고 했다.

해당 대화는 "'ㅈㅁㅊ' 부탁"에서 시작했고, 밥을 먹을 음식점을 최종적으로 선정하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답은 '점심 메뉴 추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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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연 옐로우독 AI펠로우


얼마 전 지인이 퀴즈를 냈다. 이미지 속 대화 내용 중 ‘ㅈㅁㅊ’이 뜻하는 바를 알아맞혀 보라고 했다. 해당 대화는 “‘ㅈㅁㅊ’ 부탁”에서 시작했고, 밥을 먹을 음식점을 최종적으로 선정하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답은 ‘점심 메뉴 추천’이었다. 줄임말도 가뜩이나 어려운데 초성으로만 쓰니, 더더욱 이 시대 소통 방식에 맞지 않는 멸종 위기종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퀴즈를 접하고 나자 이내 배가 고파졌다.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고로가 “요시!(좋아!)”를 외치며 일대 밥집을 찾듯, 나는 지도 앱으로 서울 성수동 일대를 줌인·줌아웃하며 식당을 탐색했다. 그러나 딱 맞는 음식점이 절로 나타나는 일은 그리 쉽게 발생하지 않는 법. 메뉴에 대한 막연함마저 안개처럼 드리우면 나는 동료들에게 메시지로 “ㅈㅁㅊ 부탁”을 띄워야 한다.

그래서 이참에 최근 능력치를 더 키워 출시된 채팅 인공지능(ChatGPT)을 활용해 봤다. 점심으로 뭘 먹을지 물으니 챗봇은 몸에 좋은 샐러드를 제시했다. 날이 추워 그건 안 되겠다고 하니, 그럼 따뜻한 크림 파스타는 어떻겠냐며 나를 달랬다. 한국 음식이 당긴다고 하니 김치볶음밥을 이야기했다. 그걸 파는 식당도 추천했다. 그렇게 나는 점심 먹거리를 차근차근 결정했다. 메뉴뿐이랴. 비행기에서 두 시간 동안 읽을 책도, 심지어 투자할 만한 스타트업 몇 곳도 추천받았다.

이제는 기계와 정말로 대화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것이 엄청 많은데 내 요구 사항에 딱 맞게 결정까지 해주는 현인 같은 친구가 생긴 기분이었다. 다만 거짓말(틀린 정보)도 그럴듯하게 말하기 때문에 최종적인 사실 확인은 나의 몫이다. 추천받은 식당 두 곳 중 한 곳은 애초에 없는 곳이었고, 다른 한 곳에서는 김치볶음밥 대신 타코와 버거를 팔았다. 그러나 기술이 더 발전하면 ‘ㅈㅁㅊ’ 과정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이 소중한 역할도 결국 멸종 리스트에 오를 것이다. 뭐 어떠한가. 우리는 이제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된다.

유재연 옐로우독 AI펠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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