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의 또 다른 역설…성병 헤르페스 막아준다?

민태원 2022. 12. 6.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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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이 성병을 일으키는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억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비만이 특정 감염병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데 의의가 있으며 앞으로 비만 환자들의 바이러스 감염 치료에 참고가 될 것이다.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항바이러스제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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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연구팀, 비만이 되레 성병 바이러스 억제 메커니즘 밝혀

비만이 성병을 일으키는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억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나쁘기만 할 것 같은 비만이 오히려 도움되는 ‘또 다른 역설적 현상’이 관찰된 것이다.

그간 만병의 근원으로 알려진 비만이나 과체중이 몇몇 질병에서 오히려 좋은 영향을 미치거나 정상인 보다 사망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보고가 종종 나온 바 있어 ‘비만의 역설’로 불려왔다.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이흥규 교수 연구팀(1저자 박장현 연구원)은 비만이 여성 생식기를 통한 단순 2형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 초기에 저항성을 높이는 현상을 발견했으며 그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6일 밝혔다.

2형 헤르페스는 주로 성기를 통해 전파되는 성병이며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은 감염률을 보인다. 성기 주변에 물집을 돋게 하고 간지럼증과 통증을 유발한다. 면역력 저하 상황에선 심각한 신경계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비만은 암 등 각종 질병에 대해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인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성 생식기를 통한 2형 헤르페스 감염 시 질내 공생 미생물과 면역세포인 ‘감마델타T세포’의 상호작용을 통해 바이러스에 저항성이 생긴다는 사실을 연구팀이 규명했다.

여성의 생식기 내에는 젖산균을 포함한 공생 미생물이 살고 있다. 이들은 질을 보호하기도 하고 숙주와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역할을 한다.
비만인 여성은 마른 여성과는 질내 공생 미생물 조성이 다르다. 주로 염증성 균들이 증가하는데, 변화된 질내 공생 미생물이 숙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또 공생 미생물은 다양한 면역세포와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질내에서는 그 기전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질내 항바이러스 면역반응에서는 적응 면역세포인 CD4T세포와 CD8T세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비만 시에는 질내 면역환경이 어떻게 변화하는 지 알려져 있지 않다.

이에 연구팀은 고지방 식이를 통해 암컷 쥐에게 비만을 유도했다. 비만 암컷 쥐의 호르몬 주기를 통일시킨 뒤 질을 통해 2형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감염시켰다. 마른 쥐들은 높은 병변을 보이며 결국 죽었지만 비만 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병변을 보이며 과반 이상이 생존했다.
또 감염 초기부터 질 세척액에서 관찰되는 바이러스의 역가(세기)가 훨씬 낮은 것을 발견했다. 즉 비만 쥐의 질내에서는 초기 선천면역 단계에서부터 항바이러스 면역반응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기존 항바이러스 면역반응에는 CD4T와 CD8T세포가 중요하며 이런 T세포들은 비만 시 기능이 약화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2형 헤르페스 감염 후 면역반응을 관찰한 결과 적응면역에 큰 차이가 없음이 확인됐다.

아울러 비만 쥐가 헤르페스에 감염되면 감마델타T세포가 매우 증가하며 이 세포 결핍 시 비만의 항바이러스 효과가 사라지는 것을 발견했다. 즉 비만에 의한 항바이러스 면역 증강은 감마델타T세포를 통해 이뤄짐을 알 수 있었다.

연구팀은 또 비만 쥐의 감마델타T세포 기능 강화에 질내 공생 미생물이 관여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비만 시 질내 공생 미생물 조성이 바뀌는데, 유전체 분석결과 비만 암컷 쥐 질내에는 장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 염증성 균들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생제 투여를 통해 질내 공생 미생물을 제거했을 때에는 비만에 의한 저항성이 사라졌으며 비만 쥐의 질내 공생 미생물을 마른 쥐에게 이식해 줬을 때 저항성이 생겨나는 것을 확인했다. 질내 공생 미생물이 중요한 매개체임을 시사한다.

또한 비만 암컷쥐의 질내 유입 균들이 아미노산의 일종인 ‘아르기닌’을 활발하게 생산하고 있으며 이 아르기닌을 주입하는 것만으로도 바이러스 감염 초기 선천 면역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 교수는 “비만은 다양한 질병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비만이 헤르페스 바이러스 저항에 도움될 수 있음을 밝혀내 비만 연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아울러 비만 시 변화되는 질내 공생 미생물의 조성이 항바이러스 면역반응을 매개할 수 있음을 규명함으로써 질내 미생물 연구에 큰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이어 “비만 여성 생식기에 존재하는 공생 미생물을 활용해 질에 주입하는 항바이러스 프로바이오틱스 개발과 아르기닌 등을 활용해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보조제 및 치료제 개발에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셀 리포트’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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