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뱃길
예능 프로그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막의 1차 목적은 출연자의 두서없는 말을 함축적이고 논리적으로 정리해 시청자의 이해를 돕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출연자의 말을 재밌게 해석해 유행 신조어를 만들고 시청자의 웃음을 유발하는 기능에 더 집중하는 듯 보인다.
MBC ‘나 혼자 산다’가 최근 유행시킨 신조어는 ‘뱃길 남매’와 ‘팜유 라인’이다. 먹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 방송인 전현무와 박나래를 일컫는 표현으로 먹을 것을 ‘뱃길(배로 이르는 길)’로 보내는 걸 즐기고, ‘팜유(식용유)’를 사용한 요리를 즐긴다는 뜻이다.
가수 최자가 등장한 472회 자막에선 ‘미식’ ‘대식’ 관련 신조어가 쏟아졌다. 밥상 앞에서 늘 진지하고 어떡하면 맛있게 많이 먹을 수 있을까 연구하는 최자는 ‘돼지학교수’이자 ‘배운 돼지’로서 지인들에게 ‘돼지학개론’을 강의하고 ‘먹트레이닝’을 유도하는 인물로 표현됐다. 또한 그가 낯선 동네에선 ‘돼지게이터(맛집을 감지하면 손이 족발 모양으로 바뀜)’로 변신하고, 방방곡곡 파견된 ‘돼지특파원’들과 함께 ‘돼트워크’ ‘돼지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고도 자막은 설명했다.
단어마다 ‘먹’자와 ‘돼’자를 붙이는 조어법은 조금 유치했지만, 최자의 ‘돼지학개론’ 중에는 공감 가는 내용이 꽤 많았다. “우리에게 먹을 기회가 많지 않다, 그러니 먹을 수 있을 때 먹자” “밥은 한 움큼씩 먹어 본연의 맛을 느껴라” “메뉴를 고를 땐, 식당 사장님과 소통하라” “잘 지은 밥이 소화가 잘된다” “돼지가 시장 그냥 못 지나간다” 등이다. 역시 맛있게 먹기가 최고다.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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