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유전자' 있다고 활동 중단한 할리우드 배우… 위험성은? [헬스컷]

이슬비 기자 2022. 12. 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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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O E4’가 핵심 위험 유전자… 생활습관으로 발병 막을 수 있어​
지난달 초, 마블 캐릭터 토르 역을 연기한 크리스 헴스워스(Chris Hemsworth)가 돌연 활동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알츠하이머병 고위험 유전자를 발견했기 때문인데요. 헴스워스는 충격적인 선언과 함께 앞으로 알츠하이머병 발병을 막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알츠하이머병 예방이 실제로 가능한 걸까요? 그렇다면 누구나 치매 위험 유전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는 사람은 예방 치료를 받고 싶을 텐데요. 지금까지 나온 알츠하이머병 예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APO E4가 핵심 위험 유전자
먼저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유전자 돌연변이는 크게 위험 유전자와 발병 유전자로 나누어집니다. 단어 그대로인데요. 위험 유전자는 있다고 해서 무조건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진 않습니다. 단지 위험률이 높아질 뿐입니다. 발병 유전자는 있으면 100% 알츠하이머병에 걸립니다.

헴스워스에게 있는 유전자는 위험 유전자입니다. 아포지단백 E4인데요. 발견된 위험 유전자 중에서 가장 흔하고, 치매 발병 위험도 크게 높이는 유전자입니다. 지질을 운반해 대사시키는 아포지단백 E(Apo E) 유전자는 염색체 19번에 위치하는데요. 총 E2, E3, E4, 3가지 형태 중 하나로 구성됩니다. 보통 정상적인 형태인 E3를 갖고요. 보호 유전자인 E2가 있으면 치매 발병 위험이 살짝 줄어듭니다. 우리 몸속 모든 염색체는 부모님께 하나씩 받아 한 쌍을 이뤄 존재해요. 그래서 Apo E 유전자는 총 6가지 표현형, ▲E2·E2 ▲E2·E3 ▲E3·E3 ▲E2·E4 ▲E3·E4 ▲E4·E4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본인에게 어떤 표현형이 있는지는 간단한 혈액 검사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강성훈 교수는 "E3·E3가 가장 많고, E4는 하나만 있어도 치매 발병 위험이 올라간다"며 "E3·E4는 일반인 보다 3~4배, E4·E4는 11~16배가량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헴스워스는 E4·E4를 보유하고 있죠. 사실 E4 한 개는 꽤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로 보면 5명 중 1명(20%)에게, 한국에선 10명 중 1명(10%)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E4 두 개는 매우 드뭅니다. 전 세계 인구 중 3~5%에게서, 한국에선 1.5%에게서만 발견됩니다. 아 참, E2의 보호 효과는 E4가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이는 효과보다 약해서 E2·E4를 보유한 사람도 E3·E3보다 치매 발병률이 높습니다. E3·E4의 치매 발병률 보단 아주 조금 낮은 정도입니다.

발병 유전자로는 대표적으로 프리세닐린1·2(PSEN), 아밀로이드전구단백(APP)가 있는데요. 다행히 정말 매우 드뭅니다. 있으면 보통 20대부터 65세 전까지 이른 나이에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APO E4, 뇌 속 플라크 형성 위험 높여
APO E4 유전자가 있으면 어떻게 알츠하이머병이 유발되는 걸까요?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장혜민 교수는 "뇌세포 안이나 주변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플라크를 형성해 많아지면 신경 세포가 죽어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등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하게 된다"며 "APO E4 유전자가 있으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더 쉽고 많이 생성된다"고 말했습니다. 위험 유전자가 있는 사람은 아예 알츠하이머병이 발병하지 않을 수도 있어, 정확하게 언제쯤 생긴다고 말하긴 어려운데요. 보통 APO E4 유전자가 하나 있는 사람은 65세 이후 발병하곤 합니다. E4 유전자가 2개라면 65세 이전 알츠하이머가 생길 가능성이 커집니다.

◇생활 습관 개선, 알츠하이머병 발병률 크게 줄여
위험 유전자가 있는지 미리 알아도 알츠하이머병 예방이나 치료는 아직 어렵습니다. 그럼 헴스워스는 왜 연기까지 쉬는 걸까요? 건강한 생활 습관으로 발병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헴스워스는 가족들과 호주로 돌아가 건전한 생활 습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장혜민 교수는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 유전자가 있어도 모든 사람에게 발병률이 똑같은 건 아니다"며 "알츠하이머병은 환경 요인을 정말 많이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운동이 중요한데요.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최대 45%까지도 떨어진다고 합니다. 강성훈 교수는 "오히려 Apo E4·E4 유전자가 있는 사람이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Apo E3·E3 유전자가 있는 사람보다 더 큰 폭으로 치매 위험 발병률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했습니다. 자는 중 아밀로이드 베타가 제거되므로 깊은 잠을 잘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 스도쿠, 가로세로 퀴즈 등으로 대뇌 활동을 평소 활성화하고, 담배나 술은 멀리하는 게 좋습니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어수 교수는 "만약 본인에게 위험 유전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매우 충격적일 것이다"면서도 "좌절에 빠지기보다 이번 기회로 생활 습관을 개선해 보호 인자를 늘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생활 습관 개선과 함께 사회생활도 중요한데, 실제로 노년층 중 한 달에 한 번 가족을 만나는 사람보다 세 번 만나는 사람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3분의 1로 낮아졌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있다"고 했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전망 매우 밝아
조만간 의학적 치료법도 나올 것 같아요. 장혜민 교수는 "먼저 많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 성분들이 단계를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며 "올바른 생활 습관으로 증상을 잘 유지만 한다면 치료할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뇌 속 염증 제거 ▲지방질 대사 조절 ▲알츠하이머병 원인 단백질(아밀로이드 베타) 제거 ▲행동 장애 개선, 4가지 분야로 나뉘어 여러 가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그중 성과가 두드러지는 건 알츠하이머병 원인 단백질 제거 치료제예요. 이미 지난해 6월 아두카누맙이라는 치료제가 미국식약국(FDA) 승인을 받기도 했어요. 물론 효과보다 부작용 위험이 커 우리나라에선 승인하지 않았지만, 더 안전한 치료제가 FDA 승인을 또 앞두고 있어요. 레카네맙이라는 약인데요.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박영호 교수는 "레카네맙은 FDA에서 승인되면 국내에도 들어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도 임상시험 진행 중인 게 많아 앞으로 치료제는 물론 예방할 수 있는 약제들도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치료제가 나오면 당장은 실제로 인지 능력이 떨어진 환자에게 사용될 예정이지만, 점점 대상을 확대한 연구 결과가 나오면 위험 유전자가 있는 환자에게도 사용될 수 있을 거예요. 특히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뇌에 많이 축적된 사람에게 인지 기능이 떨어지기 전 예방적 약제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돼요. 유전자 가위로 Apo E4를 Apo E3로 바꾸는 등 근본적인 유전자 치료법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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