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ed '2연속 빅스텝'?…"물가 잡으려면 경기후퇴 불가피"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번 달과 내년 2월 두 차례 연속으로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감돌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가 노동시장 과열로 내년에도 예상보다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며 “최종 금리 수준을 5% 이상으로 높이고, (다음 FOMC가 열리는) 내년 2월에도 빅스텝을 추진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Fed가 12월 FOMC 회의를 마치고 공개할 최종 기준금리 전망 범위도 기존 4.50~5.00%에서 4.75~5.25%로 소폭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시장에선 Fed가 ‘속도 조절’을 강조한 만큼 12월 FOMC에서 빅스텝을 밟은 뒤 내년엔 시장 충격이 덜한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WSJ는 “일부 Fed 위원들은 내년에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감소하지 않을 위험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2연속 빅스텝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럴 경우 미국 기준금리 상단은 내년 2월부터 2007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5%대에 진입하게 된다.
탄탄한 고용 시장…높아진 임금에 물가 상승 압력도 ↑
이는 최근 발표된 주요 경제 지표가 호재를 나타내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기대만큼 빨리 잡히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2일 발표된 미국의 11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년 대비 26만 3000개 증가했는데, 이는 시장 전망치(20만개)를 크게 상회한다. 실업률도 3.7%를 기록하면서 당초 예상(4.5%)보다 낮았다. 특히 인플레이션에 큰 영향을 미치는 평균 시간당 임금은 1년 전보다 5.1% 증가하면서 시장 전망치(4.6%)를 상회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5일 발표한 11월 비제조업(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전망치(53.7)보다 높은 56.5를 기록했다.
이는 Fed가 원하던 흐름이 아니다. 고강도 통화 긴축에도 고용시장이 탄탄하다는 것은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투자자들도 Fed가 2연속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까지만 해도 내년 2월 이후 기준금리 상단이 4.75%에 이를 확률이 46.1%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6일에는 5.00% 확률(52.5%)이 4.75% 확률(36.3%)을 크게 앞질렀다. 내년 2월까지 기준금리 상단이 5.00%에 도달하기 위해선 현재 수준(4.00%)에서 두 차례 연속 빅스텝을 밟아야 한다.
Fed가 예상보다 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는 공포심에 다우지수(-1.40%),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1.79%), 나스닥 지수(-1.93%) 등 3대 뉴욕 지수들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각국 중앙은행 “인플레 잡기 위해 경제 후퇴 불가피”
내년까지 고강도 통화 긴축이 이어지면 경기는 후퇴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Fed 내부에선 침체를 감수해서라도 통화 긴축의 고삐를 놓쳐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에스터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지난달 WSJ와의 인터뷰에서 “일정 부분 실질적인 (경기) 둔화 없이 어떻게 계속 현 인플레이션 수준을 낮출지 모르겠다. 우리는 목표 달성을 위해 경기 수축까지 겪을 수 있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아드리안 오르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이후 '의도적으로 경기 후퇴를 계획하고 있는지'라는 의회의 질문에 “맞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경제 내의 총지출을 줄이려고 한다”고 답변했다.
채현기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가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모든 중앙은행의 생각이 일치하진 않겠지만, 현재 주요국들의 통화 정책의 목적이 ‘선 인플레 억제’에 있다”며 “올 연말 물가가 큰 폭의 둔화세를 보이지 않는 한 (경기 침체 우려에도) 중앙은행이 섣불리 통화 완화를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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