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배우이자 작가 진혁, 그가 바라본 얼굴들

류지윤 입력 2022. 12. 8. 14:22 수정 2022. 12. 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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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배우 두 마리 토끼 놓치고 싶지 않아"

MBC '운빨 로맨스' 올리브 '뷰티학개론'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 얼굴을 알린 진혁이, 작가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이번에 홍대 상상마당에서 개인전 '민 MINE'을 개최해, 배우가 아닌 작가의 세계로 초대했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처음 마주했던 내 기억 속 얼굴들'로 주변 사람들을 관찰, 아이패드로 특징과 움직임을 포착해 작품으로 만들었다.

그가 미술을 시작한 건 우연이었다. '운빨 로맨스' 촬영 당시 사무실 세트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그림판에 마우스로 주변인들의 얼굴을 그려봤다. 사람들은 진혁의 그림을 재미있어했고 미술을 배워본 적 없던 진혁은 뜻밖의 반응에 흥미를 느꼈다. 이에 그림만 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따로 만들었다. 이후 관계자에게서 메시지를 받으며 지금의 개인전까지 오게 됐다.


진혁은 자신이 아는 얼굴들을 섬세한 애정과 그리움을 담아 그려냈다. 그는 왜 주제를 '처음 마주했던 내 기억 속 얼굴들'이라고 정했을까.


"사람 사이의 인연에 대해말하고 싶었어요. 중, 고등학교 때 친구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선이 연결돼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웃음) 인연은 선처럼 끊기기도 하고 이어지기도 하니까 이걸 선처럼 표현해 보고 싶었죠. 그림의 대상들은 저와 인연이 된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름을 붙이거나 누구를 그렸는지 알려주지 않아요."


진혁은 미술을 제대로 배워보지 않은 자신이 작가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고 두 번의 개인전을 진행하기 된 이 현실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기쁘기도 하지만 부담도 있었다. 그리고 이 복합적인 감정을 이겨내고 무사히 작품으로 사람들과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다.


"겸손을 떠나서 참 고마운 일이 저에게 일어나고 있어요. 인스타그램에 낙서한 걸 올렸는데 연락이 왔고, 이렇게 전시도 진행되고요. 작업을 하면서도 내가 이 공간을 채울 수 있는 사람인가란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제 주위에 미술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 친구들이 하고 싶은 작업을 저는 운이 좋아서 하게 된 것이라 굉장히 부담이 많이 됐어요. 그래서 몇 달 동안 압박감에 시달려서 잠도 잘 못 자며 이번 전시를 준비했죠."


작품의 제목은 모두 '마인'으로 통일시켰다. 진혁의 지인들의 얼굴이지만, 누구인지 당사자에게 알리지 않는다.


"작품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제 그림을 보면서 사람들이 여러 가지 생각과 여운을 느꼈으면 해요. 그런데 대상을 알려주는 순간,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저 같아도 그럴 것 같아요. 지인들이 많이 물어보는데 절대 알려주지 않고 있죠."


진혁은 불필요한 요소들을 배제하기 위해 눈을 감고 하나의 선으로 작업을 한다. 눈을 감고 작업하기 때문에 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눈을 감고 그리는 이유는 예쁘게 그리고 싶지가 않거든요. 눈을 뜨고 그리면 정해진 위치대로 그리게 되니까 눈 감고 시도해 봤는데 재미있더라고요. 한 작품을 그리기 위해 백 장을 넘게 그려요. 그 중에 완성도 있는 걸 모으죠. 엉망이지만 저는 재미있어요."


그는 자신의 그림을 본 사람들이 다양한 감정과 여운을 느끼고 가길 바란다. 자신 역시 전시회를 다니면서 여러 해석을 제시하는 그림들에게 애정을 많이 느끼고는 했다. 자신의 작품이 관객들에게 어떠한 일렁임을 준다면 작가로서 더할 나위 없는 보람이자 기쁨이다.


"이번에는 큰 사이즈 그림 전시를 시도해 봤어요. 많은 분들이 작품이 주는 에너지가 있어서 좋다고 하더라고요. 까만 작품을 보면 반사가 심해 거울처럼 자기 모습이 보이기도 하잖아요. 그렇게 자신을 투영해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기분이나 컨디션에 따라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를 수도 있어요. 제 그림을 하나의 감정으로 규정짓고 싶지는 않아요. 하루는 주말에 전시장에 갔는데 여자 그림을 보고 계셨어요.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해 엿들었는데 '슬프고 마음이 안 좋다'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사실 밝은 마음으로 그린 작품이었거든요. 또 한 번 신기하고 묘한 기분이었어요."


진혁은 앞으로 작가로서 더욱 인정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해나갈 예정이다.


"드로잉을 계속 한다면 지금의 주제를 이어나갈 것 같아요. 그런데 다른 걸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도 해요. 색이 있는 그림 같은 것도 그려보고 싶고요. 그리고 전시를 다양하게 개최하며 작가로서 입지를 굳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맙고 감사한 일이 많아서 기대에 부합할 수 있도록 잘해보려고요."


배우로서도 자신 앞에 놓인 과제를 게을리 하지 않을 계획이다. 오디션도 꾸준히 보고 있으며 연기에 대한 열정과 애정도 깊어가고 있다.


"아직 배우 진혁이라고 절 소개하는 일이 어색해요. 그림을 그릴 땐 작가, 연기를 할 땐 배우, 일을 안 할 땐 일반 사람이죠. 하하. 작품을 통해서 대중들께 또 다른 모습으로 인사드리고 싶어요. 그림과 연기 모두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제 자리에서 열심히 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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