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 수용” 與 “선 복귀, 후 논의”
당초 정부·여당이 제안했던 안전운임제 일몰 시한 3년 연장안을 더불어민주당이 수용한다고 8일 밝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운임제의 지속이 가장 최우선 과제다. 민주당 국토위원들은 현 정부와 여당이 당정회의 결과로 제시한 ‘3년 연장’안을 수용해 관련 법안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가 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보장하는 제도로 2020년 시행돼 올해 말로 종료(일몰)된다. 안전운임제 종료를 앞두고 민주노총 소속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영구화와 적용 품목 확대를 주장하며 파업을 예고했다. 정부·여당은 지난달 22일 안전운임제 일몰 시한 3년 연장이라는 일종의 중재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화물연대는 이틀 뒤 총파업에 돌입했다. 민주당도 화물연대와 기조를 맞춰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를 주장했었다.
민주당은 이번에 한발 물러서서 정부·여당이 주장한 ‘3년 연장안’만 우선 반영해 법 개정을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지금 국회에서 법안처리 절차를 밟지 않으면 안전운임제가 사라질 절박한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를 계속 논의하기 위해 국토위 산하에 여야합의기구를 구성할 것으로 제안했다. 현재 안전운임제는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에만 적용하고 있는데, 화물연대는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 5개 품목에도 안전운임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그러나 화물연대의 운송 업무 복귀 이전에는 안전운임제 논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힘 소속 국토위원들은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걷어차고 거리로 나간 것은 민주노총”이라며 “민주노총이 정부안을 거부한 데에는 민주당의 일몰제 폐지, 품목 확대 주장이 한몫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선(先) 복귀, 후(後) 논의’ 외에는 방법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일관된 원칙 여러 차례 밝혔다. 선 복귀, 후 대화다. (운송 업무에) 복귀를 위한 어떤 전제조건도 있을 수 없다. 복귀하고 나면 얼마든지 대화 테이블을 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건 강공이 아니다. 지금까지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여권은 ‘3년 연장안’ 제안에도 화물연대가 파업했기 때문에 추후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원점에서부터 한다는 방침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파업이 일어나기 전에는 원만한 해결을 위해 3년 연장 계획을 가졌지만 이젠 정부 방침이 달라졌고 우리 당도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강고한 입장을 유지하는 것은 ‘적당한 타협’으로는 민주노총 파업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화물연대의 횡포를 달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협상하는 모양새 또한 불법을 용인하고 불의에 타협하는 나쁜 전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정부·여당안을 수용한 의도도 순수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여론이 나쁘자 민주당이 퇴로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시각이다. 국민의힘 국토위원들은 “여론 악화와 사업자 운송복귀로 인해 파업 동력이 약해지자 (민주당은) 슬그머니 정부안 수용 입장 밝혔다. 민주당과 민주노총은 정부안 걷어차고 거리로 나간 데 따른 경제손실, 사회적 비용에 대한 책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양 대변인도 “(민주당이) 민주노총의 입법 시녀 노릇을 자처하면서 이제 제3자라도 되는 것처럼 ‘중재’ 운운하는 것도 후안무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9일 국토위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연달아 열어 안전운임제 일몰 시한 3년 연장 법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국토위 민주당 간사인 최인호 의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정부·여당의 ‘선 복귀’ 입장이 바뀔 것 같지도 않기 때문에 시간만 보낼 수 없어 의결은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화물연대의 업무 복귀 전에는 안전운임제 논의 없다. 민주당이 회의 열더라도 우린 참여 안 한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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