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중세 갑옷, 아이언맨 생각나네 [서울을 그리는 어반스케쳐]

오창환 2022. 12. 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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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을 보다

[오창환 기자]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을 보고 그렸다. 왼쪽부터 <세로 홈 장식 갑옷>,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 <마리 앙투아네트>그리고 <벌목꾼이 있는산 풍경>이다. 색연필로 관람객을 표현했다.
ⓒ 오창환
 
조선과 오스트리아가 외교관계를 맺은 것은 1892년이었다. 수교 당시 고종 황제가 프란츠 요제프 1세에게 조선 왕실 갑옷을 선물했다. 그러니까 올해가 수교한 지 130년이 되는 해여서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많이 있었는데, 그중 미술 행사로 10월 25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국립중앙 박물관에서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전이 열린다.
오스트리아 빈에 가면 다들 가는 곳이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인데 광장 한가운데 오스트리아 국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의 거대한 동상이 있고, 동상 양쪽으로 빈 자연사 박물관과 빈 미술사 박물관이 있다. 두 박물관 모두 유명하지만 특히 빈 미술사 박물관은 오스트리아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가문인 합스부르크 왕가가 600년 동안 모아 온 컬렉션으로 유명하다.
 
 빈 자연사 박물관에서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를 그렸고, 빈 미술사 박물관에서는 이집트 유믈을 그렸다.
ⓒ 오창환
 
나도 이곳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 가져갔던 노트를 찾아보니 빈 자연사 박물관에서 인류 최초의 예술품,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를 그린 게 있다. 이 조각품은 약 2만 5천 년 된 구석기시대 조각으로, 오스트리아 빌렌도르프에서 철도 공사 때 발견된 높이 11cm의 돌조각이다.

박물관 측에서는 이 조각을 위해 별도로 방을 만들어서 유리관 안에 이 조각을 보관하고 있었는데, 조명이 매우 어두웠다. 아마도 조각의 보존을 위해 그랬을 것이다. 그 앞에 서서 떨리는 손으로 조각상을 그렸다.

물론 미술사 박물관에도 갔었는데 어마어마한 규모의 미술관에 수없이 많은 작품이 있었다. 미술사 박물관에서는 이집트 유물을 스케치했다. 이 박물관은 이집트 유물 소장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전시는 빈 미술사 박물관의 소장품을 갖고 와서 하는 흔치 않은 전시라 꼭 보고 싶었다. 관객이 많이 몰려 미리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데 지난 1일 예약이 되어서 국립중앙박물관을 향했다. 예약을 시간별로 나누어서 받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왔다. 방학이 되면 더 많은 관람객들이 몰릴 것 같다.

13세기까지만 해도 합스부르크는 스위스의 평범한 백작 가문에 불과했는데,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되면서 정략결혼과 전쟁을 통해 스페인, 네덜란드, 독일 일부, 이탈리아 남부, 오스트리아 등 영국과 프랑스를 제외한 중앙 유럽 대부분을 지배한 가문으로 성장하였다.

600년을 유지해온 합스부르크 가문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오스트리아가 패전하면서 왕가로서의 역사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지금도 유력한 가문임에는 변함이 없다.
 
 사진 왼쪽부터 <막스밀리언 1세>, <세로 홈 장식 갑옷>, 얀 브뤼헐의 <꽃다발을 꽂은 파란 꽃병>이다.
ⓒ 오창환
 
전시장에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합스부르크 왕가의 세를 불린 막시밀리안 1세가 우리를 맞는다. 왕관이나 의상이 전형적인 포카의 킹카드가 연상된다. 그 뒤로  카를 5세가 있고 펠리에 2세를 거쳐 펠리페 4세 초상화가 나온다.

그는 정치적으로 크게 유능하지는 않았지만 예술을 사랑하였고, 많은 작품을 수집해서 지금 스페인의 프라도 미술관 컬렉션에 큰 기여를 했다. 그리고 벨라스케스를 궁정화가로 고용하여 수많은 명작을 남겼다.

벨라스케스는 문제적 명작 <시녀들>이라는 그림을 남겼는데, 그 그림 가운데에 있는 공주를 따로 그린 그림이 <흰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이고 이번 전시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이다. 귀엽고 건강해 보이는 공주도 커가면서 유전병 증상이 나타났고 21살에 요절하고 만다.

마리아 테레지아의 카리스마 있는 초상화도 있다. 그녀는 16명의 자녀를 두었고, 그중 막내딸이 마리 앙투아네트였는데, 이번에 그녀의 초상화가 왔다. 그 그림은 여성 궁정화가 엘리자베스 비제 드 브룅의 작품이다. 마지막 방에 가면 프란츠 요제프 1세의 초상화도 있는데 그가 바로 조선과 수교 당시 황제였고, 세르비아를 침공하여 1차 세계 대전을 촉발시킨 장본인이었다.

초상화 말고 다른 작품도 많이 있었는데, 거장 루벤스의 작품도 2점이 있다. 분위기 있는 브라운 색을 잘 쓴 반 다이크가 그린 초상화도 있다. 당시 반 다이크가 쓴 브라운 색이 큰 인기를 끌어서, 지금 우리들의 수채화 팔레트에 거의 필수적으로 들어있는 반 다이크 브라운의 기원이 된다. 네덜란드 풍속화가 피테르 브뤼헐의 아들 얀 브뤼헐의 꽃그림 정물화 등이 있는 정물화 방도 있다. 

왕가의 수집품 중 중세 기사의 갑옷을 4점 가져왔는데 정교하고 멋있다. 이 정도로 정교한, 예술품 수준의 갑옷은 보기 힘든데, 이 갑옷들은 당시 기술과 예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것 같다. 스타워즈의 스톰 트루퍼나 아이언맨이 중세 갑옷 전통 위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전시는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이라는 타이틀에서 볼 수 있듯이 합스부르크 왕가의 역사가 주요 테마이고 따라서 왕가의 초상화가 가장 중요한 전시물이다. 심지어 가문의 가계도까지 친절하게 만들어 이해를 돕고 있다. 그러나 그 밖의 전시물은 다소 아쉬웠는데 특히 빈 미술사 박물관은 피테르 브뤼헐의 작품 소장으로 유명한데, 이번 전시에는 한 점도 포함되지 않았다.

전시장 바닥에 전부 카펫을 깔아놔서 조용하고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었던 반면 그림을 설명하는 캡션이 너무 작고 어두워서 잘 보이질 않았다.  
 사진 왼쪽부터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 <마리 앙투아네트>, 룰란트 사베리의 <벌목꾼이 있는산 풍경>이다.
ⓒ 오창환
 
관람객이 너무 많아서 그림을 그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마리 앙트와네트 초상화 앞의 소파에 앉아서 저널 북과 만년필을 조심스레 꺼냈다. 하지만 안내원이 와서 '여기서는 펜을 사용할 수가 없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근처 카페에 가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그렸다. 그런데 내가 갔던 유럽의 어느 미술관에서도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하는 곳은 없었다. 물론 많은 관객이 몰리는 전시라 이해는 가지만 아쉽기는 하다.

저널 북에 <마리 앙투아네트>와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의 초상화 그리고  갑옷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세로 홈 장식 갑옷>을 그렸다. 룰란트 사베리의 <벌목꾼이 있는 산 풍경>이 너무 재미있어서 보면서 한참 웃었는데, 그중 벌목꾼 부분을 그렸다. 색연필로 관람객들 실루엣을 그려서 많은 관람객이 있다는 것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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