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 김성철, 백색으로 그린 소현세자의 또렷한 존재감 [일문일답]

정진영 2022. 12. 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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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NEW 제공

시종일관 조용한데 이상하게 존재감이 크다. 유해진, 류준열 등 연기파 배우들의 화려한 연기가 쏟아지는 와중에 고요하게 머무는 것 같은 김성철에게 자꾸 눈길이 간다. 그래서 유해진이 김성철더러 “영화 홍보를 해야 하는데 내가 네 홍보만 하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를 한 것일까.

영화 ‘올빼미’ 개봉을 기념해 김성철과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소현세자를 연기하기 위해 많은 역사적 사료들을 찾아봤다고 했고, 이번 영화 이후 배우로서 커리어에 대한 기대감에 대해서는 “작품이 잘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그의 그런 열정과 책임감에서 어딘가 소현세자가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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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떻게 봤나. “재미있었다. 시나리오 자체도 워낙 한 번에 쓱 읽었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영화도 그렇게 진행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흥미롭게 다가왔다. 2시간이 조금 안 되는 영화인데 체감상 1시간 20분 정도였다.”

-극에서 소현세자를 연기했다. “소현세자는 굴곡이 큰 캐릭터는 아니다. 침착한 인물이다. 때문에 그런 소현세자가 어떻게 관객들에게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올빼미’에 나오는 인물들 가운데 다른 사람을 품을 수 있을 만한 사람이 없지 않나. 소현세자가 그런 면에서 존재감을 갖는 캐릭터였던 것 같다.”

-사극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맞다. 그래도 어릴 때부터 사극을 많이 봤고 늘 ‘나도 언젠가 사극을 해보겠지’라는 생각은 했다. 대사가 입에만 잘 붙으면 나와 잘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현세자는 실존 인물이다. 역사적인 자료들도 찾아봤는지. “영상 같은 걸 많이 봤다. 소현세자와 강빈에 대한 영상이 많더라. 조선에서 제일 안타까운 세자 하면 소현세자와 사도세자가 꼽히니까. 만약 소현세자가 왕이 됐다면 조선은 어떤 나라가 됐을까에 대한 상상을 담은 영상과 기록도 많아서 그런 것들을 보며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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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데 있어 어려움은 없었나. “실존 인물 연기에 대한 꿈이 있었다. 최대한 인물에 가깝게 표현하면서도 또한 내 식대로 풀어야 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다만 나는 연기를 할 때 동물적으로 하는 편이고 날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 전에 정보를 최대한 많이 얻으려고 했다. 그런 정보들이 체화돼 있지 않으면 인간 김성철 본연의 면들이 나올 것 같았다.”

-소현세자를 어떤 인물이라 생각했나. “실제로 소현세자가 20대에 청나라로 끌려가서 8년여 동안 있었다. 그때 자신이 데리고 온 식솔들을 구하기 위해 일을 했다고 들었다. 부인인 강빈의 도움도 받았고. 그만큼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도 계속해서 진보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에서 진취적인 인물이라는 느낌도 받았다. 색으로 따지면 강렬한 색은 없지만 존재감이 또렷한 백색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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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진 감독이 처음에 기침 소리를 듣고 ‘김성철이 소현세자’라고 생각했다고 하더라. “기침에 대해서 사실 고민을 많이 했다. (웃음) 가래가 막 끓어서 나오는 기침도 있을 거고 아주 가벼운 기침도 있을 거고. 그 중간 지점을 찾고자 했다. 너무 과하게 하면 정말 당장 죽을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목감기에 걸렸을 때를 떠올려 봤고, ‘그 소리면 학질을 표현하기에 괜찮겠다’고 판단했다. 나는 리딩 때 웬만해서는 최대를 보여주는 편이다. 그렇게 하면 다른 배우들과 리딩에서의 밸런스는 맞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게 해야 감독님과 다른 배우들에게 ‘저 사람은 저렇게 하겠다’는 느낌을 확실히 드릴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기침 소리는 리딩 전에 감독님께 컨펌을 받았다.”

-안태진 감독과 작업은 어땠나. “감독님 되게 열려 있는 분이다. 다 받아주신다.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부분에 대해선 정확하게 얘기하시는 편이고. 나는 연기를 할 때 여러 버전을 가지고 가는 편이다. 그 버전들을 보여드리면 감독님이 ‘여기선 숨기자’, ‘여기선 성철 씨가 하고 싶은대로 해 봐라’는 등의 디렉션을 주셨다. ‘올빼미’는 소통이 잘 되고 일정도 예정대로 잘 진행되는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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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한 단계, 한 단계 꾸준히 성장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큰 도약을 하려면 기회도 있어야 하고 운도 따라줘야 한다. 주변의 힘이 필요한 것 같다. 한 단계, 한 단계 가고 있다는 것도 감사하다. 그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나는 건강하고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이상 오래 연기를 하고 싶다. 나의 성장을 대중과 나누고 싶다. 산은 정상보다는 중턱이 좋다는 말을 예전에 어떤 선배에게 들었다. 천천히 중턱을 올라가다 50살 정도에 정점을 찍고, 그쯤부터 차근차근 하산하면 어떨까 싶다.”

-배우로서 열심히 달려왔던 지난 8년여를 돌아보자면.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어 감사했던 시간이었다. 돌아보면 정말 쏜살같이 지났다. 자세하게 세어본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대략 20~30개 정도의 캐릭터와 만났던 것 같다. 정말 다양한 기회가 내게 주어졌구나 싶다. 매번 다 잘해내지는 못했고, 완전히 만족하는 것들도 많지 않다. 그런데도 그런 기회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다.”

-2023년 목표가 있다면. “내년에 한국 나이로 서른셋이 된다. 내가 스물네살에 데뷔를 했는데, 그때 서른세살 형들 보면 되게 멋있었다. ‘서른셋인데 되게 젊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요즘 친구들이 나를 그렇게 아저씨로 볼 것 같다. (웃음) 그래도 멋있는 아저씨라면 좋을 것 같다. 철없는 애 같은 아저씨 말고 멋있는 아저씨가 되고 싶다.”

‘올빼미’는 지난달 23일 개봉, 연일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절찬리에 상영되고 있다.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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