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무원 北체포 직후…"구명조끼 세란 원스타 전화 왔다"
선장"준장이 3번 전화해 조사 시켜"유족에 고백
군이 구조 대신 '월북' 증거 확보에 치중한 의혹
소식통 "현재 군이 관련 장성및 진급자 조사중"
오후5시 '강찬호의 투머치토커' 상세보도
문재인 정부의 군은 2020년 9월 22일 서해에서 표류하던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체포된 사실을 파악한 직후 이씨가 탔던 어업지도선에 구명조끼 전수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 소식통은 "군은 당일 오후 4시쯤 특수정보(SI) 를 통해 이씨가 체포된 사실을 확인하면서 그 과정에서 (이씨가 착용한) 구명조끼가 포착되자 (출처를) 파악해보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에 따라 해군 작전사령부의 한 준장이 이씨가 탔던 어업지도선에 구명조끼 전수조사를 요청했다"고 했다. 그는 "해군작전사령부에 그런 지시를 한 윗선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함구했다.
국민이 해상에서 북한군에 체포된 직후 군이 구명조끼의 출처를 조사하도록 민간 선박(어업지도선)에 지시한 것은 월권인 데다, 북한군에 체포된 국민을 구조하는데 구명조끼를 전수조사할 필요성을 찾기 어려운 점에서 의혹이 일고 있다. 전직 국방부 차관 등 안보 전문가와 이씨의 유족은 "이씨가 북한군에 체포된 사실을 파악하자마자 '월북'프레임을 짜고 유리한 증거를 확보하려고 문재인 국가안보실과 군이 지시할 권한도 없는 어업지도선에 구명조끼 전수조사를 시킨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현재 군도 이 문제를 자체 조사하고 있으며, 연루된 장성들이나 장성 진급자, 진급 보류 대상자들을 조사 중"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이씨의 형 이래진씨는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 통화에서 "당일 동생이 탔던 어업지도선에 탑승해 수색에 참여하다가 오후 6시쯤 저녁을 먹으려고 갑판에 나왔는데, 구명조끼를 복도에 잔뜩 깔아놓아 선장에게 '이게 뭐냐'고 물으니 '해군 작전사에서 구명조끼 현황을 전수조사하라고 지시해 세어보고 있는 것'이라 답하더라"고 말했다.
이씨는 "선장에게 '작전사에서 누가 전화했나'고 캐묻자 '원스타(준장)가 했다'며 '오후 5시 50분까지 3차례 전화를 걸어와 조사를 지시했다'고 답하더라. 전화가 오는 간격을 20~30분으로 본다면 동생이 체포된 사실을 파악한 오후 4시 직후부터 3차례 전화해 구명조끼 전수조사를 3차례 반복해 시킨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군이 구조활동 대신 조끼 전수조사를 시킨 건 조끼 숫자가 하나 비면 동생이 월북을 목적으로 조끼를 입고 물에 뛰어들었다고 몰려는 의도였을 것"이라고 했다.
백승주 전 국방부 차관도 "국민이 북한군에 체포된 사실이 파악되면 군은 즉각 수색 작전과 함께 모든 핫라인을 동원해 북한 측에 구조와 인도를 요구해야 하는데, 그걸 젖혀두고 구조와 아무 상관 없는 조끼 전수 조사를 민간 선박에 불법적으로 지시한 것은 월북 몰이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군은 SI를 통해 이씨 체포 사실을 파악한 순간 이씨의 조끼가 중국산임을 파악했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전수 조사를 3번이나 지시한 건 조끼 숫자를 조작하려는 의도였을 의혹이 있다"고 했다. 그는 "SI(특수정보)를 담당하는 군 정보본부장이 이 씨의 체포 사실을 파악해 국방부 장관과 합참에 보고하자, 청와대 윗선(국가안보실)이 조율 끝에 합참 작전사를 통해 해작사에 조끼 전수 조사를 지시했을 것"이라고 지휘 라인을 추정했다.
이씨의 형 이래진씨는 "당시 선장에게 구명조끼 전수 조사 결과를 물으니 '선내에 있는 조끼는 법정 비품이 27장, 예비 비품까지 합하면 70여장인데 없어진 것 없이 그대로 있다'고 밝혔다. 해경이 공개한 선원 진술서에도 '조끼 현황에 이상 없었다'고 돼 있더라"고 했다.
이어 "동생이 구명조끼를 입고 배를 이탈한 게 아님이 확인되자 문재인 정부는 동생이 조끼를 사전 준비했었다고 몰고 가며 월북을 강변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감사원은 동생이 사망 당시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 차림이었던 걸 발견하고 '월북을 위해 구명조끼를 사전 준비했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했다.
(이 기사는 오후 5시 중앙일보 인터넷 '강찬호의 투머치토커'에 상세보도된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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