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코 '화상면접' 거부…수억달러 벌어간 개발자는 '北공작원'
윤석열 정부가 8일 정보기술(IT) 인력을 활용해 외화벌이에 나서는 북한의 ‘위장 취업’ 범죄에 대한 경계령을 내렸다. 정부는 북한이 이같은 범죄로 핵·미사일 개발비뿐만 아니라 정권의 통치자금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암호화폐 해킹·탈취 등 사이버 범죄와 IT 인력의 위장 취업은 민생 경제를 옥죄는 대북제재 속에서도 ‘캐시카우(Cash cow·수익 창출원)’로 북한 정권의 숨통을 틔워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외교부·통일부·국가정보원·경찰청 등 관계 부처·기관은 이날 ‘북한 IT 인력에 대한 정부 합동주의보’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 IT 인력은 해외 각지에 체류하며 자신의 국적과 신분을 위장하고, IT 분야 구인·구직 웹사이트 등을 통해 전 세계 기업들로부터 매년 수억 달러에 달하는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5월 미국 역시 국무부·재무부·연방수사국(FBI) 등이 공동으로 북한 IT 인력의 위장 취업을 조심하라는 내용의 주의보를 발표했다.
"北, 위장 취업으로 핵·미사일 자금 확보"
북한의 IT 공작원은 군수공업부·국방성 등에서 조직적으로 양성한 고숙련 인력이다. 이들은 오랜 실무 교육 등을 거쳐 실력이 뛰어난 데다 외국어에 능통한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스스로 낮은 수준의 인건비를 제안하는 경우가 많아 가격 경쟁력을 갖춘 인력으로 포장돼 있다. 이렇게 해서 아시아·아프리카 등 해외 각지로 나간 북한의 IT 공작원의 규모는 수천명인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문종현 이스트시큐리티 시큐리티대응센터장은 “북한 공작원이 해킹으로 정보를 빼내고, 당에 헌납할 외화를 벌어들기 위해 이같은 위장 취업을 하는 사례가 2019년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북한 IT 인력임을 알면서도 고용할 경우 안보리 결의 위반 소지가 있다. 국내에선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측에 용역을 제공하거나 제공받는 행위는 남북협력사업에 해당하는 만큼 통일부 장관의 승인 없이 북한의 IT 인력에게 일감을 줄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北 공작원, 보이스피싱 앱·프로그램 개발
외교 소식통은 “최근 북한의 천재와 수학자 상당수는 소위 '돈 되는' 분야인 IT로 몰리고 있고, 한 해에만 수백명의 IT 전문가가 양성되고 있다”며 “북한 당국은 이들을 전 세계로 보내 외화벌이를 지시해 왔고, 최근엔 고도로 숙련된 최정예 전문가 그룹을 따로 만들어 암호화폐 관련 기업에서 일하게 하거나 암호화폐 해킹에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상면접 대신 채팅, 돈 내고 계정 빌리기도
이와 관련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화상면접을 요구하는 경우 (북한의 IT 공작원은) 계정 대리인의 얼굴을 보여주며 기술적 문제로 음성이 나오지 않는다고 둘러댄 이후 전화 면접으로 유도한다”며 “화상 면접을 하게 되는 경우엔 북한의 IT 인력이 계정 대리인의 컴퓨터에 원격 접속해 대신 프로그래밍 시범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은별' 개발자, 중국서 '기업형 외화벌이'
북한 IT 공작원은 해외 기업에 개별 접촉해 일감을 따내는 경우 이외에도 자체적으로 회사나 법인을 설립해 프로젝트를 수주하기도 한다. 위장 취업을 통한 외화 벌이가 기업화한 셈이다. 실제 2018년 9월 미국은 중국 소재 IT기업 ‘은성’을 대북 제재 명단에 포함했는데, 이 기업은 외형상 중국 IT기업이지만 실제론 북한인 정성화(52)가 운영하며 불법 외화벌이를 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은성을 운영한 정성화는 2000년대 초반 세계 컴퓨터 바둑대회를 휩쓴 북한 프로그램 ‘은별’ 개발자로, 북한 삼일포연구센터 실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엔 북한 IT 인력의 해외 파견을 총괄하는 등 IT 외화벌이를 이끈 주역으로 불렸다.
국가보안기술연구소장을 지낸 손영동 동국대 국방안전연구센터 초빙교수는 “최근 국내 개발 인력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IT 인력난이 심해지며 한국 역시 북한 위장 취업의 위험 국가로 봐야 한다”며 “간단한 앱이나 프로그램 개발의 경우 프로젝트나 일감 계약이 온라인으로 간소하게 이뤄지는데다 외주 업체의 경우 일감을 하청과 재하청, 재재하청주는 경우가 많아 북한 IT 인력의 위장취업에 취약한 구조”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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