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크려고 밥을 산처럼 쌓아놓고 먹던 악바리, 그게 조규성"
“사실 중학생 때는 썩 마음에 드는 선수가 아니었어요. 키는 작고 몸집도 왜소해서 데려올까 말까 끝까지 고민했죠. 그러다 발 사이즈를 물어봤는데 예상보다 훨씬 크더라고요. 그래서 데려오기로 했죠.”
이순우 안양공고 축구팀 감독은 조규성 선수의 유년시절을 설명할 때 꼭 등장하는 ‘핵심 인물’이다. 조 선수의 축구 인생에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 준 은사이기 때문이다. 카타르 월드컵 브라질과의 16강전을 앞둔 5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감독은 “내가 키웠나요, 규성이 본인이 스스로 큰 거지”라며 제자를 향한 자랑스러움과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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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악바리…절실하고 욕심 있는 선수였다"
“어른이 되면 충분히 클 아이인데 어렸을 때 성장이 좀 늦는 애들은 발을 보는 편이에요. 발 사이즈가 키랑 비례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래서 규성이한테 엄마 키도 물어봤는데 크시더라고요. 이 아이는 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공을 다루고 찰 수 있는 기술은 좀 있었거든요.”
(조규성 선수의 어머니는 배구선수 출신이다. 이 감독은 당시 조 선수의 정확한 발 사이즈는 기억나지 않지만, 눈으로 보기에도 키와 몸집에 비해 두드러지게 컸다고 했다. 전북현대를 통해 확인한 현재 조 선수의 발 사이즈는 285cm다.)
이 감독이 기억하는 고교 시절의 조 선수는 ‘성실한 악바리’였다. 그는 “지도자 생활을 20여년 넘게 했는데 ‘운동은 좀 적당히 하고, 그냥 많이 먹고 많이 자라’고 한 사람은 규성이가 세 손가락 안에 든다”며 “신체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밥만 먹으면 무조건 축구장으로 나가서 연습하던 아이”라고 했다.
“요즘도 그렇지만, 예전에도 그냥 하루하루 지나면 축구선수 돼 있을 줄 알고 설렁설렁 적당히 하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규성이는 달랐죠. 어느 날은 ‘밥 많이 먹어야 얼른 몸집도 크고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했더니, 그때부터 정말 밥을 산처럼 쌓아 놓고 무섭게 먹더라고요. 많이 먹어야 한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안 먹는 선수들이 많은데, 규성이는 그만큼 절실하고 욕심이 있었던 겁니다.”
"감독이 말릴 정도로 노력…인기 연연 말고 더 큰 목표 이루길"
“규성이는 ‘이게 필요하다’ ‘이걸 노력해라’ 라고 지시하면 감독인 내가 말릴 정도로 연습하던 선수였어요. 헤딩도 얼마나 연습했는지 몰라요. 제가 다른 건 쑥스러워서 잘 얘기 못하지만 규성이 헤딩은 내가 가르쳤다고 자부합니다. 큰 키에 헤딩능력까지 갖추면 이 아이만의 장점이 될 거라고 생각해 열심히 연습시켰죠. 그랬더니 또 헤딩 연습을 죽어라고 하더군요.”
이 감독은 조 선수가 출전한 카타르 월드컵을 볼 때마다 “온몸의 털이 쭈뼛 설 정도로 떨리고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학생 시절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어 나한테 한 소리 듣고 했던 선수가 지금은 세계적인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니 지도자로서도 의미가 있는 순간이었다”며 “학생 선수들도 지금의 규성이를 보며 조금 더 열심히, 조금 더 적극적으로 연습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브라질전 승패를 떠나 규성이에게 ‘지금까지 네가 노력한 만큼 좋은 성과를 냈다’고 칭찬해주고 싶어요. 더 높은 목표를 갖고 자기관리를 철저하게 해서 운동선수로서 원하는 바를 이뤘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규성이 인기가 많아졌다는데, 그런 주변 환경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축구 선수로서의 길을 가기 바랍니다. 규성이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어요.”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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