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색채 강해지는 인니 이슬람… 혼전 성관계, 낙태 금지 형법 개정안 통과

이해준 2022. 12. 6.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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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인도네시아에서 혼인 외 성관계를 갖거나 혼전 동거를 하면 처벌될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한 남성 활동가가 수도 자카르타의 국회 앞에서 자신의 귀를 막는 동작을 하며 혼전 성관계 금지 등을 담은 형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의회는 6일 외도를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아울러 낙태가 금지되고 대통령 모욕 시 처벌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실제 적용까지는 3년가량 걸린다. 대통령령 등 세부 규정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정된 형법에 따르면 앞으로는 혼인 외 성관계 적발 시 1년 이하의 징역, 혼전 동거 시에는 6개월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배우자나 부모, 자녀 등 당사자 가족이 고발해야 경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친고죄 형태로 정해졌다.

낙태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성폭행에 의한 임신이거나 의료법에 따라 태아가 12주 미만일 경우 산모의 건강 등을 고려해 낙태가 가능하도록 예외 조항을 뒀다.

현직 대통령을 모욕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등 대통령과 부통령, 국가 기관, 국가 이념을 모욕하는 것도 금지된다. 대통령 모욕죄의 경우 대통령만이 고소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도 신성모독 법을 확대했으며 사형제도는 유지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정한 6개 종교 외에 다른 종교를 가질 경우 징역 5년 형에 처하는 조항도 유지됐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슬람교와 힌두교, 개신교, 가톨릭, 불교, 유교 등 6개 종교만을 인정한다. 모든 시민은 이 6가지 종교 중 하나를 가져야 한다. 이는 공산주의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논란이 일었던 동성애 처벌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는 2019년 형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동성애를 불법으로 규정하려 했다. 그러나 국제 인권단체의 공개 반대도 이어지면서 재논의를 거쳐 결국 동성애 처벌 조항은 삭제됐다.

새로운 형법이 통과됐지만 반대 의견도 거세다. 개정된 법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하며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이날 인도네시아 의회가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이를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경제 단체도 우려가 크다. 새 법이 외국인에게도 적용돼 투자나 관광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

새로운 형법이 개정된 것은 인도네시아 내 이슬람 보수주의 문화가 강해지고 있어서다.

세계 인구 4위의 인도네시아는 전체 인구의 약 87%가 이슬람이다. 세계에서 무슬림이 가장 많은 나라다. 그동안 인도네시아 이슬람은 세속적인 면이 강했지만, 최근 원리주의적인 보수적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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