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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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환 기자]
▲ 함백산 정상 만항자에서 함백산 정상까지 한 시간 남짓이면 오를 수 있다. |
ⓒ 이보환 |
정선 만항재에 주차를 한다. 만항재는 정선군 고한읍과 영월군 상동읍이 맞닿은 곳이다. 해발 1330m 이 고개는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도로이다. 차량에서 내리니 한겨울이다. 올라오면서 느끼지 못했던 겨울 바람이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한다.
이날 목적지는 함백산이다. 만항재 주변은 하늘숲 정원과 정안 풍력발전단지, 천상의 바람길 등 요깃거리가 풍성하다. 주변의 빼어난 풍광과 볼거리에 사로잡힌 마음이 게을러진다. 발걸음 떼기가 쉽지 않지만 계획대로 함백산을 향한다. 해발 1572m 함백산은 태백시와 정선군 사이에 우뚝 솟은 태백의 진산이다.
만항재에서 시내버스 한 정거장 정도의 거리를 걸어가면 함백산 등산로가 맞아준다. 시작부터 오르막이다. 낙엽 쌓인 숲길은 색동옷 같다. 침엽수와 활엽수 낙엽이 알록달록 섞여 있다. 숲속에 들어서니 만항재의 겨울바람은 온데간데 없이 포근하다.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들로 꽉 채워졌다.
힘들게 오르막길 끝까지 왔는데 올라온 보람을 느끼기도 전에 내리막이다. '또 얼마나 오르려고 이렇게 내려가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내리막을 걸어가면 반드시 그만큼 올라가야 하는 게 불변의 이치다.
두 갈래로 길이 나뉘며 표지판 역시 양방향 모두에 '등산로'라고 적혀 있다. 나는 오른쪽 길을 선택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숲길은 차가 지나는 도로와 연결된다. 길을 잘못 들어섰나 생각하는 찰나 앞서 가는 등산객이 보인다. 도로를 건너자, 다시 숲길이 연결된다.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진행한다.
▲ 함백산에서 내려본 풍력발전단지 함백산에서 만행재 옆 풍력발전단지를 찍었다.멀리 내려보이는 발전시설이 작아보인다. |
ⓒ 이보환 |
정상에는 고산수목인 주목과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건너편 풍력발전단지의 바람개비가 손톱만해졌다. 하늘 바다에 띄어진 조각배 같다. 암석에 둘러쌓여 있는 정상석 뒤로 높고 튼튼한 돌탑이 있다.
함백산은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산이다. 태백산국립공원에 포함된 큰 산이다. 하지만 만항재에서 출발한 덕에 1시간 조금 지나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다. 내려오는 길은 석탄을 싣고 나르던 찻길을 선택했다. 운탄고도 1330에 포함된 명품 트레킹 코스다. 운탄고도는 구름이 양탄자처럼 펼쳐진 고원의 길로 영월, 정선, 태백, 삼척 폐광지역의 점(點)을 하나의 선(線)으로 잇고 있다.
어둠 속에서 가족을 위해 석탄을 캐던 가장들이 떠올랐다. 평생 지하 세계에 살았을 그분들의 삶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숙연해진다. 지금도 강원도 충북 곳곳에는 진폐증을 호소하는 어르신들이 있다. 고단했던 그 분들의 여생이 편안할 수 있도록 사회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만항재에 도착하여 천상의 바람길 안내도를 따라 걷는다. 길 아래의 숲속은 화원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정안풍력발전단지에 가까워지니 웅웅 거대한 소리가 난다. 함백산 정상에서 본 조각배는 으리으리한 함선이었다. 역시 모든 사물은 어디에서 어떻게 보느냐 차이가 크다.
겨울, 그것도 강원도 산의 저녁은 일찍 찾아온다. 빨리 걸어도 체온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야지. 아쉬운 발걸음을 되돌리며 마음속에 다짐한다. 만항재에 온갖 들꽃이 활짝 피어오를 때 다시 오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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