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주가부양책, 민노총 탈퇴
그래서 주가를 변동시키는 요인이 매우 다양하다. 시장 전체적으로는 경제성장률과 유동성, 즉 금리 변화가 가장 중요한 두 축이다. 개별 종목 주가를 이루는 요소는 매우 복잡하게 얽힌다. 기본적으로는 해당 기업 실적이 우선이다. 이익이 많이 늘어나야 기업가치가 높아지고 주주에게 배당도 넉넉하게 할 수 있다. 다른 기업 인수, 신공장 설립, 신제품 출시 등도 호재거리다. 자사주 매입, 무상증자, 배당 확대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활동도 주가에 큰 도움이 된다.
똑 떨어지는 팩트가 아닌 정성적 요소도 상당히 많다. ‘CEO 주가’라는 말이 있듯 경영을 이끄는 오너 혹은 CEO가 어떤 사람이냐도 해당 기업의 주가에 영향을 준다. 세계적 펀드매니저였던 피터 린치는 회사 이름을 자주 바꾸는 기업은 쳐다보지도 말라고 조언했다. 대부분 무언가를 감추거나 잊히기 바라서 바꾼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현란한 명칭을 쓰거나 ‘제2의 ??’ 같은 수식어가 생긴 기업에는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이제 한국 증시에서는 무수한 주가 변동 요인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탈퇴’라는 변수다.
포스코홀딩스 자회사로 도금과 컬러강판을 생산하는 포스코스틸리온이라는 회사 얘기다. 그동안 별 주목도 받지 못하던 이 회사 주식이 지난 11월 30일 상한가로 치솟더니 이달 1일에도 12% 이상 급등하는 등 최근 상승세가 남달랐다.
배경이 의외다. 포스코지회가 민노총 금속노조에서 탈퇴키로 결정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고 한다. 포스코지회는 11월 28일부터 민노총 탈퇴를 위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했는데, 69.93%의 찬성률로 탈퇴안이 가결됐다. 포스코는 국내 최대 철강 업체다. 금속노조에서도 막강한 위치에 있어서 포스코지회의 탈퇴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주식 투자자들이 포스코스틸리온 주식을 대거 사들인 이유는 당연히 기업가치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민노총을 등에 업은 과도한 파업이 기업에 얼마나 큰 타격을 주는지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11월 30일 급등 때는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매입했다. 이 중 일부는 감정적, 충동적 행동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12월 1일에는 냉정하고 합리적 투자 판단을 해야 하는 기관 투자자까지 매수 대열에 합류했다.
민노총 탈퇴 실패가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사례도 있다. 대우조선 원청노조는 하청노조 파업이 불거지자 올 7월 22일 금속노조 탈퇴를 묻는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부정 투표 의혹이 불거지며 개표가 파행됐고, 결국 재투표하는 걸로 정리가 되면서 탈퇴 시도는 무산됐다. 7월 22일 2만350원이었던 대우조선 주가는 이튿날 3.9% 크게 내리며 2만원이 깨졌고 이후 28일 1만9300원까지 추가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실망감에 주식을 내다 던진 것이다.
이쯤 되면 특정 주식을 사려 할 때 노조가 민노총에 가입돼 있느냐, 탈퇴할 움직임이 있느냐도 중요한 체크 포인트가 될 법하다. 특히 대형 제조업일 경우 더 민감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국내 주식 투자자는 1384만명에 달한다. 포스코스틸리온 주가 급등은 민노총에 대한 국민적 경고다. 역시 주식 시장은 그 나라의 모든 것이 투영되는 거울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7호 (2022.12.07~2022.12.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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