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선대회장 총애 받았다 “CJ그룹 출범의 숨은 주역” [손복남 1933~2022.11.5]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어머니 손복남 CJ 고문이 5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이날은 CJ그룹(창업 당시 제일제당)의 창립 69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고인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호암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의 장남 고 이맹희 CJ 명예회장과 1956년 결혼하면서 삼성가와 인연을 맺었다. 경기도지사를 지낸 고 손영기씨의 장녀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의 누나다. 이재현 CJ 회장과 이미경 CJ 부회장, 이재환 재산홀딩스 회장 3남매를 뒀다.
재계 관계자는 “고인은 총명한 머리와 곧은 심성으로 일찌감치 이병철 선대회장의 총애를 받았다”며 “이 선대회장은 집안 대소사를 꼭 맏며느리인 고인과 상의했다”고 전했다.
“스스로 능력 입증해야” 장남에 특히 엄격
고인은 1970년대 중반부터 시부모인 이병철 회장 부부를 모시며 3남매를 키웠다. 특히 장남인 이 회장에게 엄격했다. 실력과 인성 면에서 손색 없는 경영자로 키우려는 일념에 “항상 겸손해라. 스스로 능력을 입증해라. 일 처리에 치밀하되 행동할 때는 실패를 두려워 말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CJ 관계자는 “이병철 선대회장이 장손인 이재현 회장을 유달리 사랑하고 신뢰한 근저에는 고인의 이런 노력이 있었다”며 “고인이 있었기에 이 회장이 제일제당을 물려받게 됐고 이는 CJ그룹 출범의 근간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고인은 이병철 선대회장의 창업 정신이 이재현 회장이 이끄는 CJ그룹의 경영철학으로 정립되는 과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호암은 사업 보국·인재 제일·합리 추구라는 창업 이념과 스스로를 낮추고 비우는 자세를 강조했는데, 고인은 이런 가르침에서 평소 이 회장에게 “겸허(謙虛)를 늘 마음에 두고,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CJ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은 어머니의 가르침을 CJ의 ‘온리원 경영 철학’(최초·최고·차별화를 추구해 초격차 역량을 갖춘 일등 기업이 된다)으로 정립해 그룹 발전 초기부터 CJ를 작지만 최고의 회사,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고자 했다”고 전했다.
고인은 제일제당이 글로벌 생활문화그룹으로 도약하는 기점마다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CJ가 문화사업에 진출하는 계기가 된 미국 드림웍스 지분 투자(1995년) 당시 손 고문은 창업자 중 한 명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집으로 초청해 직접 음식을 대접하며 성공적 협력 관계가 이뤄지도록 분위기를 이끌었다.
비비고엔 “외국인도 부르기 좋다”며 지지
2010년대 초반 글로벌 한식 브랜드 이름을 ‘비비고’로 정할 때도 “외국인들도 부르기 좋고 쉽게 각인되는 이름”이라며 힘을 실어줬다.
CJ가 ‘K푸드’ 확산을 꿈꾸며 2017년 개관한 연구개발(R&D) 허브 CJ블로썸파크를 구상할 때는 이재현 회장과 함께 주요 후보지를 둘러보며 주변 인프라와 시너지가 예상되는 현재의 경기도 수원시 광교를 지목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그런 어머니를 “CJ그룹 탄생의 숨은 주역”이라며 “내가 그룹 경영자로 자리 잡는데 든든한 후원자셨다”고 했다. CJ 측은 “고인은 말년까지도 그룹 경영진과 가족이 항상 성장하며 발전하도록 하는 화합과 교류의 든든한 구심점이었다”고 밝혔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중구 필동 CJ인재원에 마련됐다. CJ인재원은 이 회장이 어린 시절 고인과 함께 살던 집터로, CJ그룹 창업 이후 인재 양성을 위해 만든 곳이다.
이재용 회장, 홍라희 전 관장 가장 먼저 조문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6일 모친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과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재계 관계자는 “홍 전 관장과 고인이 각별한 사이였다”고 말했다.
언론계에서는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홍정도 중앙일보·JTBC 부회장,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등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재계에선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빈소를 찾았다. 김윤 삼양그룹 회장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등도 조문했다. 이어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이 다녀가는 등 범삼성가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정계에서는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조문했다.
홍라희 전 관장은 이튿날인 7일엔 차녀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빈소를 다시 찾았다. 이날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도 조문했다.
이날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과 구자은 LS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의 조문 발길이 이어졌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계 인사와 배우 강부자·윤여정 등 문화계 인사들도 빈소를 찾았다.
CJ 관계자는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 검소하고 차분하게 장례를 치르겠다는 것이 가족들의 뜻”이라고 밝혔다. 발인은 8일 오전 8시 30분, 장지는 경기도 여주시 선영이다.
백일현·이희권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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