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퍼스펙티브] 가짜뉴스 시대, 진짜뉴스 읽기 5가지 팁

오병상 입력 2022. 12. 8. 00:43 수정 2022. 12. 9.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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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수로 36년 기자생활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머릿속에 맴도는 한마디가 있다. 27년전 IPI (국제언론인협회) 총회참석차 방한했던 영국 가디언 주필 피터 프레스톤(1938-2018)의 덕담 아닌 덕담이다.

‘독재권력과의 싸움에 승리한 한국 언론에 축하드린다. 앞으론 자본권력과 싸워야 한다. 더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전성기를 만끽하던 한국언론에 던진 경고였다. ‘자본권력과의 싸움’이란 과열된 미디어 시장에서의 생존경쟁, 독자로부터 인정받기위한 품질경쟁을 뜻한다. 한국언론은 이 싸움에서 패배를 거듭하고 있다.

유튜브 '더탐사' 관계자 5명이 2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아파트 현관 앞까지 찾아가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사진제공=더탐사 유튜브]

더탐사 강진구는 해직기자 출신

더탐사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보도는 한국언론의 바닥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더탐사의 대표 강진구 기자는 경향신문 해직기자다. 과거 독재권력에 의해 강제로 해직된 기자와 다르다. ‘사규 위반’으로 징계 받아 해고됐다.

발단은 2020년 7월 강진구 기자가 회사의 승인을 받지않은 기사를 ‘단독’이라며 홈페이지에 올린 사건이다.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의 성추행 사건이 조작이란 내용이었다. 경향신문 편집국은 ‘피해자에 2차 가해’라는 판단에 따라 기사를 삭제했다. 강진구는 이 사건으로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다.

강진구는 2021년 여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계에 뛰어들 무렵 ‘윤석열 검증’이라며 많은 의혹을 주장했다. 경향신문 편집국은 강진구의 주장을 대부분‘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배척했다. 그러자 강진구는 ‘회사가 (윤석열과 유착한) 삼성의 외압으로 보도를 막는다’고 주장하는 등 반발하며 출근하지 않았다. 이런 일이 거듭되고 쌓여 2022년 4월에 해고됐다.

강진구와 경향신문의 기구한 역사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두 가지다. 첫째, 강진구는 이미 해고 3년전인 2019년부터‘탐사전문 유튜브 열린공감TV’를 만들어 회사와 무관한 취재활동을 해왔다. 김건희 여사가 ‘줄리’라는 주장을 끈질기게 제기해왔다. 경향신문은 이런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을뿐 아니라 강진구의 유튜브 활동마저 인정하지 않았다.

강진구 입장에선 경향신문보다 유튜브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자신이 확신하는 의혹을 마음대로 폭로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런 유튜브 활동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정파성이 강할수록, 선정적일수록 수입은 늘어난다.

둘째, 왜 경향신문일까. 경향신문은 중앙일간지로 유일한 사원주주제 회사다. 경향만큼 기구한 역사를 가진 언론사도 없다. 해방 직후 천주교 신문으로 이승만 정권을 맹렬하게 비판하다 1959년 폐간됐다. 5ㆍ16 직후 복간됐으나 박정희 정권을 비판하다가 1974년 5ㆍ16장학회 소유 문화방송(MBC)에 통합됐다. 민주화 이후 1990년 한화그룹이 인수했으나 적자를 면치 못하다가 1998년 IMF를 맞아 매각에 나섰다. 인수자가 마땅치않은 상황에서 경향신문 직원들이 인수했다. 사원주주제는 경향이 겪어온 수난사의 결과물이다.

모두가 주인인 까닭에 내부의 위계질서가 약할 수밖에 없다. 재무사정이 열악해 조직의 구심력도 떨어졌다. 강진구는 한화그룹이 인수해 의욕적으로 투자하던 1992년에 입사한 왕고참으로, 퇴사할 당시 편집국장보다 2년 선배였다. 강진구의 기사를 게이트키핑할 사람이 없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바라보고 있다. 한동훈은 더탐사와 협력한 김의겸을 고소했다. 2022.12.7/뉴스1

전통매체는 쇠퇴, 유튜버엔 열광

열악한 전통매체 경향신문은 기자 강진구를 잡을 힘이 없었고, 미디어의 신세계 유튜브는 정파성 기자에게 꿈의 무대를 제공했다. 그 결과 전국민이 첼리스트의 거짓말에 농락당했다. 첼리스트 본인은 물론 남자친구와 변호사까지 ‘거짓말’이라고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더탐사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거짓에 슈퍼챗(후원금)이 쏟아진다.

이는 강진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경향신문과 더탐사가 극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한국언론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좌우를 막론하고 유튜버들이 주도하는 선정적 폭로와 정파성 편향에 저널리즘이 위협받고 있다.

그래서 최근 미디어에 대한 이해, 비판적 뉴스 읽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비판적 안목에서 뉴스를 정확히 읽어내기 위해선 몇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뉴스 비교해보면 가짜 가려낸다

첫째, 비판적 안목은 비교에서 나온다. 정파성에 따라 해석이 갈리는 이슈의 경우 보수ㆍ진보 매체를 비교해 읽어야 한다. 뉴스 빅데이터 서비스 ‘빅카인즈(Big Kinds)’를 이용하는 것이 정확하다. 언론재단에서 만든 공익사이트라 알고리즘 조작이 없고, 광고가 없으며, 오래된 기사도 정확히 검색가능하다.

