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기적’ 일군 도시전문가, 낙동강벨트 개발 맡았다
■ 지난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자치단체장은 최근 취임 100일이 지났다.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 등 자치단체장은 4년간 펼칠 주요 사업의 틀을 짜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들의 살림살이 계획을 듣고 소개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특히 행정의 주민 밀착도가 훨씬 높은 시장·군수·구청장을 집중적으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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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일정한 숫자를 넘으면 백화점·병원 등 상업시설과 문화인프라가 속속 들어옵니다. 그러면 제대로 된 도시가 형성됩니다. 20년 전 해운대 신시가지가 그랬죠. 강서구도 인구를 30만까지 늘려 해운대처럼 멋진 도시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김형찬(54ㆍ국민의힘) 부산 강서구청장은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공직자로 20여년간 부산 도시계획 현장에서 헌신하면서 터득한 노하우가 나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돈보단 국토 발전” 고시 뚫고 고향 공직자로
김 구청장은 부산에서 도시계획 전문 공직자로 평가받는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그는 한양대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기술고시에 합격해 1999년 3월 부산시에 건축사무관(5급)으로 임용됐다. 고향을 위해 일하고 싶어 부산 근무를 지망했다고 한다.
김 구청장은 “전공을 살려 건축설계 분야에서 많은 돈을 벌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그런데 모교 선배 중 공직자가 많았고, 이분들을 통해 국토발전에서 건축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나서 공직에 뛰어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22년간 부산시 도시경관ㆍ건축주택과장을 거쳐 도시재생균형국장·건설본부장 등을 지냈다. 해운대 신시가지 조성 등 2000년대 들어 부산시가 추진한 주요 도시개발 사업을 지휘했다.
드넓은 강서 매력 홀려 선거판 뛰어들었다
선거판에 뛰어든 이유를 묻자 김 구청장은 “강서구가 지닌 가능성과 매력에 홀렸다”고 답했다. 강서구는 급속한 인구 유출과 출산율 저하, 고령화 등 부산 다른 구가 겪고 있는 문제에서 다소 비켜나 있는 지역이다. 명지 등 신도시 개발에 힘입어 강서구 인구는 2012년 6만6000명에서 올해 14만8000명으로 10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평균연령은 39.5세로 부산 16개 구·군에서 가장 젊다.
젊은 층이 많은 강서구는 그동안 야권(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낙동강벨트’로 분류됐다. 김 구청장은 "지난 6·1지방선거에서 도시전문가임을 내세운 게 승리 요인인 것 같다"며 "젊은 층도 전문가를 선호하는 시대가 된 듯 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3선에 도전한 더불어민주당 현직 구청장을 누르고 당선됐다.
김 구청장은 "강서구는 김해국제공항과 부산신항·남해고속도로 등이 있어 하늘·바다·육지 3로를 열어주는 부산의 관문"이라며 “여기다가 신도시 조성을 통해 젊은 층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는 활력있는 도시”라고 소개했다.
그는 “강서구는 면적이 181.5㎢로 부산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넓어 개발 가능한 유휴 부지가 여전히 많다"라며 "에코델타시티사업이 끝나면 2025년까지 대규모 주거와 상업 시설이 들어서고 인구가 8만명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에코델타시티사업은 강서구 11.77㎢에 6조6000억원을 들여 스마트시티 등 신도시를 개발하는 것이다.
“에코델타시티사업 완성되면 해운대처럼 될 것"
김 구청장은 에코델타시티 사업을 해운대 개발과 비교했다. 그는 해운대 신시가지 개발이 한창이던 2000년 7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해운대구 건축과장으로 일했다. 김 구청장은 “당시 해운대 신시가지엔 아파트촌만 덩그러니 있고 생활인프라가 크게 부족했다"라며 “그런데 인구 30만명을 넘자 민간ㆍ공공인프라가 경쟁하듯 들어섰다”고 했다. 이어 “지금 강서구는 20년 전 해운대 신시가지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일정 규모 이상 인구를 갖추도록 도시개발에 힘을 쏟겠다"고 했다.
“쓰레기 처리장 유치하되 예산 지원받아야”
김 구청장은 고위 공직자 생활만 20년 넘게 하면서 뚜렷한 철학도 생겼다고 했다. 그는 "선거를 의식해 표심을 살펴야 하지만 지역을 위해 필요할 때는 민심에 반하는 결단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구청장이 이렇게 말한 것은 ‘자원순환처리시설’ 입지 문제 때문이다. 그는 “자원순환처리시설은 주민이 싫어하지만, 부산 전체를 놓고 보면 강서구 이외에는 소화할 수 있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에 따른 인센티브도 확실히 챙기겠다고 했다. 김 구청장은 “기피시설을 유치한다면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며 “현재 강서구는 땅은 넓은데 인구밀도가 낮아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불편하다"고 했다. 그는 "기피시설을 품되 예산을 확보해 적자가 나는 버스 노선이라도 늘리겠다"며 "특히 도시철도 하단~녹산선이 완공될 때까지 강서 남단에서 북단까지 버스로 1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가덕공항 ‘낙수’는 경남 도시들과 함께
김 구청장은 가덕신공항이 건립되면 강서구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봤다. 그는 “신공항특별법이 공항 주변 지역 개발을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개발에 따라 경남 창원과 김해·거제·진해 등 도시는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이들 지자체와 협력해 공항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도시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서울의 강남과 해운대를 넘어 동북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일류도시로 도약하는 데 초석을 쌓겠다"고 다짐했다.
김민주·위성욱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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