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찾은 베트남 주석, 정상회담 전날 경북 봉화군수 만난 이유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은 지난 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났다. 한·베트남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보다 진전시키는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 한국과 베트남은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에서 최고 수준의 대외 협력관계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했다.
방한 첫날 대통령보다 먼저 만난 경북 봉화군수
푹 주석이 정상회담 하루 전인 지난 4일 윤 대통령보다 먼저 만난 사람이 있다. 바로 박현국 경북 봉화군수다. 국빈 방문한 베트남 국가주석이 방한 첫날 인구 약 3만 명 규모의 소도시인 봉화군수를 따로 만난 이유는 뭘까. 바로 봉화군에 위치한 ‘베트남마을’ 조성사업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박 군수는 이날 서울시 종로구 주한베트남대사관에서 화산이씨 이훈 대종친회장 등 회장단 5명과 함께 푹 주석을 접견했다. 한국의 기초단체장이 베트남 국가주석을 직접 만나 베트남 관련 사업을 논의한 것은 이례적이다.
봉화군에 따르면 박 군수는 현재 추진 중인 베트남마을 조성사업 관련 현황 자료를 직접 건네고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베트남마을 사업을 국가 정책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구 3만 봉화군에 몰락한 베트남 황족이 정착
이에 푹 주석은 베트남마을 조성사업에 대해 베트남에서도 각 부처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5일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도 베트남마을 조성사업이 성공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 협력을 구하겠다고도 했다.
봉화군과 베트남의 관계를 찾기 위해선 12세기 베트남 역사부터 살펴봐야 한다. 베트남 국명이 대월(大越)이었던 시기에 제6대 황제 영종의 7남 이용상(1174~?·李龍祥·베트남어로 리롱떵)이 태어났다. 베트남 최초 통일왕조이자 장기집권 왕조인 리(Ly) 왕조(1009~1225)가 쇠퇴의 길을 걷던 시기였다.
이용상 조카인 혜종이 제8대 황제에 오른 뒤인 1210년, 왕조의 외척이었던 진수도(1194~1264·陳守度)가 국정을 위임받아 운영하게 된 것이 리 왕조 몰락의 시발점이었다. 진수도는 혜종의 딸을 임금에 앉힌 뒤 자신의 조카와 결혼시키고 왕위를 남편에게 넘기도록 하는 방식으로 역성혁명을 일으켰다. 왕조가 이씨에서 진씨로 넘어가자 대규모 살육이 이뤄지고, 이씨 가문의 후손들은 대부분 멸족을 당했다.
이용상은 숙청에서 가까스로 도망칠 수 있었다. 1226년 이용상은 일족과 부하들을 데리고 바다로 도망쳤다. 그는 남송과 대만·금나라·몽골 등을 거쳐 지금의 황해도 옹진군 화산포에 이르렀다. 베트남 왕자가 표류해 왔다는 소식을 들은 고려 조정에선 크게 환영하며 이용상이 고려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화산 이씨(花山 李氏) 성씨도 조정이 하사했다.
화산 이씨 모여 사는 곳에 ‘베트남마을’ 조성 추진
화산 이씨 시조가 된 이용상의 둘째 아들인 이일청이 안동부사로 부임하면서 후손들이 안동과 봉화 일원에서 세거지(世居地)를 이루고 살았다.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도 화산 이씨 세거지 중 하나다. 이곳에는 이용상의 13세손인 이장발(1574~92)의 충효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든 충효당이 있다. 이장발은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19세 어린 나이로 전장에 달려가 문경새재에서 혈전 끝에 생을 달리한 인물이다.
박 군수는 “베트남마을을 조성하면 연간 관광객 10만 명을 유치해 연평균 37억 원의 경제적 효과와 482명의 직·간접적 취업 유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봉화=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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