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기업이 만든 MLB 패션, 中 홀렸다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2. 12. 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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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스터디] F&F

최근 국내 패션업계를 뜨겁게 달구는 기업이 있다. 바로 ‘F&F’다. ‘MLB’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등 브랜드로 유명한 회사다. F&F가 주목받는 이유는 하나다. 뛰어난 실적이다. MLB 브랜드의 해외 시장 연간 예상 매출액이 1조2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패션 단일 브랜드가 해외 매출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최초다. 주목할 점은 중국 시장에서의 성적이다. 나이키·아디다스 등 글로벌 패션 기업도 고전하는 중국 시장에서 나 홀로 질주를 이어간다. 한한령도 무색하다는 평가다. 세계 시장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지난 9월 골드만삭스는 39페이지짜리 보고서까지 내며 F&F를 집중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소비재 주식 중 중국 시장에서의 성장성이 가장 좋은 회사다”라고 평가하며, ‘매수’ 의견을 냈다. 세계적인 투자 회사가 한국의 중견 패션 기업을 ‘유망 투자처’로 뽑은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F&F는 중국 시장에서 MLB 브랜드를 ‘히트’시키는 데 성공했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의 MLB 매장. (F&F 제공)
▶ IP 이미지 상승 극대화

▷ 독특한 브랜드로 성공

F&F의 주특기는 ‘IP 라이선스’다. 패션과 전혀 상관없는 IP를 가져와 뛰어난 패션 브랜드로 만드는 데 능숙하다. 1997년 내놓은 ‘MLB’부터 2012년 내놓은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까지 모두 성공시켰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F&F가 라이선스 브랜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방법이다. 단순히 브랜드 로고만 들여와 옷을 만들지 않는다. 본래 IP가 가진 매력을 살리는 동시에, 다른 분야로 꾸준히 확장한다.

F&F의 전략은 ‘MLB’의 성공에서 잘 드러난다. MLB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IP를 활용한 브랜드다. 메이저리그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야구 리그다. 미국은 물론, 한국·일본·대만·멕시코 등 다른 국가에서도 인기가 많다. 때문에 각종 스포츠 패션 브랜드에서 IP를 활용한 제품을 많이 내놓는다. F&F도 본래 그중 하나였다. 1997년 MLB가 국내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만 해도 스포츠웨어 이미지가 강했다. F&F는 다른 브랜드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갔다. 단순히 로고만 받아 생산하는 ‘도매 라이선스’에 그치지 않았다. 마케팅·유통 등 브랜드 사용에 대해 전체적인 권리를 인정받는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현재 F&F는 글로벌 MLB 라이선스와는 다른 아시아(일본 제외) 마케팅 라이선스를 소유하고 있다.

F&F는 MLB 브랜드를 활용해 스포츠웨어를 넘어 다른 분야로 적극 진출했다. 야구 운동복에만 머무른 나이키·마제스틱·뉴에라 등 다른 라이선스 사업자와의 차별을 꾀했다. 패션 트렌드의 대세가 바뀔 때마다 유연하게 대응하며 브랜드를 성장시켰다. 캐주얼 패션이 대세일 때는 캐주얼 제품을, 스트리트웨어가 유행할 때는 스트리트웨어 제품을 내놓으며 대응했다. 동시에 브랜드가 갖고 있는 고유 정체성은 끝까지 지켜냈다. LA·NY 같은 상징적인 로고를 넣으며 본래의 뿌리인 ‘스포츠’ 이미지를 꾸준히 유지했다. 이 전략이 20년 넘게 지속되면서 MLB는 국내 시장에서 ‘스포티’하면서도 ‘유행을 선도하는 브랜드’라는 독특한 포지션을 갖는 데 성공했다.

이 전략은 중국 시장에서 MLB가 성공을 거두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다른 동아시아 국가와 달리 야구가 ‘비주류’ 종목이다. 당연히 메이저리그에 대한 인지도도 낮다. 2017년 F&F가 아시아 마케팅 라이선스를 획득하고 중국 진출을 시작했을 때 많은 우려가 나온 이유다. MLB와 야구 종목 자체가 생소한 중국인에게 통하겠냐는 의문이 컸다.

F&F는 한국에서의 성장 전략을 중국 시장에 그대로 적용했다. MLB 로고를 활용해 스포츠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은 유지하되, 디자인은 중국인이 선호하는 트렌드에 맞춰 제품을 만든다는 것. ‘야구 이미지’는 최대한 덜어냈다. 더불어 우수한 품질을 내세워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전략은 적중했다. 2017년 12월 홍콩에 플래그십 스토어 1호점을 낸 MLB는 2022년 2분기 기준 중국 본토에만 681개 매장을 거느린 ‘대형 브랜드’로 성장했다.

F&F는 중국 시장에 MLB 브랜드를 전개할 때, NY와 LA 같은 실제 메이저리그 구단의 로고는 차용하면서도 전체적인 디자인에서는 ‘미국’ 느낌을 최대한 배제했다. MLB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디자인’만 보고 사도록 마케팅에 집중했다. 결과는 대성공. 현재 중국 MLB 고객의 70%가 여성이다. 반면, 중국 내 메이저리그 야구단 팬은 대부분 남성이다. 중국 내에서 MLB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야구’가 아닌 MLB 브랜드 자체를 선호하는 고객이라는 뜻이다.

