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진 IPO 환경…자금 조달 리스크는 ‘여전’ [IPO 따상 감별사]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2. 12. 7.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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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시동 거는 바이오 기업들

올 들어 글로벌 증시가 얼어붙으며 바이오업계도 찬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기업공개(IPO)에 나섰다가 기대에 못 미치는 시장 평가에 상장을 철회하는 바이오 기업이 속출했다. 투자업계에서도 현재 수익성이 좋은 기업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투자 후 수익을 내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 데다 상장 문턱도 높아진 바이오 업종을 기피하는 현상이 생겼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긴 침체가 이어지던 바이오업계 분위기에 변화가 감지된다. 긴 침묵을 깨고 상장을 시도하는 기업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하반기에 상장한 바이오 업체들 주가 흐름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한 지난해와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여전히 기업가치가 낮은 수준이지만, 내년은 올해보다 분위기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업계에 퍼지고 있다. 다만 금리 상승으로 인한 자금 조달 리스크가 해소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올 하반기 상장을 추진 중인 바이오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루닛 제공)
▶IPO, 상반기 3곳 → 하반기 7곳

▷바이오노트 12월 코스피 상장 앞둬

올해 수많은 바이오 기업이 상장 문턱을 넘지 못했다. 총 10곳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고 2곳은 상장을 철회했으며, 5곳은 예비심사 과정에서 청구를 포기했다. 그 외 10곳이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지만 아직까지 답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3월 30일 청구서를 접수한 아벨리노의 경우 8개월 이상 진척이 없는 상태다.

상장에 실패하는 바이오 기업이 많아진 이유는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가 까다로워진 영향이 크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020년 말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기술평가 대분류 항목 조정과 평가 내용 세분화가 주 내용이다. 총 평가 항목 수는 기존 26개에서 35개로 늘어났다. 기술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항목은 기술의 진행 정도와 기술의 신뢰성 두 가지로 세분화했다.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그동안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바이오 기업들이 타격을 받았다. 기술 성장 기업은 이익에 대한 요건 없이 기술력을 근거로 상장이 가능했다. 이런 이유로 초기 이익을 내기 어려운 바이오 기업들의 상장이 비교적 쉬웠지만, 상장 관문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바이오 기업이 좀처럼 상장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올 하반기 들어 바이오 기업들의 IPO 성적이 개선되고 있다. 상반기에는 바이오에프디앤씨, 노을, 보로노이 3곳이 상장에 성공했으나 하반기에는 루닛, 에이프릴바이오, 알피바이오, 샤페론, 플라즈맵, 디티앤씨알오, 인벤티지랩 등 7곳이 코스닥 시장에 데뷔했다. 특히 상반기에 상장한 기업들은 모두 현재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하반기에 상장한 샤페론과 인벤티지랩은 공모가보다 높은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신약 개발 업체 샤페론의 수익률이 두드러진다. 샤페론은 11월 30일 한국거래소에서 604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 공모가(5000원) 대비 20.8% 높은 수준이다. 최근 상장한 약물전달 플랫폼 개발 업체 인벤티지랩도 공모가보다 높은 주가를 유지 중이다. 인벤티지랩은 11월 30일 한국거래소에서 1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공모가(1만2000원) 대비 8.33% 높은 수준이다.

하반기 IPO 최대어로 꼽히는 동물용 체외진단 전문기업 바이오노트의 상장도 조만간 진행될 예정이다. 진단키트 대장주 에스디바이오센서의 관계사인 바이오노트는 12월 8~9일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한 후, 13~14일 일반 공모주 청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공모 예정 주식 수는 1300만주, 희망 공모가 범위는 1만8000~2만2000원 수준이다. 바이오노트가 코스피 시장에 상장하게 되면 올해 LG에너지솔루션, 수산인더스트리, 쏘카에 이어 4번째 기업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전문가들은 상장 문턱이 높아진 만큼 상장에 성공하는 기업 수준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박재경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상장에 성공한 기업들은 까다로워진 상장 기준을 통과한 곳들”이라며 “갈수록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도 상장한 기업들의 펀더멘털은 탄탄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IPO에 나서는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근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3분기 상장한 에이프릴바이오와 루닛이 어느 정도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이슈가 있었음에도 여전히 괜찮은 주가 흐름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한국거래소의 엄격한 상장 기준이 완화된 건 아니지만 상반기보다 IPO 시장 분위기는 확실히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예심 청구한 기업 줄줄이 대기

▷현금 충분한 곳에 투자해야

상장예비심사를 진행 중인 기업 숫자로도 IPO 시장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접수하고 한국거래소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바이오 기업도 현재 10곳이나 된다. 이들의 청구서 접수 역시 하반기에 몰렸다. 올해 상반기에 청구서를 접수한 곳은 아벨리노(3월 30일), 지아이이노베이션(4월 20일), 에스바이오메딕스(5월 23일) 등 3곳이다. 큐라티스(8월 4일),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8월 17일), 글라세움(8월 17일), 파로스아이바이오(8월 26일), 한국의약연구소(10월 7일), 에이비메디컬(11월 11일), 메디컬아이피(11월 30일) 등 7곳은 모두 8월 이후 청구서를 접수했다.

다만 이들이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한국의약연구소는 지난해 9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으나 올해 1월 철회한 경험이 있다. 당시 회사는 보완이 필요한 사항이 있어 다시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큐라티스 역시 지난 2020년 상장을 추진했지만 예비심사 과정에서 승인받지 못해 상장을 철회한 뒤 2년 만에 재도전했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지난 4월 상장예비심사에서 미승인됐지만, 5월 재도전해 통과한 바 있다.

그 외 지난 11월 상장을 철회한 바이오인프라도 내년 2월 재도전할 전망이다. 바이오인프라는 지난 11월 16~17일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받자 상장을 자진 철회했다. 바이오인프라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감안해 좀 더 준비해서 내년 2월에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상장을 추진 중인 바이오 기업이 즐비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현금성 자산을 넉넉히 보유한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중의 유동성이 축소되고 자금 조달도 쉽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는 충분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2년 이상 들어갈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현금을 보유한 기업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역시 자금 고갈에 대비해 회사 상황에 맞는 경영 계획을 세밀하게 세워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자금 조달 리스크는 보통 임상 2상 이후부터 생긴다. 특히 해외에서 임상을 진행하는 기업일 경우 대규모 자금 조달은 필수적이다. 아직 임상 2상에 도입하지 않은 기업들은 당분간 연구개발(R&D)에 초점을 맞추고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 2상이나 3상을 진행 중인 곳들은 국내가 마땅치 않다면 해외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는 게 투자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7호 (2022.12.07~2022.12.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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