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순환 끊겠다” 추가 업무개시명령 발동, 尹 지지율 40% 돌파
정부가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보름째인 8일 철강·석유화학 업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지난달 29일 시멘트 분야에 이어 9일 만의 두 번째 발동이다.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추가 업무개시명령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한 총리는 “물류가 멈추면 산업이 멈추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 경제와 민생으로 되돌아온다”며 “특히 철강·석유화학 제품 출하 차질은 자동차·조선·반도체 등 핵심 산업으로 확대돼 경제 전반의 위기로 확산할 우려가 있다”고 명령 발동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또 집단운송 거부로 인해 “공장은 재고가 쌓여 더는 가동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수출을 하고자 해도 항만으로 실어나를 물류가 막혔다”고 전했다. 한 총리는 “화물연대의 자발적인 복귀만을 기다리고 있기에는 상황이 매우 긴급하고 엄중하다”며 “이번 조치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우리 경제를 지키기 위한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자 최선의 노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국무회의 후 합동 브리핑에서 “2주간의 대규모 물류 중단 사태는 우리 경제에 깊은 생채기를 내고 있다”며 “이 기간 철강·석유화학 업종 운송거부로 2조6000억원 규모의 출하 차질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 의결 직후 업무개시명령 안건을 즉각 재가했고,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집행에 돌입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화물연대가 집단 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하기 전까지는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원칙도 분명히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당·정이 제시한 ‘품목 확대 없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더불어민주당이 수용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입장을 묻자 “일관된 원칙을 여러 차례 밝혔다. 선(先) 복귀 후(後) 대화”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화물연대 복귀를 위한 어떤 전제 조건도 있을 수 없다”며 “업무에 복귀하고 나면 얼마든지 대화 테이블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 강공이 아니다. 지금까지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40%를 넘어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조사(5~6일 1000명)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41.5%, 부정 평가는 56.7%로 집계됐다. 같은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40% 이상을 기록한 것은 지난 7월 조사 이후 5개월 만이다. 직전 조사(11월 21∼22일)와 비교하면 긍정 평가는 9.1%포인트 올랐다. 여론조사공정 측은 “화물연대 파업 등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을 고수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전날 한국법학교수회 임원진과 오찬 간담회에서도 법과 원칙을 강조했다고 대통령실이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전했다. 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은 “교육 단계부터 법과 원칙이 바로 서야 법치주의가 완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을 따로 만나 “일찍부터 교육을 통해 법치주의를 체화해야 하고, 법을 지키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점을 공유해야 그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정과제회의 100분 생중계=윤 대통령은 오는 15일 ‘국민과의 대화’ 형식으로 100분 동안 생중계되는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한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민의 질문에 장관이나 대통령이 바로 답변하는 형식”이라며 이 같은 회의 일정을 공개했다. 국민 패널 100명을 포함해 150여명이 회의에 참여한다. 패널은 정책 수요자를 중심으로 각 부처 추천을 받아 선정하기로 했다. 회의 주제는 ▶경제와 민생 ▶미래 먹거리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과제 등 크게 네 가지로, 소관 부처 장관의 발표 뒤 질의응답을 진행한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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