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안목'을 키우기 위한 필독서
[이승욱 기자]
개인적으로 <조국의 법고전 산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편은 제8장의 소크라테스였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등에(말파리)에 비유하며 거대한 말인 아테네를 일깨우는 것이 자신의 소임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를 한국 사회에 적용하며, "당시의 아테네에서든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든 지배집단 또는 다수파로서는 자신들의 '무지'를 폭로하고 비판하는 사람을 좋아할 리 없습니다. 짜증이 나고 밉겠죠. 입을 틀어막고 싶고 심지어 죽이고 싶겠죠....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측면에서 한국 사회 다수자의 증오를 받는 대상자이고, 그를 향해 정부, 언론, 검찰이 합심해 총력으로 낙인을 찍으며 전면적, 파상적 공격을 하는 상황이라면... 현대사회에서도 '마녀사냥'은 벌어질 수 있습니다"라고 한다.
실제로 검찰개혁을 주장하던 조국이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목되자, 검찰은 그와 그의 일가족과 관련된 곳 약 70여 군데를 압수수색하여 기소했다. 그리고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언론에 흘려 '범죄자'라 낙인 찍었다. 결국 검찰개혁이라는 아젠다는 조국의 실각 및 정권의 교체로 동력을 크게 잃었다.
▲ 조국 교수가 쓴 <조국의 법고전 산책> |
ⓒ 오마이북 |
필자는 개인의 범죄 행위와 별개로,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잣대와 선택적 법집행"의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해결되어야 할 가장 큰 문제라 생각한다. 2022년 12월 기준 대한민국 현행법령이 총 5,238건이고, 자치법규는 133,740건이다. 이 모든 법령을 단 한 순간도 위반하지 않고 전부 지키며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조국에게 들이댔던 잣대와 법집행을 적용하면 범죄자 낙인을 피할 수 없다(조국이 잘 했다는 말이 아니다). 이러한 과잉범죄화 시대에 사회구조적으로 완전무결한 사람은 존재할 수 없기에, 결국 정치는 '덜 나쁜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의 시민들은 여러 정치인들 중 '덜 나쁜 사람'을 분별할 수 있는 비판적 안목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비판적 안목을 키우기 위해서, 필자는 불멸의 고전들을 읽거나 비판적 지식인들의 사상을 공부한 후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필수라 본다. 이러한 측면에서 <조국의 법고전 산책>은 민주 시민으로서의 안목을 기르는 데 최적화된 저서다.
저자가 소개하는 법고전들은 '시간'이라는 가장 혹독한 평가 기준을 통과하여 현대 법제도의 근간이 된 사상들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사상들을 알기 쉽게 해설한 후, 이를 현대 한국 사회의 제반 문제에 적용함으로써 독자들 스스로 생각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필자의 소견으로 이 책의 궁극적 목적, 혹은 주제의식은 '민주 시민 함양'이다. 좀 더 풀어쓰자면, 민주 사회의 주인은 모든 시민들이고, 국가는 시민 위에 군림하거나 특정 세력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들의 자유와 평등을 위한 수단이다. 나아가 시민들이 그 사회의 주인이기 위해서는 권력 집단을 끊임없이 감시 및 견제하고, 권력 집단의 불법행위에 투쟁하라고 촉구한다.
저자가 선택한 고전들은 전부 민주 시민의 주체성을 강조하거나 이를 전제로 한다.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시민들이 주권자이자 국가의 목적이고, 국가는 시민들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 한다. 그렇기에 '페인의 저서들'은 국가의 시민들을 위한 사회대개혁을 강조하고, '페더랄리스트 페이퍼'는 소수자인 시민들에 대한 보호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은 국가 권력의 남용을 경계하며 삼권분립을 통해 시민들을 보호하고자 한다. '존 로크의 통치론' 역시 저항권을 설정하여 시민들이 국가의 주인임을 강조한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은 국가 권력 행사의 한계는 시민이 타 시민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뿐이라 한다. 이러한 견지에서 '베카리아의 범죄와 형벌'은 국가의 형사처벌권 남용으로 시민들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을 경계한다.
국가가 권력을 남용한 경우, '플라톤의 저작들' 및 '소로의 시민불복종'은 시민들에게 복종 의무가 없음을 설파한다. 나아가 '루돌프 폰 예링의 권리를 위한 투쟁'은 시민이 국가의 부당한 권리 침해에 저항하는 것은 자신 및 사회 공동체에 대한 의무라 한다. 마지막으로 '칸트의 영구평화론'은 민주공화정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바는 평화라 한다.
한국 사회와 그 지향점
필자는 본 저서를 통해 조국이라는 인물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법고전의 사상들에 비추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돌아봤다. 과연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시민들은 진정한 주권자인가?
필자의 견해로는 안타깝게도, 한국 사회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기울어진 언론 지형과 편파적 진영논리에 따라 진실이 호도됨으로써 시민들의 눈과 귀를 가려 시민들의 주체성은 상당 부분 상실되었다.
특히 다양한 세력간의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고, 특정 세력의 의도에 따라 편파적 법집행으로 반대세력을 탄압하는 것은 명백한 국가권력의 남용이다. 이러한 편파적, 선택적 법집행 때문에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는 현 정부의 외침은 공허할뿐이다.
이렇듯 심히 우려스러운 작금의 세태에서, 시민들이 한국 사회의 주인으로서 그 지위를 되찾기 위해서는 비판적 안목의 함양과 불법적 권력남용에 대한 투쟁이 필수다. 필자는 본 저서에서, 시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본연의 모습을 한국 사회가 되찾길 바라는 마음을 읽었다. 그렇기에 일반 시민들을 위한 법고전 서적을 낸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현실이 절망적이더라도, 고 노무현 대통령이 말했듯이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진정한 민주 사회를 지향하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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