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된 후 작품 선택도 달라졌어요" 미담 제조기 최원영
'슈룹'·'금수저' 두 얼굴 활약
"예쁜 대군들, 보고 있으면 뿌듯"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배우 최원영(46)은 하반기 종영한 '슈룹'·'금수저'에서 정반대의 얼굴을 오갔다. 돈을 향한 욕망에 거침없이 나아가는 재벌 회장이었다가, 곤룡포를 갈아입고 지덕체를 갖춘 성군이 됐다. 평범하면서 서늘한 얼굴은 곧 무지갯빛으로 물들었다. 마치 춤을 추듯 다양한 배역을 유영하는 그의 모습이 흥미로웠다.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사람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난 최원영은 "두 드라마 모두 좋은 반응을 얻어 다행"이라며 기뻐했다. 그는 "대본부터 흥미로웠고, 촬영하면서는 빨리 완성된 작품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원영은 지난달 12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금수저'(극본 윤은경 김은희, 연출 송현욱 이한준)에서 그룹 회장이자 황태용(이종원 분)의 아빠 황현도로 분했다. 현도는 상위 1% 재벌이자 단정하고 절제된 이미지와 달리 돈을 향한 집념과 욕망에 빠진 인물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슨 짓도 마다하지 않는 섬뜩하고 냉혈한적 면모로 후반부를 장악했다.
육성재·이종원이 금수저로 인생을 바꿨지만, 사실상 '1세대 금수저'는 최원영이었다. 그는 "황현도는 꽤 매력적인 캐릭터다. 극 초반, 정보가 알려지지 않은 키플레이어로 반전이 매력적이다. 세계관의 출발선에 있는 인물이라고 봤다. 황현도가 중요시하는 가치들, 야망과 욕망, 금수저를 갖고 싶은 심리 등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황현도가 어떻게 나고 자랐는지 서사는 자세히 그려지지 않지만 굴곡진 삶의 표면이 단적으로 비친다. 밀도 높은 인물의 농도를 어떻게 표현할지 배우의 몫이었다. 덤덤하게 최대한 걷어내려고 애를 쓰면서 연기하다 보니 잘 맞아떨어졌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금수저'는 최근 지상파 드라마의 흥행 부진 속에도 6~7% 시청률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최원영은 "전형적인 듯하면서 전형적이지 않다. 금수저를 모티브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결국 가족에 대한 메시지가 잘 전달됐다"고 분석했다.


최원영은 지난 4일 종영한 tvN 드라마 '슈룹'(극본 박바라·연출 김형식)에서 성군이지만 정통성에 콤플렉스를 지닌 왕 이호를 섬세하게 그렸다. 대비(김해숙 분)와 중전 화령(김혜수 분)을 비롯한 수많은 대신 사이에 놓인 이호의 복잡한 감정을 능숙하게 풀어냈다는 평을 이끌었다.
그는 "연기하기 어려운 인물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표면적으로는 시대상을 반영하지만 '슈룹'의 방향이나 메시지 전달에서 중전의 고군분투 서사가 깔렸고 큰 틀에서 함께 간다. 왕이 갖는 캐릭터 서사가 있지만, 아들 대군을 두고 뜻대로 되지 않는 아빠의 자세, 아내를 대하는 남편으로서 태도, 중전과 대비마마 사이에서 갈등과 고립 등 저울추의 균형을 지켜야 했다. 아슬아슬한 경계 속 중심을 잘 타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선의 역사 속 왕은 참고하지 않았다고 못 박았다. 최원영은 "일부러 왕의 기록에서 아이디어를 얻으려 하지 않았다. 정치적 갈등과 대립은 어느 사회나 나오는 이야기지만 극의 주된 방향은 그게 아니었다. 유형 삼아선 안 된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슈룹'은 성남대군 문상민, 계성대군 유선호 등 젊은 배우들도 뜨겁게 주목받았다. 호흡을 맞춘 최원영은 "대군들이 한곳에 있으니 예쁘더라"며 웃었다. 실제로는 딸 둘을 둔 아빠인 그는 "딸이든 아들이든 부모의 마음은 다 같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아들이라면 잘못했을 때 엉덩이도 때리면서 야단쳤을 텐데 딸을 둔 아빠의 마음은 그렇지 않더라.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아빠가 된 후 작품 선택도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배우로서 쓰임을 먼저 고려했다면, 이젠 아이들을 키우는 아빠 입장에서 보게 돼요. 이왕이면 험하고 남한테 해를 가하는 역할은 안 하고 싶어요. 소명을 다하면서 기준을 지키며 살아가려고 해요. 위로, 또 아래로 막중한 무게와 책임감을 느끼지만 돌이켜보면 그저 감사해요. 주변 사람들이 예쁘게 꽃 피우고, 제가 누군가 예쁘게 물들인다면 좋겠어요."

최원영은 업계에서 '미담 제조기'라 불릴 만큼 평판이 좋은 배우다. 이에 관해 그는 "인간적인 도리를 지키려고 애를 쓰며 살아갈 뿐"이라며 손을 저었다. 후배들과 잘 어울리며 조언도 많이 하냐는 물음에 "요즘 그러면 혼자 밥 먹는다"고 답하며 웃었다.
"후배들에게 사소하지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조언은 해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어렸을 때 선배들의 조언에 힘을 낸 기억이 있거든요. 다만 후배들이 현장에서 재미있게 하하호호 어울리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좋아요. '왜 나 빼고 놀아'하고 받아들이지 않아요. 모두가 나를 좋아할 수는 없잖아요. 촬영장에서는 왜 나를 싫어하는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요. 신경 쓴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고요. '그렇구나' 받아들이는 편이죠. 성격이 예민하고 섬세한 편이지만, 사소한 것을 배려하면서 편안하고 유연하게 타인과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편이에요."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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