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153) 감장새 작다 하고
2022. 12. 8. 00:24
감장새 작다 하고
이택(1651∼1719)
감장새 작다 하고 대붕(大鵬)아 웃지 마라
구만리 장천(長天)을 너도 날고 저도 난다
두어라 일반(一般) 비조(飛鳥)니 네오 제오 다르랴
-병와가곡집
누가 감장새며 누가 대붕인가?
굴뚝새라고도 불리는 감장새는 몸집이 작고 색깔도 거무튀튀해 초라하게 보인다. 대붕은 장자에 나오는 상상의 새인데 북녘 큰 바다에 있다는 곤(鯤)이라는 물고기가 변한 것이며 세상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 그러니 감장새와 대붕은 극단적인 비유의 대상이 된다. 9만리는 가장 먼 거리를 상징하는 말이다.
그런데 감장새가 작다고 대붕더러 웃지 말라고 한다. 넓은 하늘을 나는 다 같은 날짐승인데 다를 게 무엇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택(李澤)은 조선 숙종 때 무과에 급제하여 전라좌수사와 평안병사를 지냈다. 당시는 문관을 존중하고 무관을 하대하는 풍조가 있었다. 따라서 무관을 감장새에, 문관을 대붕에 비유하여 충성이라는 목표는 한 가지인데 왜 차별하느냐는 항변으로 읽힌다.
과연 누가 감장새이며 누가 대붕인가. 정쟁으로 날을 지새우는 정가를 보며 우리나라는 정치가 가장 뒤처진다는 비판을 새삼 되새겨본다. 구만리 장천.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한데……, 핵을 든 북의 위협과 강성 노조의 파업, 나라 살림 형편은 겨울 날씨처럼 춥기만 한데…….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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