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歷知思志)] 신기전
조선 세종 때 만들어진 신기전(神機箭)은 지금으로 치면 다연장 로켓 야전포에 가까운 무기다. 고려 말 화약을 들여온 최무선이 만든 주화(走火)를 개량한 무기로 알려져 있다. 화살에 폭약을 장착해 자체 추진력으로 날아가도록 했다. 신기전은 고려 말 왜구의 침입뿐 아니라 조선 초 여진족을 상대할 때도 큰 활약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북선에 다소 가려진 점이 있지만, 임진왜란 때도 판옥선 같은 함선에 장착해 톡톡히 재미를 봤다. 다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알려진 것처럼 보병을 살상하는 무기는 아니고, 주로 먼 거리의 배나 시설물을 파괴하는 중장거리 타격용 무기였다. 신기전은 단거리에서 보병을 살상하는 데 사용한 총통보다 3배가량 많은 화약이 들어갔다. 화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유황과 염초를 대부분 중국이나 일본에서 수입했던 조선 입장에서는 신기전을 대량으로 운용하기가 부담스러웠다. 신기전이 근대 무기 체계로 업그레이드되지 못하고 사라진 이유 중 하나다.
5일 폴란드는 “한국 K2 전차와 K9 자주포가 그디니아 항구에서 하역되고 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올해 한국은 폴란드에 K2 전차, K9 자주포, K239 천무 다연장로켓 발사대 등을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최근 한국은 방산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는데,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등이 유럽에서 큰 관심을 얻고 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한국은 ‘민주주의의 병기창’으로 주목받는 분위기다. 역사에서 아쉽게 퇴장한 신기전의 자취를 K9 자주포 등으로 다시 잇게 됐다.
유성운 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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