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중앙회화대전 금상 수상자 유재미작가, 출품작 하나로 평가받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2022. 12. 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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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날것의 상상 wild imagination’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 희망… 현대인의 내면 상징

‘미술은 작품 그 자체만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공정함을 이어가고 있는 '제2회 중앙 회화대전: 2022, 새롭게 세우다'에서 지난 8월 1일 금상을 수상한 유재미 작가와 인터뷰했다.

유재미 작가는 미국의 명문 예술대학인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이후 일러스트 작가,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해 왔다. 그는 유년시절을 미국에서 보낸 후 한국에서 성장하였고, 다시 돌아간 미국에서 낯선 언어와 문화 안에서 새로이 소통하는 법을 익혔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의 정체성과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고찰을 시작하였고, 언어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시각적 언어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고 한다.

1. 수상 소감 부탁합니다.
국내에서 첫 공모전 참여였기 때문에 큰 기대가 없었습니다. 디지털 이미지로는 체감하기 어려운 여러 매체와 다양한 소재의 작업을 실물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겠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습니다. 전시에 참여한 많은 작품들 중 ‘Wild Imagination’을 선택해 주신 것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2. 수상을 예상하셨는지요?
만드는 사람은 각자의 최선을 다해 만들고, 관객의 평가를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말하듯 예술은 접하는 이의 주관과 시대적 영향아래 있는 학문이고, 이번 수상은 운이 좋게 감사하게도 알맞은 시기에 제 작업을 좋게 봐주시는 평가단을 만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3. 작품을 소개해 주세요.
우리는 모두 타인은 가지지 못할 고유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가지지 못한 타인의 소유를 끊임없이 열망하고, 고유의 아름다움을 싹 틔우는 그 순간 마저도 길들일 수 없는 상념에 사로잡혀 번뇌하며 괴로워합니다. 이는 냉혹한 진화의 과정에서 비롯된 생존과 직결되는 순수하고 원초적인 생존 본능을 떠오르게 해요. 어린아이와 유사한 모습이지만 과장되고 기형적인 비율로 형상화된 캐릭터들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 희망, 호기심과 같은 현대인의 내면을 상징합니다. 어쩌면 지나치게 큰눈은 감정을 표현하는 매개체로써 사회적 동물인 우리가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타자와 끊임없이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를 반영합니다. 무성하게 그리고 무심하게 뻗어 나가는 줄기와 형형 색색의 꽃들은 화면 속 인물의 끊임없는 상상과 고뇌의 산물입니다.

4. 기법이 무엇인가요?
아크릴 물감을 엷게 펴 발라 반복적으로 여러 겹 캔버스 천 위에 쌓아 올려 매끄럽고 납작하게 표현하여 유광 마감제를 사용해 마무리한 작업입니다. 물감은 안료와 바인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물감을 반복적으로 쌓아 올려 안료가 많아질수록 빛 반사가 좋아 발색을 높이는 서양의 회화 방식입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입체감과 생동감 있는 색감을 표현하였습니다. 화면의 구성에 있어서는 동양의 평면적 구성(composition)과 회화양식(stylization)에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윤곽 선(outline)은 원근을 압축하여 납작하게 혹은 평평하게 평면을 구성하는 서(書/calligraphy)에서부터 비롯된 동양 회화의 특징으로, 실제로 우리가 인지하는 복잡한 어떠한 대상이나 형태를 창작자의 기준으로 특정한 부분을 부각시켜 단순화하는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보는 이의 시선이 화면안에서 자연스럽게 리듬감 있게 흐를 수 있도록 되도록 많은 곡선과 윤곽선을 사용하였습니다.

5. 작업 과정은 어땠나요?
기존의 작업들은 디지털 매체, 종이, 보드, 우드패널 등 납작한 평면을 주로 사용해왔습니다. 참가작인 ‘Wild Imagination’은 디지털로 납작한 스크린상에서 스케치를 하고 캔버스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옮겨낸 작업입니다. 디지털 화면상의 이미지는 빛을 뿜어내고, 캔버스에 옮겨진 염료(pigment)는 빛을 반사하는데, 이 두가지 매체의 극명한 차이를 체감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작업 과정이었습니다. 이는 한동안 디지털 작업만을 반복하며 잊고 있었던 가장 중요한 매체의 물성에 대한 고민, 그리고 입체적 오브제로서 캔버스라는 5개의 보여지는 면과 이를 활용한 효과적인 시각적 소통방법에 대한 고민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이미지에 사용된 다채로운 색감과 조화로운 하나의 색을 선택하고 조색해 4개의 옆면을 채워 캔버스만이 가지고 있는 입체성을 부각했습니다.

6. 작품 영감은 어디서 얻고, 추구하는 작품 세계는 무엇인가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한명으로서, 직간접적 경험을 나름의 주관과 방식으로 소화해서 시각화 하는 작업을 주로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작업을 만들 때 접하게 되는 사건이나, 상황, 환경, 소재 등이 작업에 여과없이 투영되는 편입니다.

7. 이번 대회 참가 취지와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블라인드 심사를 진행한다는 부분이 참가하게 된 이유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창작자의 배경이나, 활동 경험, 교육 과정, 매체의 종류나 표현 방식 등을 배제하고 오롯이 출품작 하나만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전업작가 생활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전시 활동을 시작한 올 한 해에, 앞으로 더 좋은 작업을 하라는 격려의 의미로 와 닿았습니다. 중앙 회화대전은 앞으로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8. 어떤 작가가 되고 싶으세요?
시기와 연대별로 작가의 일생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회고전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여기에는 한 사람의 일생이 담기고, 그가 지나온 시대와 사상이 담긴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작가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일생에 거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나갔느냐가 체감되는 전시입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창작자로서 나름의 기록을 해 나아간다는 느낌으로 작업을 지속하고 싶습니다. 시간이 지나 돌이켜 보았을 때, 어떠한 과정을 통해 나의 작업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의 삶을,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지금’을 담아내게 될지가 궁금합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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