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개국 1위…전세계 사로잡은 팀 버튼의 '울적한 수요일의 아이'

남수현 2022. 12. 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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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공개 직후 전 세계 83개국에서 1위를 차지한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 공개 두 번째 주(11월 28~12월 4일)에는 4억1129만 누적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글로벌 톱10 순위에서 1위를 유지했다. 사진 넷플릭스 제공


‘수요일의 울적한 아이’가 세계를 홀렸다. 특유의 어둡고 환상적인 세계관으로 유명한 영화감독 팀 버튼이 처음 연출한 드라마 ‘웬즈데이(Wednesday)’ 이야기다. 지난달 23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8부작 시리즈 ‘웬즈데이’는 공개 나흘 만에 누적 3억 4123만 시청 시간을 달성하며 전 세계 83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공개 2주차(11월 28일~12월 4일) 집계에서도 4억 1129만 시청 시간으로 글로벌 1위를 지켰고, 한국에서도 OTT 통합 랭킹 1위(키노라이츠 기준)에 이틀(1~2일) 연속 오르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1930년대 출발한 원작 캐릭터, 현대적으로 재해석


팀 버튼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는 미국의 유명 가족 캐릭터 '아담스 패밀리'의 장녀 웬즈데이 아담스를 주인공을 내세웠다. 사진 넷플릭스 제공

팀 버튼 연출 소식으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은 ‘웬즈데이’는 미국에서 오랜 시간 사랑받은 가족 캐릭터 ‘아담스 패밀리’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스핀오프 작품이다. 1938년 뉴요커에 실린 신문 만화에 처음 등장한 아담스 가족은 겉으로 보기엔 기괴하고 음울하지만, 속은 정의롭고 따뜻한 매력으로 인기를 끌며 TV 시트콤,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 등으로 여러 차례 재해석돼왔다. 그간 작품들이 주로 아담스 부부를 주축으로 했다면, ‘웬즈데이’는 가족의 장녀인 웬즈데이의 10대 시절 이야기를 동화 같은 미스터리 스릴러로 담아냈다.

‘수요일에 태어난 아이는 울적하다(Wednesday's child is full of woe)’는 영미권 유명 자장가 구절에서 따왔다는 이름대로, 세상만사에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웬즈데이(제나 오르테가)가 학교에서 퇴학당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동생을 괴롭히는 남자 아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수영장에 피라냐를 푸는 기행을 벌인 웬즈데이는 5년간 벌써 여덟 번 전학을 다닌 괴짜이자 아웃사이더다.

넷플릭스 드라마 '웬즈데이'의 주인공 웬즈데이 아담스(제나 오르테가)는 동생을 괴롭힌 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수영장에 피라냐를 푸는 정의롭지만 기이한 소녀다. 사진 넷플릭스 제공


그런 그가 새로 입학하게 된 네버모어 아카데미는 뱀파이어, 늑대인간, 세이렌, 고르곤 등 흔히 ‘별종’이라 불리는 온갖 소외된 이들이 모인 기숙학교. 부모님이 25년 전 졸업한 학교이기도 한 이곳을 둘러싸고 연쇄살인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사건을 해결할 유일한 사람이 자신이라 직감하는 웬즈데이는 부모님까지 얽힌 이 사건의 깊고 오랜 진실에 한발 한발 힘겹게 다가선다.


겉부터 속까지 ‘팀 버튼’ 색채 가득한 기괴한 판타지


팀 버튼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고 1~4회는 직접 연출한 만큼 그의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색채가 듬뿍 묻은 화면이 가장 큰 볼거리다. ‘색깔에 알레르기가 있다’며 검은색 옷만 고집하는 웬즈데이의 의상들은 그의 성격을 드러내는 동시에 작품 전체에 어두운 색조를 드리우는 데 한몫한다.
웬즈데이가 다니는 네버모어 아카데미는 '해리포터' 시리즈 속 마법학교를 연상시키는 음산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사진 넷플릭스 제공
웬즈데이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캐릭터 '씽(Thing)'은 처음엔 기괴해 보이지만 갈수록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매력을 지녔다. 루마니아의 핸드트릭 마술사가 직접 손가락 연기를 한 뒤 몸통은 CG 처리해 완성됐다. 사진 넷플릭스 제공


