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살아있는 경영의 신’ 떠나다…우장춘 박사의 사위 [이나모리 가즈오 1932~2022.8.24]
일본에서 ‘살아있는 경영의 신(神)’으로 추앙받던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교세라 창업주·명예회장이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30일 일제히 보도했다. 90세. 교세라는 이날 이나모리 명예회장이 지난 24일 오전 8시 25분 교토(京都)시 자택에서 영면했다고 밝혔다. 이나모리 회장의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교세라는 별도 추도식을 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27세 창업, 세계 전자 부품 회사 교세라 키워
회사 세울 돈도 없는 그를 7명의 동료가 따랐다. 1959년 4월 자본금 300만엔(약 3000만원), 종업원 28명으로 시작한 회사가 지금의 교토세라믹, 교세라다. 교세라는 이후 세계적인 전자 소재·부품·장비 회사로 거듭났다.
그가 ‘경영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것은 창업 3년 뒤인 29세 때의 일로 전해진다. 갓 입사한 사원 10여 명이 이른바 '월급'을 올려달라고 요구해 왔다. 창업 멤버들은 죽기 살기로 일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중도 합류한 젊은 사원들은 ‘잔업’이 괴로웠다.
“회사가 생긴 지 얼마 안 돼 미래를 확약할 순 없지만, 반드시 당신들을 위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통하질 않았다. 협상은 사흘 밤낮을 이어갔다.
이나모리 회장은 “믿을 수 없다면 속아보는 용기라도 가져봐 달라. 속았다고 생각한다면 찔러죽여도 좋다”며 설득해 직원들의 마음을 돌렸다. 이나모리 회장은 이 일을 계기로 회사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교세라는 이 일을 계기로 ‘기술’을 지향하던 회사가 전 종업원의 행복을 지향하는 회사로 다시 태어났다고 전했다.
이나모리 회장은 이후에도 창업을 이어갔다. 대표적인 것이 현재 일본 2대 통신회사로 불리는 KDDI 전신, 다이니덴덴(DD·1984년 설립)이다. 일본의 장거리 전화 요금이 비싸다는 생각에서 설립한 회사였다. 통신업에 뛰어들면서 그가 매일 밤 ‘통신사업을 시작하려는 동기가 선(善)인가, 사심은 없는가’를 자문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적자 늪 빠진 일본항공(JAL) 구원투수
그가 강연 등에서 자주 언급한 것은 ‘이타(利他)의 마음’이었다. 다소 희생을 치르더라도 상대를 배려하는 '이타의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인데, 사업에서도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보답 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타 회사의 구원투수로 등판하기도 했다. 1998년 파산 직전의 복사기 회사가 그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나모리 회장은 이 회사에 뛰어들어 빠르게 회생시켰다. 전후 최대로 불리는 적자를 안고 있던 일본항공(JAL)도 그의 손을 거쳐 살아났다. 당시 78세였던 이나모리 회장은 주위 반대에도 법정관리 상태였던 이 회사 회장에 취임했다. 불과 2년 8개월 뒤 JAL은 재상장에 성공하며 회생했고, 그에겐 ‘경영의 신’이란 칭호가 따라붙었다.
우장춘 박사의 사위였던 이나모리 회장
이나모리 회장의 경영비법과 철학을 담은 저서는 『아메바 경영』 등 약 40여 권에 달한다. 1989년 첫 발간을 시작으로 한국에도 1995년 『성공으로의 정열』이 번역돼 나오면서 인기를 모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한국을 찾아 강연하거나 인터뷰에 응하기도 했다. 교세라가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는 J리그 교토 상가 FC에서 활약한 박지성 선수를 아꼈던 일화도 유명하다. 자신의 경영철학을 전하기 위해 세운 세이와주쿠(盛和塾)를 지난 2016년 한국에도 설립했다. 사재를 출연해 이나모리재단(1985년) 세우고, 기술과 기초과학, 예술 분야에 공헌한 사람들에게 '교토상'을 수여해왔다.
도쿄=이영희·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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