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질 위험 없어도 재건축 가능…목동·상계 등 151만가구 수혜

황의영 2022. 12. 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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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8일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준공 후 30년이 넘어선 단지들의 재건축 추진이 빨라질 전망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재건축 여부를 결정하는 안전진단 문턱을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낮춘다. 재건축 연한(현행 30년)을 넘겼고 주거환경이 열악하면 건물이 무너질 위험이 없어도 재건축을 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국토교통부는 8일 이런 내용의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내년 1월 시행한다고 밝혔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으로 ‘아파트가 너무 낡고 불편해 새로 지어야 한다’고 공인받는 절차다. 해당 단지의 ▶구조 안전성 ▶주거 환경 ▶설비 노후도 ▶비용 편익을 따져 점수를 매긴다. 100점 만점 중 55점 이하를 받은 단지만 재건축이 가능하다.

개선안의 핵심은 안전진단 통과의 가장 큰 걸림돌인 ‘구조안전성’ 평가 비중을 크게 낮춘 것이다. 평가항목 중 구조안전성 비중은 50%에서 30%로 낮추고, 주거환경은 15%에서 30%로 높였다. 설비노후도 비중은 25%에서 30%로 조정했다. 구조안전성은 건물이 구조적으로 안전한지를 따지는 것이고, 주거환경 항목은 주차대수, 층간소음 등에 대한 평가다.

그간 정부는 구조안전성 비중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재건축 규제를 풀거나 강화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3월 이 비중을 종전 20%에서 50%로 대폭 높였는데, 그 결과 재건축 단지들은 안전진단에서 줄줄이 탈락했다.

2015년 5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전국 139건, 서울 59건이던 안전진단 통과 건수가 규제 강화 후 지난달까지 전국 21건, 서울은 7건으로 급감했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번 방안은 그간 과도하게 강화된 기준으로 (노후 아파트가) 재건축의 첫 관문도 통과가 어려웠던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재건축 항목 평가에서 조건부 재건축의 범위도 줄어든다. 앞으로 안전진단 결과 100점 만점에 45점 미만이면 ‘재건축’, 45~55점은 ‘조건부 재건축’, 55점 초과는 ‘유지 보수’(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게 된다. 지금은 30~55점이면 ‘조건부 재건축’ 판정이 내려지는데, 그 폭을 좁혀 ‘재건축’ 판정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2018년 3월 이후 안전진단을 마친 46개 단지 중 ‘재건축’ 판정 단지가 없는 점이 반영됐다.

2차 안전진단 문턱도 낮아진다. 지금은 민간기관이 진행하는 1차 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을 받으면 의무적으로 국토안전관리원 등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 이 적정성 검토를 지자체가 요청하는 경우에만 시행하기로 했다. 사실상 2차 안전진단이 폐지된 셈이다. 현재 안전진단을 진행 중이거나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마치지 못한 단지도 개선안을 적용받는다. 권혁진 실장은 “이미 유지보수 판정을 받은 단지는 안전진단을 다시 신청해야 한다"며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가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단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에 따라 안전진단을 통과하는 노후 단지가 크게 늘 전망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준공 30년 이상 아파트(200가구 이상)는 2687개 단지, 151만 가구에 이른다. 서울만 389개 단지, 30만 가구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와 노원구 상계주공 등이 대표적이다. 목동신시가지는 1~14단지 중 6단지만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이종헌 목동아파트 재건축준비위원회 연합회장은 “재건축 사업의 걸림돌이 사라져 긍정적”이라며 “사업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시뮬레이션 결과, 2018년 3월 이후 안전진단을 마친 단지(46곳) 중 54.3%(25곳)는 ‘유지보수’, 45.7%(21곳)가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았지만, 완화된 규정을 적용하면 26.1%(12곳)가 ‘재건축’, 50%(23곳)가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는다.

전문가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민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안전진단 규제가 완화된다 해도 금리 인상, 초과이익 환수제 영향으로 재건축 단지의 가격이 뛰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노후 아파트들이 재건축 추진을 무분별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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