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효녀외인' 야스민, 복귀 후 더 강해졌다

양형석 2022. 12. 6. 09: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자배구] 부상으로 한 경기 휴식 후 최근 3경기 97득점 올리며 개막 11연승 견인

[양형석 기자]

지난 11월 30일 KGC인삼공사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경기에서 3세트 중반 인삼공사의 외국인 선수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가 허리부상으로 경기에서 빠지는 변수가 발생했다. 인삼공사는 교체선수 이예솔의 깜짝 활약으로 3세트를 따냈지만 결국 엘리자벳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4,5세트를 연속으로 내주면서 세트스코어 2-3으로 패했다. 그렇게 인삼공사는 무패행진을 달리던 '거함' 현대건설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아쉽게 놓치고 말았다.

병원 검사결과 엘리자벳의 부상은 단순 근육통으로 밝혀졌고, 인삼공사는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인삼공사는 지난 3일 GS칼텍스 KIXX와의 홈경기에서 휴식을 취한 엘리자벳 없이 국내 선수들 만으로 경기에 나섰고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가 30득점을 폭발시킨 GS칼텍스에게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했다. 그만큼 V리그에서 외국인 선수의 부상과 결장은 팀에게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번 시즌 V리그 여자부에서 외국인 선수가 부상을 당한 팀은 또 있었다. 바로 야스민 베다르트가 어깨부상을 당했던 현대건설이었다. 현대건설은 지난 11월 11일 인삼공사전에서 야스민이 어깨부상으로 경기에서 빠져 16일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와의 경기까지 결장했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IBK기업은행 알토스전에서 복귀한 야스민은 부상 복귀 후 4경기에서 119득점을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다운 위용을 뽐내고 있다.

외국인 선수 활약이 아쉬웠던 현대건설
 
 야스민이 가세하면서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28승3패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 한국배구연맹
 
현대건설은 90년대 후반 IMF금융위기로 여자배구 실업팀들이 대거 해체되던 시기에 한일합섬에서 구민정, SK케미칼에서 장소연(SBS 스포츠 해설위원)과 강혜미를 영입하며 전력을 크게 강화했다. 여기에 대형신인으로 불리던 이숙자(인삼공사 코치)와 한유미(KBS N 스포츠 해설위원), 정대영(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등 청소년대표 출신의 뛰어난 유망주들을 싹쓸이하면서 난공불락의 전력을 구축했다.

그렇게 최강의 전력을 구축한 현대건설은 2000년부터 2004년까지 겨울리그 5연패의 위업을 달성하며 실업배구 시대의 마지막 최강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프로출범을 앞두고 장소연과 강혜미, 구민정 트리오가 동시에 은퇴하면서 현대건설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현대건설은 우수한 신인들의 입단과 더불어 꾸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음에도 V리그 출범 후 챔프전 우승을 두 번 밖에 하지 못했다.

현대건설의 아쉬운 성적에는 정규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을 때 두 번이나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마감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외국인 선수의 활약도 현대건설에게는 큰 악재였다. 실제로 현대건설에서 'A급 외국인 선수'로 분류할 수 있는 선수는 2009-2010 시즌 득점왕이자 2010-2011 시즌 우승의 주역 케니 모레노와 2015-2016 시즌 우승 멤버 에밀리 하통 정도 밖에 없었다. 

브란키차 미하일로비치는 훗날 세르비아 대표팀의 주전 아웃사이드히터로 성장하며 2016년 리우올림픽 은메달과 2018년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에서 활약했던 2011-2012 시즌 브란키차는 갓 스무살이 넘은 약관의 유망주에 불과했고 15경기에서 311득점을 기록하며 마델라이네 몬타뇨,알레시아 리귤릭 같은 V리그의 정상급 외국인 선수들에 비해 썩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못했다.

2014-2015 시즌 현대건설에서 활약했던 '아제르바이잔 특급' 폴리나 라히모바는 30경기에서 982득점을 기록하며 조이스 고메즈 다 실바와 니콜 포셋 같은 쟁쟁한 외국인 선수들을 제치고 득점1위에 올랐다. 하지만 폴리는 많은 공격성공과 함께 공격범실(193개) 역시 리그에서 가장 많았다. 여기에 매 시즌 꾸준히 4~500득점을 올려주던 '토종에이스' 양효진이 2014-2015 시즌 365득점으로 부진하면서 현대건설은 6개 구단 중 3위에 그쳤다.

부상 복귀 후 3경기 평균 32.3득점 대폭발
 
 야스민은 부상 복귀 후 4경기에서 119득점, 최근 3경기에서는 97득점을 기록하며 현대건설의 연승행진을 주도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현대건설은 2010년대 후반 이후에도 엘리자베스 캠벨과 밀라그로스 콜라(PAOK 테살로니키), 헤일리 스펠만(르발루아 스포르팅 클럽), 헬렌 루소(뮬하우스) 등 여러 외국인 선수들이 활약했지만 구단과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리고 현대건설은 작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신생구단 AI페퍼스에 이어 전체 2순위 지명권을 얻었고 미국 출신의 아포짓 스파이커 야스민을 지명했다.

텍사스 대학을 중퇴한 야스민은 필리핀과 크로아티아, 이탈리아,그리스 등에서 프로생활을 하다가 현대건설의 지명을 받으며 V리그에 입성했다. 사실 해외리그 경력은 썩 화려하지 않지만 1996년생의 젊은 나이와 192cm의 신장, 뛰어난 파워 등을 가지고 있어 외국인선수의 공격 점유율이 높은 V리그에 어울리는 유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야스민은 V리그 첫 시즌 득점 4위(674점)와 공격성공률 2위(42.81%)를 기록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현대건설은 시즌이 끝난 후 야스민과 재계약을 했고 야스민은 이번 시즌에도 개막 후 5경기에서 131득점을 기록하며 현대건설의 공격을 이끌었다. 하지만 11월 11일 인삼공사와의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어깨를 다치면서 1세트 도중 경기에서 이탈, 강성형 감독과 팬들을 걱정시켰다. 어깨는 지난 시즌에도 야스민을 괴롭혔던 고질적인 부상부위로 만약 야스민의 부상이 장기화된다면 현대건설의 초반 상승세가 금방 꺾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16일 AI페퍼스전에서 결장했던 야스민은 11월 20일 기업은행전에 복귀해 4경기에서 119득점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인삼공사, 도로공사를 상대했던 최근 3경기에서는 경기당 평균 32.3득점을 기록하는 엄청난 폭발력을 선보였다. 야스민은 부상 복귀 후 불과 3주 전까지 어깨부상으로 경기에 나오지 못했던 선수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대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시즌 개막 12연승을 내달리다가 3라운드 첫 경기에서 도로공사에게 2-3으로 패하며 13연승 도전이 좌절됐던 현대건설은 이번 시즌에도 시즌 개막 후 11번의 경기를 모두 승리했다. 앞으로 2경기만 더 승리하면 지난 시즌 자신들이 세웠던 개막 최다연승 기록을 한 시즌 만에 갈아치울 수 있다. 그리고 현대건설의 개막 최다연승 도전의 중심에는 부상에서 복귀한 후 더욱 강해진 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 야스민이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