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과시 피로감…'고블린 모드' 옥스퍼드사전 올해의 단어

김성욱 2022. 12. 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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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은 2022년도 올해의 단어로 '고블린(도깨비) 모드(Goblin Mode)'를 선정했다.

고블린 모드는 2009년 트위터에서 처음 등장했지만, 올해 전 세계가 코로나19 방역 규제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에서 의미가 더 넓어졌다.

미 언어학자 벤 짐머는 "고블린 모드는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확실한 2022년식 표현"이라며 "이 단어는 사람들에게 기존의 사회적 규범을 버리고 새로운 규범을 받아들일 자격을 부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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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규범이나 기준에 저항하는 모습 의미
"더 이상 SNS 필터에 전시되는 삶 원치 않아"

[아시아경제 김성욱 기자] 영국의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은 2022년도 올해의 단어로 '고블린(도깨비) 모드(Goblin Mode)'를 선정했다.

5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고블린 모드는 "사과할 필요 없이 제멋대로인, 게으른, 지저분한, 또는 탐욕스러운" 행동을 묘사하는 속어이다.

누군가 '고블린 모드'라고 한다면 나태하거나 지저분하고, 탐욕스러운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OED는 이 단어가 올해 코로나 방역 규제 완화 이후 일상 회귀를 원치 않는 사람들을 표현하는 데 주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지나치게 높아진 미적 기준이나 소셜미디어(SNS)에 전시되는 생활상을 쫓아가지 않고 저항하는 태도로도 종종 언급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고블린 모드를 "새벽 2시에 일어나 긴 티셔츠만 입고 부엌에 들어가 이상한 간식을 만드는 것"이라고 표현했고, 더타임스는 "너무 많은 사람이 어려운 한 해 속에 '고블린 모드'에 들어섰다"는 문장을 썼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소비되는 기존의 생활상으로부터 엇나가는 모습을 드러내는 데 사용된다. 올해 초 배우 줄리아 폭스와 전 남자친구인 '예(카니예 웨스트)'와 관련한 레딧 게시물에서 "그가 나의 '고블린 모드'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가짜뉴스가 인기를 끌었다. 주로 "나는 고블린 모드에 있다" 또는 "고블린 모드로 간다" 등의 표현으로 활용된다.

고블린 모드는 2009년 트위터에서 처음 등장했지만, 올해 전 세계가 코로나19 방역 규제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에서 의미가 더 넓어졌다. 옥스퍼드 랭귀지의 캐스퍼 그래스월 회장은 "사람들은 그동안 내면에 '도깨비'를 포용해왔다"며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보며 약간 압도되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 모두에게 반향을 일으키는 단어"라고 말했다. 그는 "인스타그램과 틱톡 피드에 항상 이상화되고 전시된 모습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약간 안심이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TV 언어 전문가인 수지 덴트는 BBC에 "어떤 면에서는 꽤 경박한 선택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 단어에 파고들수록 현 상황에 대한 일종의 반응이라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더 이상 우리의 삶이 필터에 의해 전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 언어학자 벤 짐머는 "고블린 모드는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확실한 2022년식 표현"이라며 "이 단어는 사람들에게 기존의 사회적 규범을 버리고 새로운 규범을 받아들일 자격을 부여한다"고 말했다.

옥스퍼드대학 출판부는 올해 처음으로 옥스퍼드 사전 편찬자들이 선정한 3개 단어 중 대중의 최종 온라인 투표를 거쳐 '올해의 단어'를 꼽았다. 이중 고블린 모드는 34만여표 중 93%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했다. 후보에 오른 다른 단어들은 '메타버스'와 '#ISW(I Stand With)'였다. 메타버스의 경우 가상현실(VR) 기술부터 온라인의 미래와 윤리에 대한 논쟁 등 분야에서 지난해보다 4배 더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ISW'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적 사안에 대한 결속을 뜻하는 의미로 널리 사용됐다. 이 단어를 두고 출판부는 "올해를 특징짓는 행동주의와 분열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투표에 대해 그래스월 회장은 "대중들이 그 과정에 열렬히 참여하기를 바랐지만, 이 정도의 참여는 우리를 완전히 놀라게 했다"며 "우리가 누구인지 이해하고 주변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받아들이는 데 어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지난해 백신의 줄임말인 'Vax'를 올해의 단어로 꼽았다. 2020년엔 단어 선정이 없었으며, 2019년 '기후 위기'가 선정되기도 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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