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기적’ 일군 도시전문가, 낙동강벨트 개발 맡았다

김민주 2022. 12. 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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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지자체장을 만나다]

■ 지난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자치단체장은 최근 취임 100일이 지났다.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 등 자치단체장은 4년간 펼칠 주요 사업의 틀을 짜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들의 살림살이 계획을 듣고 소개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특히 행정의 주민 밀착도가 훨씬 높은 시장·군수·구청장을 집중적으로 만났다.


“인구가 일정한 숫자를 넘으면 백화점·병원 등 상업시설과 문화인프라가 속속 들어옵니다. 그러면 제대로 된 도시가 형성됩니다. 20년 전 해운대 신시가지가 그랬죠. 강서구도 인구를 30만까지 늘려 해운대처럼 멋진 도시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김형찬 부산강서구청장이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에코델타시티 조성, 가덕공항 건립 등 지역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부산 강서구

김형찬(54ㆍ국민의힘) 부산 강서구청장은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공직자로 20여년간 부산 도시계획 현장에서 헌신하면서 터득한 노하우가 나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돈보단 국토 발전” 고시 뚫고 고향 공직자로


김 구청장은 부산에서 도시계획 전문 공직자로 평가받는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그는 한양대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기술고시에 합격해 1999년 3월 부산시에 건축사무관(5급)으로 임용됐다. 고향을 위해 일하고 싶어 부산 근무를 지망했다고 한다.

김 구청장은 “전공을 살려 건축설계 분야에서 많은 돈을 벌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그런데 모교 선배 중 공직자가 많았고, 이분들을 통해 국토발전에서 건축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나서 공직에 뛰어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22년간 부산시 도시경관ㆍ건축주택과장을 거쳐 도시재생균형국장·건설본부장 등을 지냈다. 해운대 신시가지 조성 등 2000년대 들어 부산시가 추진한 주요 도시개발 사업을 지휘했다.

드넓은 강서 매력 홀려 선거판 뛰어들었다
선거판에 뛰어든 이유를 묻자 김 구청장은 “강서구가 지닌 가능성과 매력에 홀렸다”고 답했다. 강서구는 급속한 인구 유출과 출산율 저하, 고령화 등 부산 다른 구가 겪고 있는 문제에서 다소 비켜나 있는 지역이다. 명지 등 신도시 개발에 힘입어 강서구 인구는 2012년 6만6000명에서 올해 14만8000명으로 10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평균연령은 39.5세로 부산 16개 구·군에서 가장 젊다.

젊은 층이 많은 강서구는 그동안 야권(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낙동강벨트’로 분류됐다. 김 구청장은 "지난 6·1지방선거에서 도시전문가임을 내세운 게 승리 요인인 것 같다"며 "젊은 층도 전문가를 선호하는 시대가 된 듯 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3선에 도전한 더불어민주당 현직 구청장을 누르고 당선됐다.

김형찬 강서구청장이 지난 8월 명지시장 전어축제 때 상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강서구

김 구청장은 "강서구는 김해국제공항과 부산신항·남해고속도로 등이 있어 하늘·바다·육지 3로를 열어주는 부산의 관문"이라며 “여기다가 신도시 조성을 통해 젊은 층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는 활력있는 도시”라고 소개했다.

그는 “강서구는 면적이 181.5㎢로 부산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넓어 개발 가능한 유휴 부지가 여전히 많다"라며 "에코델타시티사업이 끝나면 2025년까지 대규모 주거와 상업 시설이 들어서고 인구가 8만명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에코델타시티사업은 강서구 11.77㎢에 6조6000억원을 들여 스마트시티 등 신도시를 개발하는 것이다.


“에코델타시티사업 완성되면 해운대처럼 될 것"


김 구청장은 에코델타시티 사업을 해운대 개발과 비교했다. 그는 해운대 신시가지 개발이 한창이던 2000년 7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해운대구 건축과장으로 일했다. 김 구청장은 “당시 해운대 신시가지엔 아파트촌만 덩그러니 있고 생활인프라가 크게 부족했다"라며 “그런데 인구 30만명을 넘자 민간ㆍ공공인프라가 경쟁하듯 들어섰다”고 했다. 이어 “지금 강서구는 20년 전 해운대 신시가지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일정 규모 이상 인구를 갖추도록 도시개발에 힘을 쏟겠다"고 했다.

“쓰레기 처리장 유치하되 예산 지원받아야”

김형찬 강서구청장이 지난 7월 1일 에코델타시티 사업 현장을 방문해 점검하고 있다. 사진 강서구

김 구청장은 고위 공직자 생활만 20년 넘게 하면서 뚜렷한 철학도 생겼다고 했다. 그는 "선거를 의식해 표심을 살펴야 하지만 지역을 위해 필요할 때는 민심에 반하는 결단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구청장이 이렇게 말한 것은 ‘자원순환처리시설’ 입지 문제 때문이다. 그는 “자원순환처리시설은 주민이 싫어하지만, 부산 전체를 놓고 보면 강서구 이외에는 소화할 수 있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에 따른 인센티브도 확실히 챙기겠다고 했다. 김 구청장은 “기피시설을 유치한다면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며 “현재 강서구는 땅은 넓은데 인구밀도가 낮아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불편하다"고 했다. 그는 "기피시설을 품되 예산을 확보해 적자가 나는 버스 노선이라도 늘리겠다"며 "특히 도시철도 하단~녹산선이 완공될 때까지 강서 남단에서 북단까지 버스로 1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가덕공항 ‘낙수’는 경남 도시들과 함께


김 구청장은 가덕신공항이 건립되면 강서구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봤다. 그는 “신공항특별법이 공항 주변 지역 개발을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개발에 따라 경남 창원과 김해·거제·진해 등 도시는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이들 지자체와 협력해 공항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도시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서울의 강남과 해운대를 넘어 동북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일류도시로 도약하는 데 초석을 쌓겠다"고 다짐했다.

김민주·위성욱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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