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반한 외국인…한국 찾아와 지갑 연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2. 12. 7.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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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가고 싶은 국가’ 1위 대한민국
WEF 관광발전지수 순위 韓 역대 최고

“한국에서 ‘이건희컬렉션’을 한다는데 예약 대신 해줄 수 있나요? 관람 이후 최근 미쉐린 3스타가 됐다는 ‘모수서울’ 예약이 가능한가요? 아이는 BTS 소속사 하이브 뮤지엄을 방문하고 싶다는데 이것도 예약해야 가볼 수 있는 곳인가요?”

외국인 VIP 관광 전문 여행사 ‘코스모진’에 들어온 최근 문의들이다. 코스모진은 인당 1000만원대 한국 여행코스를 기획, 판매하는 인바운드(한국으로 들어오는) 전문 여행사다. 정명진 코스모진 대표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외국인 문의의 질(質)이 달라졌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에 개별관광으로 오고싶어 하는 해외 VIP가 부쩍 늘어났다. 특히 예전에는 코스를 여행사가 짰다면 지금은 드라마, 영화에서 본 한국 근현대사 박물관으로 가자는 식의 구체적인 요구도 많다. 비용은 크게 따지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영국의 앤드류 왕자, 디자이너 톰 브라운, 배우 존 말코비치 등이 방문, 극찬했다는 한식당 ‘이종국백사104’의 이종국 셰프도 최근 분위기가 심상찮다라고 전한다. 참고로 ‘이종국 백사104’는 1인당 한 끼 100만원 한식 코스 요리로 유명세를 탔다. 코로나19 전까지는 1억원 짜리 포시즌스호텔 전용기 투어 때 들르는 식당에 포함됐을 정도로 각광을 받았다. 이종국 셰프는 “코로나19 이후 다시 서울에 오겠다는 해외 VVIP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며 “‘30년 된 간장’으로 된 요리를 먹을 수 있느냐는 식으로 질문도 구체적이고 식사 이후 투어 코스도 자기들이 직접 짜는 등 열의가 뜨겁다”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 조짐에 한국 내수 시장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다. 하지만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한국 위상은 코로나19 이전과 확연히 달라져 있다. 통계를 보면 언제든 먹거리, 볼 거리, 놀 거리 많은 한국으로 오고파 하는 외국인이 급증세다. 이는 한국 내수시장 활성화에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준과 소비의 질이 달라진 현장을 들여다봤다.

“통상 의식주가 강조되는 국가는 유적지 투어 이상의 매력을 찾기가 쉽지 않다. 과거 한국이 그랬다. 외국인 관광이란 고궁이나 한옥마을 투어 후 명동이나 면세점에서 단체 쇼핑하는 수준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높아진 국가 위상, K컬처의 세계적인 유행으로 한국 자체를 보고 즐기려는 외국인이 급증하고 있다. 선진국처럼 ‘휴미락(休美樂)’을 충족시켜주는 관광지의 위상으로 올라선 셈이다.” 오랜 기간 관광 산업에 종사해온 송주온 BT&I 회장의 말이다.

사실 한국의 관광 산업은 사정이 썩 좋지 않다. 한때 외국인 방문자 수가 2000만명을 넘긴 적도 있지만 관광수지는 21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이런 상황이 개선될 조짐이 뚜렷해 보인다. 여러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구글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수요 ‘증가폭’이 큰 상위 목적지 1위가 한국(25%, 2022년 9~11월)이다. 그만큼 한국으로 오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다. 관광 인프라 관련 대외 평가도 상승세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올해 5월 발표한 전 세계 관광발전지수 평가 결과 대한민국의 종합 순위가 117개국 중 15위를 기록했다. 2019년 대비 4계단 올라섰다. 참고로 WEF는 2007년부터 격년 단위로 관광 관련 지수를 발표하고 있는데, 올해 기록은 한국 역대 최고 순위다.

이런 통계 덕분일까. 실제 외래 관광객 숫자도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관광데이터랩 자료에 따르면 ‘위드 코로나’ 조치 이후 올해 10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47만6000여명으로 1월 8만1000여명 대비 6배 가까이 급증했다.

