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소비자 신뢰 회복하려면…" [전효성의 유통인싸]
[한국경제TV 전효성 기자]
《SPC그룹의 제빵 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숨진지 한 달여가 지났다. 사고 이후 SPC는 안전 경영을 강화하겠다며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안전경영위원회'를 출범했다. 한국경제TV는 SPC 안전경영위원장을 맡은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을 만나 앞으로의 SPC의 안전 강화 방침에 대해 들었다. 그는 "잃어버린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건 일시적인 투자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며 "조직 전체에 안전 문화를 자리잡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Q. 엄중한 시기에 안전경영위원장을 맡아달라는 SPC측의 요청을 수락했는데. "SPC와는 과거에 아무런 관계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경제학자로서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적인 수준의 경영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SPC는 그동안 외부 자문 기관을 두지 않았습니다. 안전을 자문하는 위원장직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생각해보니까 경제학자가 당연히 할 일이고, 그동안 SPC가 성장한 과정을 보니 아주 빠른 속도로 성장했었습니다. 우리 K-푸드에 중요한 역할을 맡은 기업이고요. 사망 사고가 발생한 건 대단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고를 반면교사 삼아 세계적 수준의 안전 문화를 갖추면 세계로 성장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기대를 안고 안전경영위원장직을 맡게 됐습니다."
Q.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SPC의 쇄신 의지일텐데. "허영인 회장을 비롯해 경영진을 만나봤습니다. 안전 경영을 일궈내겠다는 상당한 의지가 있었습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도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고요. 어떤 형태로든 안전 수준을 절대적으로 높이겠다는 의지도 있었습니다. 안전경영위원회와 관련해서도 사무국을 상설로 설치했고, 위원회가 설립되기 전부터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안전에 관련된 설문도 다 받은 걸 확인했습니다. 그런 적극적인 의지가 보였기 때문에 위원회도 맡게 됐습니다."
Q. 안전경영위원회의 독립성은 어떻게 보장되는지. "위원회가 권고하는 건 100% 실천하겠다, 이런 식으로 서면으로 보장을 받은 건 없습니다. 그렇지만 위원회가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우리가 제시하는 개선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위원회가 얘기한 부분은 다 받아들이면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동안에 제안한 건 노동환경 개선을 적극적으로 해 나가자는 취지로 TF를 만들자고 했는데 지금 운영되고 있고요, 산업 안전에 관련해 보완할 수 있는 건 모두다 보완하자는 취지에서 직원들을 통해 필요한 개선사항을 취합했습니다. 노조를 포함한 근로자들과 인터뷰도 했었고요. 또 국제적인 인증 기관에서 인증받을 게 있다면 그런 것도 적극적으로 받자고 건의했고요."
Q. 지금까지 발견된 안전 취약 요소는 어떤 것이 있는지. "이번 사고는 굉장히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서 일어난 것 같습니다. 딱 하나를 지적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측면에서 안전 문화를 이 조직 전체에 갖춰야 한다는 생각은 아주 확실하게 갖고 있습니다. 하드웨어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모든 시스템에서 안전을 최우선순위로 둬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고에서 제일 안타까웠던 게 CCTV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CCTV를 설치하고 안전 설비를 설치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조금 더 나아가서는 공장 자동화 문제와 노동환경 개선 문제까지 다뤄야겠죠. 상당히 복합적인 차원에서 산업안전 문화를 끌어 올리는데 여러 가지 개선안을 저희가 제시하려고 합니다."
Q. 현장 직원들과의 소통에서 느낀 점은. "저희가 만난 SPC의 근로자들은 본인의 직장에서 사고가 났다는 점에서 정말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근로자들은 '앞으로 우리가 조그마한 거라도 더 개선하자'는 생각도 강하게 갖고 있었습니다. 많은 근로자들이 SPC란 기업에 대해서 상당히 자부심을 갖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사고가 나서 굉장히 자괴감이 많이 들었다, 위원회와 적극 협력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런 의견이 많았어요."
Q. SPC가 안전 강화에 3년간 1천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는데. "안전과 관련한 하드웨어와 시스템을 개선하는데 활용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쓸 것인지도 안전경영위원회의 안건 중 하나입니다. 어디서부터 먼저 할 거냐, 주안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를 우선 협의할 것 같습니다. 현재 실무진에서는 그 밑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금액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안전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시적인 투자로 해결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또 하드웨어를 잘 갖춘다고 할지라도 직원들의 인식과 일하는 문화가 중요하잖아요.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인 교육도 많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Q. 소비자 신뢰 회복이 가장 어려운 부분일텐데 이를 해결할 복안이 있는지.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기업이 움직여야 되는 거죠. 안전 관리를 잘 하겠다는 얘기가 나오겠지만, 정말 언행일치로 이런 계획을 실천하는가, 그래서 내가 매일 먹는 빵이 정말 안전한 환경 속에서 생산되고 있는지 소비자에게 믿음을 심어주도록 행동해야죠.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SPC는 글로벌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해왔습니다. 기업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외부적인 요인과 내부적인 요인으로 도전을 받죠. 이번도 그런 종류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 위기를 잘 극복하면 글로벌 기업으로 갈 수 있는 거고, 이 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더 성장이 어려울 수밖에 없죠. 제가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SPC 그룹이 이번 일을 굉장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상당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위기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하는 절박감이 있어요.
어디든 어떤 형태로든 위기는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진짜 성장을 위해서는 그 위기를 어떻게 발돋움해서 도약할 수 있느냐 그게 관건입니다. 세계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안전 문제는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SPC 같은 기업은 안전에 대한 글로벌 스탠다드를 앞으로 만들어 나가야 될 기업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기업이 안 하고 있는 것도 플러스 알파를 실천해야 하는 거죠."
Q. 앞으로 위원회를 언제까지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 계획인지. "안전경영위원회를 한시적으로 운영한다고 못박아 둔 것은 없습니다. 안타까운 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진 위원회지만, 활동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될 것으로 봅니다. 저는 산업 안전, 근무 환경, 기업의 사회적 책임, 세 가지 부문을 집중해서 볼 겁니다. 궁극적으로는 SPC가 안전 문화에 대한 사회적인 신뢰를 얻어 글로벌 기업으로 갈 수 있도록 조언을 하려고 합니다."
전효성기자 zeo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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