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시장 키우려면…정부가 신기술 위한 ‘텃밭’ 만들어야”
“연료전지 기술을 20여 년 전부터 개발해왔지만 상용화한 건 2018년 즈음입니다. 연구개발(R&D)을 통해 신기술을 확보해도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술·가격 수준을 맞추는데 격차가 커서입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회 탄소 중립 K-테크 포럼’.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탄소중립 신기술이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부의 ‘텃밭’ 역할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수소버스 사례를 제시했다. 김 부사장은 “처음엔 5년 50만㎞가량의 내구성을 확보했지만 시장에선 더 높은 수준을 요구했다”며 “이러면 아예 상품화하지 못하고 사장될 수 있었다. 수소버스에 보조금 같은 정책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래야 기업의 R&D가 수익으로 연결되고,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탄소중립 K-테크 포럼’은 민간기업과 전문단체, 에너지 연구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탄소중립 달성을 앞당기기 위해 만든 단체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주최하고 포스코경영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이 주관한다.
이원주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관은 “신재생에너지 부문을 신(新)산업으로 발전시키고 수출 동력으로 삼겠다”며 “에너지 혁신 벤처기업을 2040년 5000개로 늘리고 핵심 인재를 2030년까지 2만 명 더 양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핵심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성우 김앤장 환경에너지연구소장은 “한국은 에너지를 많이 쓰면서 경제 성공을 이뤄낸 경험 때문에 탈(脫)탄소에 더 어려움이 많은 딜레마가 있다”며 “이에 따라 탄소중립 달성에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기술 개발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허기술 데이터를 활용하고, 선도 기업 간 협업을 통해 성공 사례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별 기업이 추진하기 어려운 대규모 원천기술 R&D에 대해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황윤일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문 대표는 “현재 메탄·이산화탄소로 단백질을 만드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기업이 단독으로 구매하기 어려운 대규모 설비가 필요하다. 정부가 국책 과제를 통해 연구 환경을 조성하고, 미국·유럽 등과 협력을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산기협은 이날 포럼에서 논의되는 내용을 23개 기업이 참여하는 ‘탄소중립 민간 R&D 협의체’, 231개 기업이 참여하는 DX 협의체 ‘코디티’(KoDTi)와 연계해 실질적인 대안을 공유·확산한다는 방침이다. 구자균 K-테크포럼 공동대표(산기협 회장)는 “우리 세대가 탄소중립을 빠르게 하지 않으면 후손들의 부담은 더 커진다”며 “탄소중립이란 시대적 과제는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 과감한 디지털전환(DT)과 정부·민간의 R&D 활성화를 통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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