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로 뮤지컬, 배우들도 행복해졌죠”

김희윤 2022. 12. 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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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장 인터뷰
제작극장 선언한 세종문화회관
레퍼토리 개발 매진…올해만 창작 뮤지컬 3편
연간 2작품 제작 시스템에서 4작품 제작, 개별 작품 조명받으며 호평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우리 이야기로 창작 뮤지컬 레퍼토리를 쌓고 관객에게 선보이고 싶었다”

대관극장에서 제작극장으로 체질개선을 선언한 세종문화회관의 행보는 유통 플랫폼으로서의 역할과 창작 팩토리로서의 정체성 확립의 과제로 이어졌다. 코로나19 이후 넷플릭스를 비롯한 디지털 플랫폼들이 새로운 유통 플랫폼 강자로 등장하면서 극장은 강력한 경쟁자를 얻은 동시에 공고했던 창작공간으로서의 위상을 위협받았다.

백척간두 위기 속 서울시뮤지컬단을 이끌게 된 김덕희 단장은 과감히 창작뮤지컬 제작을 통한 레퍼토리 구축 작업에 돌입했다. 그는 “지난해까지는 1년에 정기공연 2작품에 라이선스 공연으로 운영했는데, 올해엔 과감하게 창작 뮤지컬 3편을 제작하면서 레퍼토리 확보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연간 2작품을 제작하던 단체가 4작품 제작에 나서다보니 동일한 예산과 인적자원의 가용범위가 확대되면서 업무량 또한 높아졌지만, 단원들과 단장은 오히려 과감한 시도에 큰 의미와 동력을 얻은 분위기다.

뮤지컬 '원더보이'의 한 장면. 사진제공 = 서울시뮤지컬단

첫 창작뮤지컬 레퍼토리는 김연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원더보이’로 문장에서 느낀 감동을 무대로 옮겨온 준수한 작품이란 평가를 받았다. 김 단장은 “소설의 난이도가 높다보니 무대화 과정에서 다듬는 시간이 좀 촉박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 아쉽다”면서도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초능력을 갖게 된 소년을 그린 원더보이는 뚜렷한 서사에 캐릭터가 매력적이라 무대에 옮겼을 때도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국 작가의 소설을 무대화한 작업은 민간 뮤지컬 제작사가 하기 어려운 일을 공공단체로서 선제적으로 시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는 김 단장은 공공단체로서의 책무를 민간에서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실험적 영역을 개척하는 것으로 수행하고 있다.

50대 여성들의 고민과 꿈, 인생을 그린 창작뮤지컬 ‘다시, 봄’역시 그런 도전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김 단장은 “새로운 관객층 개발을 위해 과거 X세대에서 중년에 접어든 50대에 주목했고 풍부한 문화적 경험과 구매능력을 갖춘 이들을 타겟으로 한 콘텐츠 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또한 예술단체 운영에서 작품만큼이나 중요한 단원의 동기부여를 목표로 기획에 착수했다”고 강조했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이를 위해 서울시뮤지컬단 소속 50대 이상 여자단원 7명, 화려한 주역의 시절을 지나 무대 뒤편에 서게 된 단원들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50대에게 들려주는 진실성에 기반한 이야기가 탄생했다. 디바이징(대본이 없는 상태에서 공연에 참여하는 배우들에 대한 리서치를 기반으로 창작) 방식으로 기획된 창작뮤지컬 ‘다시, 봄’은 50대 관객은 물론, 50대 여성을 아내로, 또 어머니로 둔 남편과 자녀 관객들의 이해와 호응을 얻으며 새로운 장르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이끌어냈다.

김 단장은 “화려한 쇼는 아니지만 50대 배우들이 자기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진솔하게 고백하는 것에 관객들이 공감하고 감동하는 것을 통해 당초 잘 팔리는 작품보다 참여자가 행복한 작품을 목표로 한 취지를 달성했다고 생각했다”며 “‘다시, 봄’은 내년에 콘텐츠 업그레이드과정을 거쳐 동시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더 보강한 뒤 서울을 비롯한 지역 투어를 계획 중이다”고 말했다.

현재 상연중인 창작뮤지컬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1920년 일제 강점기 경남 김해의 작은 마을 어진말에 사는 세 소녀가 사진 한 장으로 하와이에 남편을 찾아 떠나 그곳에 정착하며 살게 되는 사진신부를 그린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됐다. 레퍼토리 개발 과정에서 추천받은 이 작품을 놓고 그는 고민이 많았다고 고백한다.

뮤지컬 '알로하, 나의 엄마들' 한 장면. 사진제공 = 세종문화회관

“소설을 뮤지컬로 만들었을 때 일반적으로 고려하는 문제는 1인칭으로 쓰인 소설을 무대 위에 3인칭 서사로 전환하는 작업, 그리고 다수의 소설이 주인공의 내적 깨달음으로 끝나는데 이를 무대로 옮겼을 때 밋밋해지는 것을 어떻게 극적으로 표현할 것인가이다”라고 정의한 그는 “평면적 이야기로 나열된 원작을 극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해 이 작품에는 드라마 가이드 문정연 작가가 합류해 영화적 구조를 리빌딩하고, 이를 오미영 극작가가 대사를 쌓아올리며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과감하게 표현한 뮤지컬로 재탄생 시켰다”고 설명했다.

예술단체의 경쟁력은 레퍼토리 확보에서 온다고 굳게 믿는 김 단장은 내년에도 다양한 창작뮤지컬 제작을 이어나가 네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제작극장으로의 변화 선언은 예술단 입장에서는 큰 기회가 됐고, 우리 단체만의 위상과 브랜드, 그리고 충성고객을 만드는 첫걸음은 믿고 볼 수 있는 우리만의 고유 레퍼토리”라고 강조한 김 단장은 “뮤지컬은 상업성을 토대로 한 장르기 때문에 우리의 경쟁자를 민간의 단체로 상정하기 보단 창작뮤지컬 제작을 통해 공공단체로서 다양한 인프라를 개발하고 확장된 형태의 뮤지컬적 시도를 이어가는 것이 서울시뮤지컬단의 목표”라고 밝혔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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