특히 유튜브의 경우 제대로 검증을 거치지 않기에 팩트라고 믿으면 안된다. 포털에서 같은 뉴스 키워드로 검색해 정식언론사에서 보도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정식언론사는 대개 200명 내외의 기자가 편집국에 근무하면서 기본 3중(부서장ㆍ에디터ㆍ편집부)의 게이트키핑을 거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팩트를 믿을 수 있다.

정부 영향받는 공영매체 경계해야

둘째,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는 공영매체는 경계해야한다. 공영매체들은 정부정책 홍보에 치중한다. 당연히 비판적인 시각이 없다.

한국엔 공영매체가 많은데 지배구조가 복잡해 잘 드러나지 않는 곳도 있다. KBS는 당연히 정부소유다. MBC는 정부(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문화진흥회’라는 법인을 통해 간접지배한다. YTN은 공기업(한전 자회사 등)이 대주주라 정부 영향 아래 있다. 연합뉴스는 뉴스통신진흥법에 따라 정부가 매년 300억원을 지원하는 국가기간뉴스통신며, 연합뉴스TV는 연합뉴스 자회사다.

특히 주목할 곳은 연합뉴스다. 연합뉴스는 통신사이기에 소규모 인터넷언론은 연합뉴스에서 산 뉴스를 제목만 손보는 정도로 고친 다음 포털에 내보낸다. 결과적으로 포털의 수많은 인터넷언론은 연합뉴스를 수없이 반복 재생산하는 중복채널인 셈이다.

그래서 포털에서 키워드 검색하면 같은 내용의 뉴스가 끝없이 뜬다. 차별화 포인트는 결국 낚시성 제목이다. 흥미를 자극하는 제목이 선택되면 해당 인터넷언론사는 조회수에 따라 포털에서 돈을 받는다. 10명 내외의 소규모 언론사들이 클릭장사로 생존할 수 있는 근거는 연합뉴스와 포털이다. 이처럼 왜곡된 뉴스시장 구조 속에서 연합뉴스는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잘 드러나지 않지만 정권의 영향력도 막강하다. 그래서 매년 300억원을 지원한다. 그 덕분에 연합은 대형 언론사 3배 규모의 취재인력(약600명)을 거느리며 압도적인 뉴스생산량을 자랑한다.

방송에서 순수민간영역은 상대적으로 작다. 지상파로는 사실상 SBS뿐이다. 2011년 케이블방송 4사(JTBC TV조선 채널A MBN)가 등장했다. 상대적으로 취재인력이 작다. 방송보다는 전통매체인 신문사의 분석보도가 자세하고 정보가 많다.

인용보도는 원문 확인해봐야 정확

셋째, 다소 불편해도 보도된 내용의 원문을 찾아보는 것은 중요하다. 인용보도의 경우 기자의 주관에 따라, 혹은 회사의 방침에 맞춰 발췌한 것이기에 단편적이거나 의도적일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보도의 경우 원문을 직접 확인해보는 것이 정확하다.

주요사건의 경우 법원판결문을 읽어보면 정확히 상황을 판단할 수 있다. 판결문을 검색해 찾을 수 있는 민간사이트(LBox 등)를 활용하면 된다. 재판 이후 업로드까지는 시차가 있지만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관련자료를 찾을 수 있다. 정당이나 정치인의 경우 발언 대부분을 SNS에 올려 놓는다. 물의를 일으킨 발언의 경우 상대편 정당이나 경쟁자가 올려주기에 SNS 검색해보면 어렵지않게 찾을 수 있다.

국제뉴스는 영국 BBC가 가성비 갑

넷째, 국제뉴스의 경우 영국 BBC가 활용하기에 좋다. 홈페이지 뉴스가 방대하고 이용이 편리하다.영국의 공영방송답게 명실상부한 객관성ㆍ중립성을 자랑하며 모두 공짜다. 미국와 유럽의 중간쯤인 서방의 시각이지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국제뉴스를 가장 광범하게 다루는 언론사로 꼽힌다. 그만큼 뉴스의 양이 많고 신속하며, 특히 영어표현이 간결하고 담백해 독해에 편리하다. BBC의 영어표현과 키워드를 이용해 구글에서 추가검색하기도 편하다.

좋은기사 ‘좋아요’가 좋은언론 후원

다섯째, 좋은 기사를 보면 ‘좋아요’를 눌러주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사소하고 귀찮은 일 같지만 인터넷 뉴스시장을 정화시키는 중요한 기능을 할 수 있다. 소위 ‘침묵하는 다수’가 진짜 좋은 뉴스를 지지하고 추천해주면 언론사와 포털의 데이터에 통계로 잡힌다. 좋은 평가를 받은 기사나 기자가 언론사와 포털에서 더 인정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좋은 기자를 길러내는 작지만 큰 후원이 된다.

오병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https://www.joongang.co.kr/find/columnist/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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