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고 음성변환기로 수업 하지만…난 잘생긴 특수교사”
자신이 2시간 동안 하고자 하는 말을 모두 글로 쓴 뒤 다시 음성변환기로 읽혀 장애 후배들에게 특강을 한 20대 중증 뇌병변장애인 ‘선배’가 있다. 중증 뇌병변장애는 과거 1급 장애로, 언어·신체 장애가 있다. 글을 쓰기 위해 컴퓨터 자판을 치는 것도 쉽지 않다.
올 2월 대구시 공립 중등특수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한 김현중(24) 대구성보학교 중학부 교사가 주인공이다. 대구대 사범대학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한 그는 최근 모교 장애 후배들에게 취업 관련 특강을 했다. 대구대 사범대학에는 장애 학생 52명이 재학 중이다.
김 교사는 임용시험의 경험, 장애인으로서의 힘든 환경 등을 이야기하면서 후배들과 소통했다. 그는 “제 목소리가 아닌 음성변환기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긴장돼서 목소리가 떨릴 일은 없겠지만 지금 매우 떨리는 상황”이라며 강의를 시작했다.
김 교사는 집념과 성실함이 자신의 ‘무기’였다고 했다. 그는 대학 시절, 잠을 쪼개가며 학과 공부에 매진했다. 주변에서 “종일 책만 본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과제를 제출할 때도 다른 학생보다 컴퓨터 자판을 누르기가 불편해 세배 네배의 시간이 걸렸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휠체어로 강의실 이쪽저쪽을 이동해야 해서 남보다 늘 30분 일찍 출발했다. 이런 집념과 성실함으로 그는 졸업 평균 학점 4.0 이상을 얻었다. 성적우수 장학금도 받았다. 학위수여식에선 대구대 총장 모범상을 받았다.
그는 임용시험을 준비하면서 고민이 많았다. 1차 필기시험에서는 서술식 문제 답을 글씨로 써야 하고, 2차 면접시험에서는 시간 내에 말로 답을 해야 해서다. 누군가 대신해서 자기 생각을 글로 써줄 사람이 필요했다. 하지만 임용시험에서 대필 지원을 허락한 사례는 드물었다.
주변 도움으로 서울 지역에서 대필 지원 사례가 한차례 있었다는 것을 찾아냈고, 결국 대구시교육청의 지원으로 필기·면접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 김 교사와 같은 중증 뇌병변장애인 임용시험 합격은 이례적이다. 그것도 대학 졸업과 동시에 응시 한 번으로 합격한 사례는 더 찾기 어렵다.
그는 교사가 된 이후에도 수업할 분량만큼 전날 글로 다 작성, 음성변환기로 틀어 수업하고 있다.
김 교사는 “저를 처음 볼 때 ‘저 사람이 선생님?’이란 의문을 가지지만, 전 스스로 ‘잘생긴 특수교사’라고 당당하게 소개한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전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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