고딕 양식의 네버모어 아카데미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호그와트 못지않게 마법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잘린 손 모양의 조력자 캐릭터 ‘씽(Thing)’, 식인 난초, 살아 움직이는 그림 등 낯설고 환상적인 요소들이 독특한 세계관을 수놓는다. 팀 버튼은 이야기의 주요 빌런인 괴물 캐릭터를 직접 디자인했고, 음악감독 대니 엘프만, 의상 디자이너 콜린 앳우드 등 그와 여러 작품을 함께 한 전문가들이 손길을 보태 ‘팀 버튼표’ 스타일을 완성했다.

무엇보다 잔혹하고 기괴한 외피 속에 따뜻한 감성을 숨겨뒀다는 점이 가장 ‘팀 버튼스러운’ 지점이다. ‘가위손’(1991), ‘빅 피쉬’(2004) 등의 대표작에서 사회에서 ‘비정상’ 취급받는 이들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담아온 팀 버튼은 ‘웬즈데이’에서도 ‘별종’들을 향한 뿌리 깊은 차별과 혐오를 주요 갈등 소재로 그렸다. 타인의 감정에 무신경하던 웬즈데이가 모험을 거치며 자신만의 세계를 깨고 점차 밖으로 나온다는 점에서 사랑스러운 하이틴 성장 드라마로서의 매력도 느껴진다.

세상과 불화하던 웬즈데이는 네버모어 아카데미에 다니며 마을 커피숍에서 일하는 타일러(헌터 두핸)와 첫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사진 넷플릭스 제공
정반대 취향을 지닌 웬즈데이(제나 오르테가)와 그의 룸메이트 이니드(엠마 마이어스)가 서로에게 스며드는 과정은 하이틴 성장 드라마로서의 따스함을 선사하는 대목이다. 사진 넷플릭스 제공

“웬즈데이는 아싸 중 아싸…깊이 와닿았다”


1991년작 ‘아담스 패밀리’ 실사 영화 연출을 거절했던 팀 버튼은 ‘웬즈데이’ 연출에 나선 이유에 대해 “무엇보다 웬즈데이의 캐릭터에 끌렸다. 그녀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나와 똑같기 때문에 그 세계관(world view)을 탐구해보는 게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월 참석한 한 행사에서 “웬즈데이는 아웃사이더(outcast) 중에서도 아웃사이더인데, 나 역시 청소년 시절부터 줄곧 그런 기분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작업은 내게 깊이 와 닿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웬즈데이'로 첫 드라마 시리즈 연출에 나선 팀 버튼은 "세계를 보는 관점이 나와 똑같은 웬즈데이 캐릭터에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사진 넷플릭스 제공
웬즈데이 역을 맡길 배우를 찾기 위해 수백명의 오디션을 본 팀 버튼 감독은 결국 적임자로 낙점한 제나 오르테가에 대해 "눈으로 감정 표현을 하는 배우"라고 했다. 사진 넷플릭스 제공


작품이 인기를 끌면서 웬즈데이를 연기한 멕시코계 미국인 배우 제나 오르테가(20)도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2012년 아역배우로 데뷔한 그는 2016년부터 디즈니 시트콤 ‘중간 딸은 힘들어’의 주연을 맡으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최근엔 ‘너의 모든 것’(2019), ‘예스 데이!’(2021) 등 넷플릭스 작품에 꾸준히 출연해왔다. ‘웬즈데이’ 공개 이후 하루에 약 100만명씩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늘어 작품 공개 전 900만명대에서 2317만명(7일 기준)까지 치솟았다. 팀 버튼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제나 오르테가에 대해 “마치 무성 영화 배우 같다. 눈으로 감정 표현을 한다”며 “매우 훌륭한 재능을 타고났다”고 평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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