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국가핵심기술 보호 위한 정부지원 확대 절실하다
전문인력 양성·기업배려 행정 필요
기업가정신 살아나도록 지원 절실
손흥민, BTS는 세계가 인정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브랜드다. 그들의 성공에 국민들은 열광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경제 분야에서도 세계가 인정하는 대표 브랜드가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반도체, 자동차, 전기·전자, 조선, 디스플레이 등이다. 이들 분야의 성패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외 축구 빅리그에서 손흥민 선수를 탐내듯이 여러 국가가 우리의 핵심기술을 노리고 있다. 핵심 인력 스카우트 및 기업 인수 등을 통한 합법적 기술이전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내부자를 매수하거나 위장기업 설립 및 합작투자 등을 빙자해 기술을 몰래 빼내 가기도 한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89건의 산업스파이를 적발했으며, 이중 국가핵심기술 유출도 33건을 차지하고 있다.
국가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면 개별기업 차원이 아니라 관련 산업, 국민경제 및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기업은 보호조치 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기술 보호 실태조사를 받아야 하며 수출이나 인수합병을 할 경우에도 승인·신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가의 경제 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절차이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가핵심기술 보호가 실효적으로 이뤄지려면 기업들에 의무만 부과한 것으로는 부족하고 적극적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보다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일들이 많다.
첫째, 기업이 부담하는 기술 보호를 위한 인프라 구축 비용을 정부가 대폭 지원해 줘야 하고 더 나아가 국가핵심기술 지정에 따른 기업의 재산권 행사 제약에 대한 보상대책도 있어야 한다.
‘산업기술보호법’에는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에 대한 지원 근거는 마련돼 있지만, 보안 진단, 법률상담, 보안 교육 등 기초적인 지원에 그치고 수혜기업도 100여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기업 현장에서는 DLP(데이터 유출 방지) 등 기술유출방지시스템 구축과 함께 출입 통제 및 디지털포렌식 등이 실질적으로 필요하지만, 비용 문제로 엄두를 못 내는 기업들이 많다.
국가핵심기술이 유출됐을 때 그 피해는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른다고 하는데, 주무 부처인 산업부의 산업기술 보호 기반구축 사업 관련 예산은 3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예산을 대폭 확충해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이 꼭 필요하다.
둘째, 정부에서는 관련법률, 지식재산, IT 등 융·복합적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을 갖춘 국가핵심기술 보호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기업에서 이를 저렴한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기업 CEO를 만나 보면 기술 보호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호소한다. 산업기술보호협회에서는 국가 공인 자격인 ‘산업보안관리사’ 자격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자격증 보유자가 1700여 명에 불과하고 이러한 전문인력 운영에는 연간 수천만원이 들기 때문에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선뜻 채용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셋째, 제도 운영에 있어서 기업의 입장을 배려하는 행정이 필요하다.
한 가지 기술이 국가핵심기술, 방산기술, 첨단전략기술 등에 중복적으로 해당할 경우, 중복적인 행정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산업기술보호협회, 영업비밀보호센터, 방산기술보호센터, 대중소기업협력재단 등 업무 지원기관도 분산돼 있어 기업들은 어떤 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한다.
원스톱 행정 서비스가 되도록 해줘야 한다. 기술 보호에 대한 통합적인 보호지침을 만들고,‘기술보호 지원 플랫폼’을 만들어 기업이 보유한 기술에 맞도록 절차를 안내해 주는 시스템 구축도 긴요하다. 장기적으로는 국가핵심기술 보호에 관한 기본법을 만들어 기술 보호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기술을 축적해 기업 경쟁력을 키우고, 이를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한다는 기술보국(技術報國)의 기업가 정신이 대한민국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이런 기업가 정신이 다시 한번 타오를 수 있도록 국가핵심기술 보호에 대한 범정부적 지원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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