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 막아선 화물차에서 갑자기 문 열려…청계천 자율주행차 타보니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8인승 자율주행차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예약한 자율주행차 ‘청계 A01’은 오후 2시 10분 정시에 맞춰서 도착했다. 기자를 포함해 2명이 차에 올랐다. 강모(73)씨는 “청계천을 매일 걷는데 지나다니는 차가 신기해서 예약해 봤다”고 말했다.
청계 A01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청계천~세운상가 일대 3.4㎞ 구간을 운행한다. 요즘 청계천 일대에서 구경거리로 유명해졌다. 이날도 창문 너머에서 신기한 듯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사진을 찍는 시민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세운상가 정거장에선 대학생 3명이 승차했다. 대학에서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한다는 임우택(19)씨는 “주변에 지나가는 차량과 사람, 이륜차를 모두 인식해 차량 내부 화면으로 알려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고 말했다.
하루 100여 명 탑승…청계천의 새 명물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포티투닷(42dot)이 운행하는 자율주행차는 지난달 25일 운행을 시작했다.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인 송창현 대표가 2019년 세운 포티투닷은 올 8월 현대차그룹에 인수됐다. 포티투닷 차량은 지난 9월 말 이곳에 배치돼 한 달가량 주변 도로와 교통 상황을 ‘학습’한 뒤 운행을 시작했다. ‘레벨4’ 수준(대부분의 상황에서 자동차가 스스로 운행하며 특정 조건에서만 사람이 개입)의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운전자 역할을 하는 안전 관리자가 탑승해 수동으로 운전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안전 관리자가 페달을 밟거나 스티어링휠을 만지면 차량이 바로 감지해 수동 운전 모드로 전환했다. 청계광장 유턴 구간이나 세운상가 인근 공사장 근처도 운전관리자가 직접 운행해야 했다.
청계 A01이 세운상가에 다다르자 빌딩 공사가 한창인 곳에서 건설자재를 실어 나르는 화물차가 길을 가로막았다. 도로를 절반 가까이 차지한 화물차에서 문이 갑자기 열리면서 운전자가 하차하려던 순간도 있었다. 사람이 끄는 손수레가 1m 가까이 붙어 차 안에서 보기에도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청계 A01은 손수레에 접근하기 전 속도를 줄여 사고를 방지했다.
편도 2차선 도로엔 무단횡단하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다만 청계천 일대는 시속 30㎞ 이하로 속도 제한이 있는 데다 사람이나 이륜차가 다가오면 차량이 더 천천히 이동하기 때문에 사고로 이어질 상황은 아니었다. 포티투닷 관계자는 “시범 주행을 할 때는 이륜차가 역주행하거나 자전거가 갑자기 차도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청계광장 정류장에서 하차할 땐 미리 정해둔 정류장에 택시가 정차해 있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포티투닷 직원이 택시 앞에 놓여 있던 임시 구조물 걷어낸 뒤에야 하차가 가능했다. 포티투닷 관계자는 “차량에 달린 카메라 12대와 레이더 6개로 전방 약 170m 거리 떨어진 사물도 인지할 수 있다”며 “소프트웨어가 도로 상황을 계속 학습해 정류장이나 교차로에서 감속이나 가속을 해서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빠져나갈지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넘어야 할 교통 규제도 있다. 국내의 경우 어린이 보호구역은 자율주행이 허용된 지역이라도 사람이 반드시 운전해야 한다는 규정이 남아 있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자율주행이 허용되더라도 기존 법 때문에 운전자가 반드시 탑승해야 한다는 의미다. 세계 각국은 자율주행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 택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중국도 내년에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 택시를 도입할 예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율주행 기술 핵심 중의 하나는 주행 정보를 얼마나 많이 습득하느냐”라며 “소비자 불안감을 줄이고 규제 문턱을 낮춰 실제 주행 거리에서 학습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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