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청학련 변호, 민변 창립...군사정권 맞선 ‘1세대 인권변호사’ [홍성우 1938~2022.3.16]
군사정권 시절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 등에서 민주화 운동가 등을 대변하며 ‘1세대 인권 변호사’로 활동한 홍성우 변호사가 16일 별세했다. 향년 84세.
1938년 서울에서 태어난 홍 변호사는 경기중·경기고·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1961년 고등고시 사법과(13회)에 합격했다. 1965년 대전지법 공주지원에서 판사로 임용됐지만, 판사 생활은 길지 않았다. 1971년 박정희 정권의 ‘사법부 길들이기’ 에 반발해 판사들이 집단 사표를 제출한 ‘1차 사법파동’ 때 법복을 벗었다.
홍 변호사는 1974년 민청학련 사건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인권 변호사의 길에 들어섰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유신 반대 투쟁을 벌인 민청학련에 대해 “불순 세력의 조종을 받아 정부 전복을 꾀한다”며 긴급조치 4호를 발동하고 관련자 240명을 체포했다. 홍 변호사는 당시 사형 선고를 받은 이철 전 코레일 사장,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등을 무료 변론했다.
홍 변호사는 지난 2011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청학련 사건 관련 “당시엔 그저 군부 정권의 억압 정치에 대한 저항과 반감, 울분이 컸다”며 “유신이란 게 친위 쿠데타 아니냐. 법률가 입장에서 볼 때 도대체 말이 안 되는 독재 체제였다”라고 회상했다.
이후로도 윤보선·김대중 긴급조치 위반사건, YH무역 노동조합사건, 서울 미국문화원 방화사건,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부천경찰서 성고문 재정신청사건 등 주요 시국 사건의 변론을 맡았다.
1986년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전신인 정의실천법조회(정법회)를 결성했다. 2년 뒤에는 같은 1세대인 조준희·황인철 변호사와 2세대 조영래 변호사 등과 함께 민변을 창립한 뒤 이후 대표를 맡기도 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재무이사, 인권위원장, 기획위원, 환경보전특별위원회 위원, 참여연대 공동대표 등도 역임했다.
1995년에는 장을병 전 성균관대 총장과 개혁신당을 창당하며 정치에 뛰어들었다. 이후 같은해 통합민주당 수석최고위원, 1997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다. 홍 변호사는 2004년 인권변호 활동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저서로는 지난 2011년 출간한『인권변론 한 시대』 등을 남겼다. 이 책은 군사정권 시절 인권 변론의 기록을 담았다. 홍 변호사는 이 책의 서문에서 “양심범들의 정의로운 싸움이 훗날 역사의 법정에서는 떳떳하게 무죄로 밝혀지리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우리는 절망하지 않았고 포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족으로는 아내 정경남씨와 자녀 홍원기(OBS 아나운서)·윤선(동덕여고 교사)·윤주·윤정씨 등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21일이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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