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북핵 침묵' 길어지자…尹 '역할론→책임론' 강경해졌다 [심상찮은 北 식량난]

정진우 2022. 12. 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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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미사일 고도화 국면에서 한·미가 최근 중국을 향한 ‘역할론’을 넘어 ‘책임론’을 요구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요청했던 취임 초 메시지에서 벗어나 최근엔 중국을 사실상 북핵 문제의 공범으로 규정해 그 책임을 묻고 있다. 중국이 북한과 함께 핵 비확산체제를 위배하고 있다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확산시킴으로써 북·중 밀착 구도에 균열을 내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尹 "역할 희망", 習 "남북 관계 개선하길"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이후 줄곧 중국을 북핵 문제 해결의 주요 행위자로 강조해 왔다. 지난 8월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행사 당시엔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지난달 15일 한·중 정상회담에선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요청하는 식이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중국의 역할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제지하고, 비핵화 협상을 위한 대화 테이블로 북한을 끌어내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11.16/뉴스1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건설적 역할을 요청하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한국이 남북 관계를 적극 개선해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한반도 안보 상황을 제3자적 관점에서 관망하는 듯한 답변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설 뜻이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메시지로 해석되기도 했다.

시 주석은 또 “북한이 호응해 온다면 담대한 구상이 잘 이행되도록 적극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라며 “한국의 담대한 구상에 대해 북한의 의향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북 제재 완화와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 등 북한의 요구사항을 수용하는 게 우선이란 점을 못 박은 셈이다.


강경해진 메시지…"中 책무" 강조


지난 6월 방북 일정을 마친 후 돌아가기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손을 잡고 인사 나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이후 윤석열 정부의 대중(對中) 메시지는 눈에 띄게 강경해졌다. 특히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않으면 역내에 군사적 자산이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외형상 협조를 요청하는 메시지였지만, 실제론 북핵 고도화가 한반도 인근의 전략자산 증대로 이어질 것이란 점을 강조하는 경고였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중국은 북한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능력과 국제사회에서의 책무가 있다”며 책임론을 직접 언급했다.

관련 사정에 정통한 정부 관계자는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침묵하는 것을 넘어 추가 대북 제재를 막아서는 등 적극적으로 북한을 돕고 있는 만큼 국제 비확산체제 손상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북핵 문제의 공범이라는 인식이 커지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도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中 방패 삼아 핵·미사일 고도화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 국장은 북한이 올 들어 비정상적으로 많은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고 비판하며 중국 책임론을 부각했다. 연합뉴스
미국 역시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책임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관련 “북한 정권은 중국이 (미사일 발사에 대해)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낮다고 인식했다”고 말했다. 중국이 문제 삼지 않을 경우 안보리 등 국제사회가 북한을 압박하거나 새로운 제재를 가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을 북한이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를 통해 “(북핵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한·일 등 동맹국과 더 많은 방어 자산을 전진 배치하고 더욱 긴밀히 협력할수록 중국의 우려가 커질 것”이라며 “이같은 상황에서도 중국이 김정은의 목줄을 당기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중국이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미 공군이 공개한 차세대 스텔스 전략 폭격기 B-21 레이더

미국은 또 군사적으로도 북·중 양국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3일 미 3함대 소속 핵항모 니미츠함(CVN 68)이 제11 항모타격단을 이끌고 서태평양으로 출항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일본 요코스카 기지의 로널드 레이건함(CVN 76)과 함께 두 척의 핵항모가 서태평양에 배치되는 셈이다.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맞서 확장 억제를 강화하고,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실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14일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 핵 위협에 대한 중국의 침묵은) 이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ㆍ안보적 주둔 강화를 의미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 미 공군이 지난 2일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차세대 스텔스 전략 폭격기 ‘B-21 레이더’를 공개했다. AP통신은 B-21 공개에 대해 “향후 중국과의 충돌 우려가 커지는 것에 대해 국방부가 내놓은 답변”이라고 평가했다. 주한 미 공군 역시 군산기지 인근 상공에서 F-16 전투기를 활용한 공대공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는 사실을 4일 공개했다. 이번 훈련은 지난달 30일 중·러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 무단 진입한 데 대한 맞대응 성격이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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