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재해 대응 허점… 소 잃고도 외양간 덜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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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하구 구평동의 한 야산.
지난달 30일 찾아간 서울 동작구 경문고 후문에도 익숙한 천막이 펼쳐져 있다.
복구를 위한 설계에 2개월이 필요해 8일부터 본격적으로 공사를 진행한다고 했다.
35년간 산사태를 연구해 온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5일 "산사태가 발생하면 원인 찾으랴, 소송하랴 복구가 1년 이상 걸리곤 한다"며 복구보다 사전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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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하구 구평동의 한 야산. 산등성이에 축구장 넓이의 녹색 천막이 펼쳐져 있고 하얀 모래주머니가 수백 개 놓여 있다. 2019년 10월 이곳 예비군훈련장 일대에선 산사태가 발생해 일가족 등 4명이 숨졌다. 희생자 유족과 재산 피해를 본 인근 기업들은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지난 2월 국방부에 책임이 있다고 최종 판단했다. 지난달 21일 방문한 이곳엔 사고 후 3년이 지났는데도 임시 조치뿐이었다. 구청 관할인 산 아래에만 사방댐이 설치됐다. 국방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산사태 보강공사 비용이 편성돼 있어 내년에 복구·예방 공사에 착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경북 포항에선 절개지가 무너졌다. 어린이집 차량을 운행하는 장모(60·여)씨는 북구 대흥중 경사면 아래에 주차한 차가 흙더미에 깔려 파손되자 폐차 처리했다. 장씨는 지난달 20일 “3년도 안 된 차량인데 보상받으려 전화했더니 학교와 교육청이 서로 모른다며 떠넘겼다”면서 “보상받을 수 있는지 안내조차 없다. 자연재해라 그냥 넘어가야 하는지, 변호사라도 알아봐야 하는지 고민”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긴급 복구를 마쳤다는 학교 뒤 주차장엔 임시 울타리 외에 다른 안전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찾아간 서울 동작구 경문고 후문에도 익숙한 천막이 펼쳐져 있다. 바람이 불자 고정되지 않은 천막이 휘날리며 돌무더기와 흙이 드러났다. 건물 옆 무너져내린 경사지의 돌덩어리들은 지난 8월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경문고 측은 사고 직후 긴급 공사를 통해 폐기물을 치우고 토사가 더 흘러내리지 않도록 울타리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복구를 위한 설계에 2개월이 필요해 8일부터 본격적으로 공사를 진행한다고 했다.
35년간 산사태를 연구해 온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5일 “산사태가 발생하면 원인 찾으랴, 소송하랴 복구가 1년 이상 걸리곤 한다”며 복구보다 사전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산림청의 산사태취약지역 2만6000곳, 행정안전부의 급경사지 위험지역 1만6000곳 등 정부가 관리하는 곳이 많지만 대부분 사고는 지정되지 않은 곳에서 발생한다”며 정부 주도 재난 예방의 허점을 꼬집었다. 또 “현장을 잘 아는 지역주민이 더 빨리 위험을 알아차릴 수 있다”며 “정부와 함께 재난을 상시 감시할 수 있는 민간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이한결 기자 alwayss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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