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이 지원해준 비료 55만t, 北 '미치광이 도박' 판돈 됐다 [심상찮은 北 식량난]
북한은 올해 총 63발의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이 중 46발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에 이뤄졌다.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해 온 윤 대통령을 향해 나흘에 한 번 꼴로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셈이다. 게다가 북한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단만 있으면 언제든 핵탄두 소형화를 위한 7차 핵실험에 나설 준비를 끝마친 상태다. 북한이 빠른 속도로 핵·미사일 고도화에 나서며 윤석열 정부는 역대 최고 수준의 안보 리스크를 마주하게 됐다.
올해 북한이 감행한 미사일 도발의 횟수와 강도는 종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김 위원장은 2011년 집권한 이후 통상 1년에 10~20발의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 상황은 “비정상적으로(extraordinary) 많은 수의 무기 시험”(지난 3일,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 국장)에 해당한다.
北 식량난 속 값비싼 '미치광이 도발'
북한은 2020년 초 코로나19 방역 조치의 일환으로 국경을 전면 봉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홍수와 가뭄 등 자연 재해가 극심해졌고, 대북 제재망 역시 한층 촘촘해졌다. 3중고가 장기화하며 북한의 민생 경제는 최악의 상황에 놓인 것으로 평가된다. 더구나 ICBM을 비롯한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는 막대한 비용을 수반한다.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도 제 살을 파먹으며 '값비싼 도발'을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북한 미사일 발사 비용을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의 경우 1발당 재료비만 300만~500만 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의 경우 2~3배가량 비싼 1000만~1500만 달러 수준이고, ICBM은 2000만~3000만 달러의 재료 비용이 필요하다.
식량 120만톤 부족한데 미사일에 7400억 '펑펑'
합동참모본부 등에 따르면 올해 북한은 SRBM 50발, IRBM 5발, ICBM 8발 등 63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KIDA의 미사일 비용 추계를 기준으로 미사일 발사에 투입된 재료비 총액을 계산한 결과 5억6500만 달러(약 7400억원)로 추산된다. 재료비 이외에 인건비와 기타 비용 등까지 감안하면 북한의 '미사일 도발 비용'은 1조원에 육박한다.
이 같은 비용은 북한의 식량난을 해소하고도 남는 규모다. 미 농무부는 지난 9월 발간한 ‘세계식량안보 평가’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올해 약 120만t 규모의 식량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했다. 통일부는 북한의 연 평균 식량 부족량을 80만t 규모로 추정하는데, 국경 봉쇄와 자연 재해, 대북 제재 등 3중고로 인해 평년 대비 식량 부족량이 40만t이나 늘어난 것이다. 미 농무부는 북한 인구 중 68.8%인 1790만명이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이 올해 식량 부족량 120만t을 수입하기 위해선 총 4억1700만 달러(약 5470억원)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2일 시카고선물거래소 기준 가격으로 각각 쌀(태국산 장립종 기준)과 옥수수를 60만t씩 수입하는 상황을 가정한 결과다. 북한이 만약 올해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5억6500만 달러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주민들의 식량난을 해결하고도 약 1억4800만 달러(약 1950억원)가 남는다.
中 비료 지원에 식량난 '숨통'
또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초 해상운송을 통해 쌀 50만t과 비료 55만t을 지원했다. 특히 비료 55만t의 경우 의미가 남다르다. 직접적인 식량 지원은 아니지만, 가뭄와 태풍 피해 등으로 급감한 수확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대북 지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교롭게도 중국은 대북 비료 지원 이후인 지난해 10월 한국의 요소수 사태를 촉발한 '비료 수출 검사 조치'를 발표했다. 요소와 인산비료 등 29종의 비료 품목에 대한 검역을 의무화하는 내용이었는데, 화학비료 비축량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중국은 이 같은 조치를 단행했다. 이는 비료 원료인 요소 수출 통제로 이어졌고, 한국에선 요소수 가격이 10배 이상 폭등하는 대란 사태가 벌어졌다. 북한으로선 비료 가격 폭등 및 품귀 사태를 앞두고 중국의 지원으로 상당한 양의 비료를 비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식 농업의 낮은 생산성과 비효율 등을 감안했을 때 중국에서 넘어온 비료를 활용할 경우 수확량이 2~3배 가량 늘어나는 증산(增産) 효과를 내는 것으로 분석한다. 비료 55만t을 지원하는 것은 쌀 165만t 지원에 해당하는 효과를 낸다는 의미다. 이는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분을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북한의 비료 수급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복합비료 1t을 추가적으로 투입할 경우 쌀 증수 효과는 대략 2~3t 규모로 추산할 정도로 비료의 식량증산 효과는 절대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국의 비료 지원로 인한 식량증산은 지난해 상황이다. 올해는 중국이 지난 8월에 쌀 10만t을 북한에 보낸 게 전부다. 당장 식량난이 심각해지는 걸 막을 순 있지만, 식량부족을 극복할 수준은 아니다.
식량 지원 이어 안보리서도 '방패막이'
북한 입장에서 중·러는 식량 지원 이외에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 제재 결의를 막아서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지난 5월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해 미국 주도로 추가 대북 제재를 안보리 표결에 부쳤지만, 중국이 비토(veto·거부)권을 행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후에도 중국은 미사일 도발을 “안보상의 합리적 우려”로 규정하는 등 북한의 방패막이를 자처하고 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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