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남매 낳고 요리 만학도…한국 음식 세계 알린 ‘문화사절’ [한정혜 1931~2022.5.9]
한국 음식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에 공헌했다고 평가받는 요리연구가 한정혜 전 한정혜요리학교장이 9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1세.
고인은 1931년 함남 북청에서 태어나 20세 때 사범학교를 나온 뒤 3년간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했다. 이후 월남해 23세 때 결혼했으나 첫 아이를 낳은 뒤 1952년부터 한때 법률가를 지망했다가 32세에 막내를 낳은 뒤 요리 공부로 길을 바꿨다. “늘 마음 한구석에 공부를 계속하지 못한 아쉬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1978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결국 1967년 4남매와 남편을 한국에 두고 일본에 유학 가 일본 에가미 요리학원, 갓뽀 요리학원을 졸업했다. 1년 후 귀국해 1968년 자신의 이름을 딴 요리학원(이후 한정혜요리학교 개칭)을 열었다. 1980년부터 10여년간 한국관광공사 위촉으로 한국 식생활을 세계에 알리는 문화 사절로 활동했다.
한국에 해외 식문화와 식사예절을 알리는 데도 일조했다. 1980년대 일본의 세계적 서양요리 전문가이자 식탁 예절 대가 이이다 미유키매너교실, 프랑스 문화성 국제예절학교 등에서 수학하며 국제 매너 카운슬러 자격을 취득하고 한국에 국제 매너 교실을 열었다.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서울장애자올림픽 급식 전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세계의 가정요리』 전집, 『한국요리』, 영문판 『Korean Cooking』, 일본어판 『한국요리백과』, 『맛있게 읽자 세계의 메뉴판』, 『매너는 매력이다』, 『즐거운 날의 상차림』 등 계량화한 음식 조리법과 식사예절을 담은 관련 도서 30여권을 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일본 방송 NHK의 한국 소개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 음식‧식탁문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고인은 1993년 서울보건전문대, 1995년 이화여대 강단에도 섰다. 고인은 2014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은퇴 후 한정혜요리학교는 문을 닫았다. 1996년 문교부 장관 표창, 1989년 보건사회부 장관 표창, 1995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유족은 3남(오재영〈강남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오재호·오재익〈개인사업〉)과 사위 백승억(백피부비뇨기과 원장)씨, 며느리 김진숙·이미숙씨, 손자 오인수(서울베스트의료의원 원장)·오인선(현대자동차 책임)씨와 외손자 백종준(한국전력 홍보국장)·종민(개인사업)씨, 손자며느리 이재현(라이나생명 상무)씨, 외손자며느리 박반야(한국에너지공대 교원)씨 등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6호실, 발인은 11일 오전 6시45분, 장지는 천안공원. ☎ 02-3410-6916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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