▶ 왜 이런 현상 빚어졌나

▷ K콘텐츠 체험 원하는 외국인 방한 봇물

“한국과 서울은 非아시아 지역에서 진입이 쉽지 않은 물리적 거리와 남북 대치 상황으로 인해 지정학적 리스크(위험)가 있다는 약점이 있다. 그래서 일본이나 중국 방문 전후 거쳐 가는 경유 관광지로서의 기능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격, 국가 호감도가 올라가면서 한국만을 단독, 장기 목적지로 삼는 관광객 유입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롯데호텔 관계자의 설명이다.

코로나19 장기화 당시 전 세계인이 영화, 드라마, 음원 등 K콘텐츠를 집중 소비한 덕도 크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되면서 한국 호감도가 자연스레 관광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 전언이다.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는 “ ‘집콕’하는 가운데 K콘텐츠에 나온 장소를 유심히 본 외국인들이 이 지역을 방문해보고 싶다고 문의하는 경우가 최근 부쩍 증가했다. 또 드라마에서 본 ‘소맥(소주와 맥주 혼합주)’ ‘치맥(치킨 + 맥주)’ 등 한국인들이 즐기는 문화를 체험해보고 싶다는 요청도 많아 이를 여행 상품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여세를 몰아 마이리얼트립은 최근 인바운드 여행 상품 강화를 위해 K콘텐츠 전문 스타트업 ‘스타트립’을 인수했다. 스타트립은 드라마 등 K콘텐츠 관련 여행지 정보 제공, 예약 서비스를 제공해온 회사다.

또 다른 인바운드 여행사 코스모진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해외에서도 화제가 된 후 외국인 고객의 빗발치는 요청에 따라 돈화문 박물관, 서울 박물관 등 드라마 속 내용과 주요 유적지를 엮어 체험하게 하는 ‘미스터 션사인’ 투어 상품을 내놨다. 이외에 미식, 휴양, 고급 쇼핑 등 관광 인프라가 국제적으로 진화했고 체험거리가 풍부해진 것도 관광 대국 진입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김지형 한양여대 외식산업과 교수는 “2017년 미쉐린 가이드가 한국 식당을 다루기 시작했다. 당시 미쉐린 가이드 별점을 받은 곳이 24곳이었다. 올해 발표한 2023 미쉐린 가이드에서는 35곳으로 늘어났다. 외국인 시각에서 믿을 만한 지표나 평가 통계가 늘어나고 실제 식당 수준도 함께 올라가는 선순환 구조가 외국인 입장에서 호감을 가질 만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외국인에게 익숙한 해외 고급 호텔, 리조트, 레스토랑, 명품 브랜드가 한국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파크 하얏트 호텔이 부산, 서울에 이어 강원도 원주에 3번째 호텔을 짓기로 했는가 하면 강원도 양양에는 세계적인 고급 리조트 ‘카펠라 양양’이 문을 열 예정이다.

세계 3대 아트페어인 ‘프리즈’가 첫 아시아 진출 국가로 한국을 선택했는가 하면 지미추가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 ‘추 카페 서울’을 연 것도 예사롭지 않다. 명품 브랜드 디올이 프랑스 본사에 버금가게 꾸민 ‘디올 성수’는 외국인도 다녀가고픈 지역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룩셈부르크에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박승은 룩스코 대표는 “해외 브랜드의 한국 진출 현상을 단순히 한국 내수 시장만 보고 결정했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며 “외국인 입장에서는 유명한 브랜드 매장, 행사가 한국에서 열린다는 사실만으로 일단 한국을 다시 보는 분위기고 이는 또 한국을 가보고 싶게 하는 동인이 된다. 해외 업체도 이런 수요를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 외국인 전용 서비스 약점

▷ 외국인 사갈 만한 K명품 부재

물론 과제도 많다. 무엇보다 외국인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외국인 대상 IT와 결제 서비스 등 인프라가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설화수, 후 등 화장품, 젠틀몬스터, 인스턴트펑크, 아크메드라비 등 외국인이 좋아하는 패션 브랜드가 일부 있지만 외국인이 작정하고 사갈 수 있는 K명품이 적다는 점도 숙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7호 (2022.12.07~2022.12.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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