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맷집보다 저평가된 韓 축구와 경제

서소정 2022. 12. 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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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가 맷집보다 저평가 받는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마치 축구처럼."

최근 만난 경제계 고위 인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미국·유럽 등 주요국 성장률이 꺾이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위기감이 증폭된 데 대해 공감은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운 속내를 드러냈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둔화는 불가피하지만 이는 전 세계 공통적인 현상으로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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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률 둔화 전세계 공통현상
핵심무기 반도체 실적하향은 위기
글로벌 위기 속 정부 지원·전략 필요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우리 경제가 맷집보다 저평가 받는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마치 축구처럼."

최근 만난 경제계 고위 인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미국·유럽 등 주요국 성장률이 꺾이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위기감이 증폭된 데 대해 공감은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운 속내를 드러냈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둔화는 불가피하지만 이는 전 세계 공통적인 현상으로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지난달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7%로 낮아져 걱정이지만 미국 성장률은 0.3%, 유럽은 -0.2%로 예상한다"며 "전 세계가 다 어려울 때 우리만 별도로 높은 성장률과 낮은 물가를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5일 개최된 제59회 ‘무역의날’ 행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해 수출 독려에 나섰지만 경제산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 속에서 열린 만큼 분위기는 무거웠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6800억달러(879조원)대의 사상 최대 연간 수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전 세계 수출액 순위가 지난해보다 한 단계 높은 6위로 상승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상반기 높은 수출 증가세에 힘입어 역대 최단 기간인 약 9개월 만에 무역액 1조달러를 돌파하고, 교역 규모 세계 순위도 2020년 9위, 지난해 8위에서 올해 6위로 올라섰다. 이는 분명 축포를 터트릴 일이지만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웃을 수 없다.

올해 무역수지는 지난 4월부터 8개월 연속 적자행진을 기록하면서 11월까지 누적 무역적자가 426억달러에 달해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특히 11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4%나 감소하면서 2020년 8월 이후 2년여 만에 2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수출에 비상등이 켜진 것은 전체 수출액의 20%를 차지하는 대표품목 반도체 실적 하향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메모리 세계 1위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대만·중국의 강한 반격에 위기를 맞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로 화제인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는 파격적인 정부 지원에 힘입어 올해 3분기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왕좌를 삼성전자로부터 넘겨받았다.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위해 미국과 유럽 정치인들이 앞다퉈 대만을 찾는 것은 반도체 산업의 위력을 대변한다. 반도체 산업 성장 덕분에 대만은 올해 1인당 국내총생산이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무기인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에 나섰지만 우리 현실은 암울하기만 하다. 반도체 시설투자 기업의 세액 공제율을 최대 30%까지 늘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과 'K-칩스법'으로 불리는 '국가첨단전략산업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국회에서 수개월째 표류 중이다.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위기에서 탈출하게 한 주역은 반도체·2차전지 등 신성장산업이었다. K-축구는 비록 강력한 우승후보 브라질에 완패했지만, FIFA 랭킹 9위의 강호 포르투갈에 맞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8강 진출을 노린 브라질전에서 골을 터트린 백승호(전북) 선수가 "끝까지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16강까지 왔다"고 소회를 밝힌 것처럼 글로벌 위기 속에서 기업들이 위축되지 않고 적극 뛸 수 있도록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전략이 필요하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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