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동 SH공사 사장의 야심작, 토지임대부 주택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2. 12. 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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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일까 반쪽일까…사실상 ‘월세 임대주택’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지구에 3억5000만원대(전용 59㎡ 기준)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변 아파트 전세 가격보다 저렴한 수준이다. 인근 시세의 절반 수준인 5억원 선에 분양될 것이라는 예상을 깬 만큼 저렴한 분양가로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12월 사전예약을 받을 예정이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고덕강일2지구 공공주택지구 3단지에 500가구 규모로 건물 분양 아파트를 공급할 계획을 밝혔다. 전용 59㎡ 아파트를 3억5000만원에 분양할 예정이다. 인근인 고덕강일14단지 전용 59㎡ 일반분양 아파트의 분양 가격은 4억9458만원이다. 이 중 분양원가는 3억2649만원, 건물 가격은 2억원이다.

토지임대부 주택 방식으로 공급될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3단지’ 부지. 주변으로는 아파트가 즐비하게 서 있다. (매경DB)
▶토지임대부 주택은 무엇?

▷공공이 땅 보유, 건물만 분양해 가격↓

건물 분양 아파트란, 토지임대부 주택과 같은 뜻이다. 아파트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면서 수분양자에게는 건축물만 분양하는 방식이다. 원래 아파트 가격은 땅값에 건물값을 더해야 하지만 땅값을 빼는 개념이다. 분양 가격에서 60% 비중을 차지하는 땅값이 빠지기 때문에 반값 아파트라고도 불렸다.

단 주택을 분양받은 사람은 오래 거주할 수 있는 대신 매달 수십만원가량의 토지 사용료를 내야 한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공공이 토지는 빌려주고 건물만 분양하기 때문에 토지 임대료가 발생하는 것이다. 토지를 개인이 아닌 국가 소유로 둬야 한다는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토지공개념을 기반으로 한 개념이다.

앞서 12월 중 분양할 고덕강일3단지 전용 59㎡의 예상 분양가는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인 5억원 수준으로 책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고덕강일3단지 토지임대부 주택은 인근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도 전세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0월 ‘강동리버스트4단지’ 전용 59㎡는 5억2000만원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인근 ‘강일리버파크5단지’ 전용 59㎡는 지난해 3월 9억1800만원에 매매 거래됐다. 최근에야 아파트 매매 시세가 주춤했지만 어쨌든 고덕강일3단지 전용 59㎡ 분양가가 실거래가의 절반도 안 되는 셈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10월 26일 ‘청년·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주택 50만호 공급’ 계획을 통해 5년간 공공분양 50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공공분양은 ▲나눔형(25만가구) ▲선택형(10만가구) ▲일반형(15만가구)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이 중 나눔형(시세 70% 이하 분양, 시세 차익 70% 보장) 첫 대상지인 고덕강일3단지 500가구를 SH공사가 토지임대부 아파트 방식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만 19~39세가 전체 물량의 80%를 배정받고 분양가의 80%를 장기 모기지론으로 대출받을 수 있다. 초기 자금으로 7000만원만 부담하면 건물을 분양받을 수 있는 셈이다.

김 사장은 “건물 분양 아파트는 연말 안에 사전예약을 받겠다”며 “사전예약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하는 사전청약과 다르다. 사전청약은 택지 조성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청약을 받지만 SH의 사전예약은 택지 조성 공사가 완료됐다”고 말했다. 이어 “예약제기 때문에 집값 (하락) 등으로 불안하면 (청약 신청자가 예약을) 포기하면 된다”고 말했다.

▶분양가 낮아도 토지 임대료는 내야

▷개인 간 거래 허용하면 로또 논란 재현?

토지임대부 주택의 ‘개인 간 거래’도 풀릴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서울시, SH공사는 전매 제한이 풀리는 10년 후부터 개인 간 주택 거래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협의 중이다. 개인 간 거래가 허용되면 일정 기간 이후에는 토지임대부 주택도 자산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수요가 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개인 간 거래가 허용되면 가격이 크게 뛰고 수분양자가 막대한 시세 차익을 얻는 ‘로또 분양’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아무래도 공공택지를 만들어 공급하다 보니 민간주택보다 저렴할 수밖에 없다. 공공이 토지 수용 등을 거쳐 확보한 땅에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했는데, 이 공공주택을 팔아 얻은 이익이 특정 수분양자 이익으로 돌아가는 게 문제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토지임대부 주택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지를 두고도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 참여정부 시절 등장한 토지임대부 주택은 논란 끝에 실패한 주택 정책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기도 하다. 저렴한 가격에 오랫동안 거주할 수 있지만 매달 수십만원의 토지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조건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2007년 당시 경기 군포 부곡지구와 서울 서초, 강남구 등 3개 지구에 토지임대부 주택이 공급됐다. 군포 부곡지구의 경우 전용 84㎡ 분양가가 1억5000만원, 토지 임대료는 40만원 수준이었다. 분양가는 저렴했지만 임대료 부담에 1순위에서 대거 미달됐다. 389가구 모집에 40명만 청약해 청약 경쟁률이 0.1 대 1에 그쳤다.

서울 강남권 토지임대부 주택도 숱한 논란에 휘말렸다.

2011년, 2012년 각각 공급된 서초구 우면동 ‘LH서초5단지’와 강남구 자곡동 ‘LH강남브리즈힐’은 전용 84㎡ 분양가가 2억원대 초반이었다. 토지 임대료는 30만~40만원대였다. 제아무리 강남권이라 해도 우면동, 자곡동 단지들 역시 군포지구처럼 초반에는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전매 제한 기간이 끝난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전매 제한 기간 5년이 끝난 뒤 매매 가격이 8억원까지 치솟으면서 수분양자들은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뒀다. 이를 두고 ‘로또 분양’ 논란이 일었고, 정부도 더 이상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하지 않았다. 최근 ‘LH서초5단지’와 ‘LH강남브리즈힐’ 전용 84㎡ 시세는 전셋값만 각각 6억5000만~7억원, 7억~8억5000만원 수준이다.

최근 강남권에 계획했던 물량이 백지화된 것도 오히려 예비 수요자의 혼란만 가중시킨 꼴이 됐다. 정부는 서울 지역 대규모 공공부지인 송파구 옛 성동구치소 부지에 13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는데, 그중 일반분양 600가구 계획을 토지임대부 주택과 장기 전세 주택으로 변경하면서 논란을 산 바 있다. 주민들이 ‘원안 개발’을 요구하면서 최근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 계획은 사실상 폐기됐다.

토지임대부 주택의 구조적 한계에 따른 부정적 인식도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다. 토지임대부 주택에 입주하면 매달 SH공사에 토지 사용료를 내야 한다. 그래서 토지 사용료가 일종의 월세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토지 임대료를 월마다 지불하는 방식 외에 10~50년 치 선납 방식도 고려 중”이라고도 밝혔다. 토지 임대료를 별도로 내는 것이 월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토지임대부 주택과 관련한 규제를 풀수록 최초 취지에서 벗어나고 토지 소유권이 없다는 점에서 거부감도 여전하다 보니 활성화까지는 한계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7호 (2022.12.07~2022.12.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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