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피플] “죄송합니다”… 마스크 투혼 펼친 캡틴, 고개 들어요

김희웅 2022. 12. 6.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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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 보호 마스크를 쓰고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나선 손흥민.(사진=게티이미지)
소속팀 토트넘에서 제작한 손흥민의 검정 마스크.(사진=게티이미지)

손흥민(30·토트넘)은 고개를 숙였다. ‘마스크 투혼’을 발휘하며 국민들에게 깜짝 선물을 안겼는 데도, 미안함이 더 컸던 모양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6일 카타르 도하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1-4로 패했다. 조별리그에서 기적을 쓴 벤투호의 여정은 16강에서 막을 내렸다.

패배 후 손흥민은 여느 때와 달리 울지 않았다. 그는 “기대에 못 미쳐서 죄송스럽다는 말씀밖에 드릴 게 없다고 생각한다. 선수들과 스태프 모두 최선을 다해 이 경기를 준비했고, 경기장에서 보여줬다. 팬분들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기엔 브라질과의 실력 차이가 확연했다. FIFA 랭킹 1위인 브라질은 세계 최강 면모를 뽐냈다. 킥오프 휘슬이 울린 지 7분 만에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다. 브라질은 전반에만 4골을 몰아치며 한국을 맹폭했다. 한국은 후반 31분 백승호(전북 현대)가 중거리 슛으로 브라질 골문을 열었으나,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벤투호가 카타르에서 남긴 자취는 박수받기 충분했다. 더욱이 손흥민은 안면 부상이라는 고초에도 주장의 소임을 다했다. 월드컵 출전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었지만,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경기에 나섰다. 그는 얼굴 뼈가 완전히 붙지 않았음에도 향후 선수 생활의 위험을 감수하고, 국가를 대표한다는 사명감으로 뛰었다.

카타르 월드컵 전, 손흥민의 부상은 벤투호를 비롯한 한국 국민의 걱정거리였다. 하지만 손흥민은 “단 1%의 (출전) 가능성만 있다면, 그 가능성을 보며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앞만 보며 달려가겠다”며 안심시켰다.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에서 제작한 안면 보호 마스크를 들고 카타르로 향했다. 손흥민의 출전은 여전히 불투명했다. 벤투 감독이 예비 멤버 오현규(수원 삼성)를 데려간 이유다. 하지만 손흥민은 마법 같은 회복력을 보이며 우루과이와 조별리그 1차전에 출전했다. 눈 주위 뼈 네 군데가 골절된 후 22일 만의 실전 투입이었다.

몸 상태가 온전치 않음에도 날렵한 움직임을 보인 손흥민은 나흘 뒤 가나와의 2차전에도 선발 출격했다. 그러나 최약체로 꼽히던 가나를 상대로 석패했고, 손흥민은 월드컵이 끝나기도 전에 눈물을 흘렸다. 급기야 손흥민을 선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일부 축구 팬은 그의 SNS(소셜미디어)에 악플을 남기기도 했다.

포르투갈전 승리 후 기쁨의 눈물을 흘린 손흥민.(사진=게티이미지)

벤투호는 16강 진출을 위해 포르투갈을 꺾고, 같은 시간에 열리는 우루과이와 가나의 맞대결 결과를 살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기적을 일군 영웅은 손흥민이었다. 체력이 고갈된 후반 추가시간, 80m를 홀로 내달려 황희찬의 역전 골을 도우며 ‘카타르 드라마’를 썼다.

축구대표팀이 쓴 기적에 한국은 열광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대표팀이 준 울림은 매우 묵직했다.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을 이뤘으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손흥민을 비롯한 태극전사가 선사한 감동은 이미 충분했다.

손흥민은 “(브라질과의) 차이를 좁히는 데 있어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너무 어려운 경기를 했다. 16강까지 오는 데 선수들이 자랑스럽게 싸워줬다. 헌신하고 노력한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안와골절 부상으로 인한 통증은 괜찮다. 선수들이 고생한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응원해주신 것보다 기대에 못 미쳐서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다. 앞으로도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드릴 테니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고 했다.

손흥민은 더 밝은 내일을 약속했다. 월드컵 여정을 마치는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헌신이나 투혼을 내세우기보다 팀을 먼저 생각했다. 그가 보인 주장으로서의 품격은 월드컵 출전 의지를 드러낸 그날부터 탈락한 날까지 계속 빛났다.

카타르 월드컵 여정을 마친 후 팬들과 인사하는 손흥민.(사진=KFA)

김희웅 기자 sergi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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