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 부흥 이끌고...사촌동생에 ‘아름다운 경영 승계’ 화제 [구자홍 1946~2022.2.11]
“가족들에게 자긍심과 행복을 주기 위해 성실한 삶,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사는 데 노력하고 있고 여기서 삶의 보람을 느낀다.”(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
가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고객을 가족같이’라는 경영 철학을 강조했던 구자홍 LG니꼬동제련 회장이 11일 지병으로 타계했다. 향년 77세.
고인은 평소 “가족을 대하는 마음, 즉 사랑과 존중으로 주변 사람과 고객을 생각하고 교감하는 것이 ‘고객을 가족같이’라는 이념과 의미가 통한다”고 강조해왔다.
고인은 LG그룹 창업주 고 구인회 회장의 셋째 동생인 구태희 전 LS전선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동생으로 구자엽 LS전선 이사회 의장, 고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 구자철 예스코 회장이 있다.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과 구자용 E1회장,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사촌동생이다. 부인 지순혜 씨와의 사이에 구나윤 지오피 갤러리 대표와 아들 구본웅 마음그룹 대표, 며느리 유현영 씨를 두었다.
구자홍 회장은 1973년 반도상사(현 LX인터내셔널) 수입과로 입사해 반도상사 해외사업본부에서 근무했다. LG전자 대표이사 회장을 역임하며, 글로벌 성장과 노사 화합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LG전자 대표시절엔 남다른 선구안으로 ‘디지털 전도사’를 자처했다. 그는 한국 전자산업이 선진국을 앞설 유일한 기회가 디지털 분야에서 나온다고 봤다.
2003년 LS그룹이 LG그룹에서 분리된 후, 2004년부터 2012년까지 LS그룹 초대 회장으로 9년 동안 그룹 성장을 주도했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해외 진출, 연구·개발(R&D) 강화를 추진해 LS를 재계 13위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창립 당시 7조원이던 그룹의 매출은 30조원으로 4배 이상 성장했다.
고인은 계열사 자율 경영 문화를 뿌리내리게 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생전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너(총수)가 그룹을 일방적으로 이끌던 시대는 지났다”며 “각 계열사가 독립적으로 경영하고, 이사회가 그 중심에 서는 구조가 투명 경영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호존중의 정신을 LS그룹의 문화로 삼고 싶다”며“계열사별 자율 경영 기조도 이런 바탕 위에서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2012년 올해의 경영자 대상을 받은 뒤 “대나무가 꺾이지 않는 것은 마디가 있기 때문”이라며 “각 마디를 이루고 있는 전 세계 LS그룹 계열사가 본격적인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지휘자’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인은 ‘아름다운 경영 승계’의 모델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고인은 사촌 동생인 구자열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순조롭게 승계하며 ‘사촌경영’의 전통을 세웠다. 회장직 이양을 결정할 당시 고인은 “LS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더 역동적이고 능력 있는 경영인이 제2의 도약을 이뤄야 할 때”라며 “구자열 회장이 최적임자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고인은 2013년부터 2014년까지 LS미래원 회장을 맡았고, 2015년부터 LS니꼬동제련 회장으로 활동해 왔다. LS니꼬동제련 측은 “고인은 소탈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직원들과 소통하며, 임직원 화합과 건강한 기업문화 정착에도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소문난 효자로도 잘 알려졌다. 고인은 부모님(고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부부)이 살아 계실 때 같은 빌라 위아래층에 살면서 봉양했다. 여섯 남매 부부가 두 달에 한 번씩 부모님을 모시고 식사를 했다. 이 모임은 한 사람당 식사비가 3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규칙 때문에 ‘3만냥 클럽’으로 불렸다.
대외활동으로 한국전자산업진흥회 회장과 한국비철금속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금탑산업훈장, 한국CEO대상, 금속재료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20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월 15일 오전 8시에 진행될 예정이며 장지는 경기도 광주공원묘원이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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