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떠나는 날 中 3분간 ‘멈춤’…시진핑 “서방 제재에도 체제 수호”
“장 할아버지 편히 쉬세요” 애도 물결
당 대회 때 퇴장했던 후진타오 영결식 참석
지난달 30일 사망한 고(故)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 추도대회가 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거행됐다. 14억 중국인들은 관영 CCTV로 생중계된 추도대회를 지켜보며 3분간 묵념했고 전국에서 경적과 방공 경보가 울렸다. 묵념이 진행되는 동안 중국 금융 시장은 주식, 선물 등의 거래를 잠시 중단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침통한 표정으로 약 50분 동안 추도사를 낭독했다. 그는 “우리가 장쩌민 동지를 우러러보고 그리워하는 것은 그가 평생 심혈과 정력을 중국 인민에게 바쳤고 민족독립 인민해방 국가부강 인민행복을 실현하기 위해 분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1989년 중국에 중대한 정치 풍파가 발생했을 때 장 전 주석은 당 중앙의 동란 반대 기치를 단호히 실행하고 사회주의 국가 정권을 수호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80~90년대 서방 국가들은 중국에 소위 제재를 가해 전례 없는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장 전 주석은 당과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역사적 고비에서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지켜냈고 국가 발전의 견고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중국 정부가 천안문 민주화 시위를 유혈진압해 서방의 제재를 받았던 시기를 거론한 것이다. 장 전 주석은 그 해 6월 당 총서기에, 11월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선출됐다.
시 주석은 “우리 당은 사회주의 현대화를 건설하는 과정에 필연적으로 국내외 엄중한 정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사람은 고귀한 머리를 숙여서는 안 된다. 모든 적을 압도하는 영웅적 기개가 있어야 한다”는 장 전 주석의 생전 발언을 되새겼다.
시 주석의 추도사 낭독이 끝나고 참석자들은 차이치 정치국 상무위원의 구호에 맞춰 장 전 주석 영정 사진을 향해 세 번 허리 굽혀 인사했다. 장 전 주석의 아내 왕예핑 여사는 휠체어에 앉아 가장 앞줄에서 추도대회를 지켜봤다. 시 주석은 지난 10월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때 마스크를 쓰지 않았지만 이날은 착용했다. 당 대회 기간 하루 1000명을 넘지 않았던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최근 2만명대로 급증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당 대회 폐막식 도중 끌려나가듯 퇴장했던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전날 화장식 전 인민해방군 종합병원에서 열린 영결식에 시 주석과 함께 참석했다. 시신은 병원에서 2.5㎞가량 떨어진 바바오산 혁명공원으로 옮겨져 화장됐다.
장 전 주석의 고향인 장쑤성 양저우의 고택 앞에는 시민들이 모여 고인을 기리며 헌화했다. 온라인에서도 애도 물결이 일었다. 중국 네티즌들은 장 전 주석이 손을 들어 작별 인사를 하는 캐리커처와 “장 할아버지 편히 쉬세요” 등의 추모 글을 SNS에 공유했다.
장 전 주석은 덩샤오핑이 설계한 개혁개방을 유지하고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추진하면서 중국이 G2 국가로 성장하는 토대를 닦았다. 동시에 재임 기간 부패가 만연했고 정치 개혁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빈부 격차가 극심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경제는 2011년부터 성장이 둔화했고 미국과의 무역 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도 어려워졌다”며 “장쩌민 시대 중국 경제 성장의 교훈과 경고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고 지적했다.
추도대회를 마친 시 주석은 오는 8~9일 미국의 중동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중국·아랍 정상회의와 중국·걸프협력회의(GCC)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이날 아랍권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아랍 정상회의에 14개국 정상이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은 아랍과 중국 관계에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하고 있는 틈을 타 역내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석유 감산,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등을 놓고 미국과 관계가 벌어진 사우디아라비아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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