MLB는 중국 시장에서 독특한 포지션의 브랜드다. 신발·모자의 판매 비중이 높은 점은 스포츠웨어 브랜드와 유사하다. 매장 증가 수나 매출·판매량 상승폭도 여타 스포츠 브랜드와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제품 가격은 준(准)명품 수준이다. 광군제와 같은 전국적인 행사가 아니면 할인도 하지 않는다. 가격 전략만 보면 대중적인 브랜드라기보다는 고소득층이 선호하는 브랜드에 가깝다. 실제로 중국 시장에서 가장 높은 판매량을 자랑하는 MLB 신발의 객단가(SKU)는 939위안에 달한다. 이는 나이키·조던·뉴발란스 등 다른 스포츠 브랜드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의류 제품군 가격대 역시 중국 대부분 주요 스포츠웨어 브랜드보다 높다. 판매량은 대중적인 스포츠 브랜드와 비슷한데 가격은 프리미엄 브랜드와 유사하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클 수밖에 없다.

골드만삭스는 “MLB는 트렌드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정체성을 유지하며 독특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2026년까지 중국 시장에서의 연평균 성장률이 12%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스커버리는 MLB에 이은 또 다른 F&F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아웃도어와 라이프스타일을 오가는 전략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F&F 제공)
▶디지털 퍼스트 효과 톡톡

▷재고 관리부터 ‘팬덤’ 확보까지

F&F의 급성장 배경에는 ‘디지털 퍼스트’ 전략도 영향을 미쳤다. F&F는 김창수 회장이 직접 강조할 정도로 디지털 전략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현재 상품 기획, 생산, 물류, 디자인, 마케팅 등 패션 비즈니스의 전 과정을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다. 글로벌 물류 공급망의 경우 일찌감치 전산화 과정을 마쳤다. 현재 각국 매장의 주문 처리, 의류 생산, 제품 배송을 실시간으로 처리한다. 효율적인 재고 관리 덕분에 악성 재고 자산이 쌓이는 것을 최소화한다. 이는 곧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F&F의 디지털 전략이 가장 빛을 발한 부분은 ‘마케팅’이다. SNS의 파급력을 눈여겨본 F&F는 일찌감치 인플루언서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활용한 마케팅을 도입했다. 기존 광고 매체보다는 1020세대 사이에서 사용량이 많은 SNS를 적극 활용했다. 톱스타 대신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SNS 인플루언서에게 협찬했다. 마케팅 전략이 성공하면서 MLB와 디스커버리는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로 거듭났다.

팬들을 위한 ‘커뮤니티’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한국과 중국에서 이 전략은 제대로 먹혀들었다. MLB 브랜드의 중국 웨이보 계정 폴로어는 56만명이 넘는다. 이는 중국 전체 패션 브랜드 중 5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MLB는 야구를 넘어 메이저리그가 지닌 자체의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성공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F&F 제공).
▶골프·테니스로 진출

▷자체 브랜드 성공이 ‘과제’

다만, 새로운 도전에 ‘장밋빛’만 펼쳐지지는 않고 있다. 난관이 여전히 많다.

무엇보다 야심 차게 투자한 테일러메이드를 둘러싼 셈법이 복잡하다. F&F는 센트로이드PE가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할 때 5000억원을 투자하고 전략적 투자자로 합류했다. 현재 테일러메이드 지분을 가장 많이 확보한 주주로서, 센트로이드PE가 펀드를 청산할 때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향후 펀드 청산 시점에 지분을 완전히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게 F&F의 최종 목표다. 실제 김창수 F&F 회장은 센트로이드PE가 조성한 펀드에 참여할 때 “테일러메이드를 골프를 뛰어넘는 글로벌 브랜드로 만들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테일러메이드 몸값이 날로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2~3년 뒤 사모펀드에서 경영권을 가져올 때 가격이 너무 올라 있으면 애매할 수 있다. 그렇다고 단순 투자자로 남으면 F&F의 사업 다각화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고민하던 F&F는 올해 5월, 선제적으로 펀드 청산을 제안하고 인수를 타진했지만 센트로이드PE와 다른 출자자로부터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여곡절 끝에 경영권을 성공적으로 확보하더라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골프 시장이 고점을 찍고 하락 중이라는 게 가장 우려할 만한 내용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40%대 성장률을 기록하던 백화점 골프 상품군 매출은 9월 15%대로 줄었다. 코로나 수혜가 끝나고 골프 인구가 해외여행과 테니스로 몰리면서 골프 시장이 전반적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곧 고점에 다다를 것이라는 분석도 쏟아진다. 2~3년 뒤 경영권을 인수한 시점에도 골프 시장이 활황일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테일러메이드 브랜드의 특성 역시 감안해야 한다. 테일러메이드는 의류가 아닌 ‘용품’에 강점이 있다. 2020년 기준, 골프채(74.3%)와 골프공(12.4%)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골프 의류 비중은 1.7%에 그친다. F&F는 패션에는 일가견이 있는 회사지만 스포츠 용품에서는 아직 확실한 성공 사례가 없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F&F는 MLB에서 브랜드를 다른 카테고리에 성공적으로 확장시킨 경험이 있다. 모자에서 시작해 의류와 신발까지 히트 상품을 만들어냈다. MLB를 성공시킨 노하우를 테일러메이드 브랜드에 제대로 이식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7호 (2022.12.07~2022.12.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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